원인과 결과
2016.10.01 03:38
옛날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돌림병이 있는 지역을 조사를 해보니 의사 숫자가 많더라.. 아하 의사가 돌림병의 원인이구나. 의사를 다 죽여라.
원인과 결과를 잘못 이해하면 황당한 짓을 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훨씬 더 심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죠. 이 부분은 믿거나 말거나가 아닙니다. 그런데 원인을 파악하면..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죠.
비슷한 예는 주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영란법에서 생각해보는 뇌물.. 주는 사람이 문제인가 받는 사람이 문제인가. 원인과 결과만 놓고 보면.. 뭔가 뇌물을 주고 자기 뜻대로 해보려고 하는 생각이 원인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해서는 안되지만, 나한테 이쁘게 보이는 넘이 있으면 그 넘이 좋은 방향으로 법을 구부려 볼 의사가 있는 받는 사람이 원인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즉 뇌물이란 걸 줄려고 해봤더니 언제나 왕창 손해만 나고, 감옥가더라 하는 사회라면 뇌물 주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고, 뇌물 주는 넘이 있으면 받으려고 해봤더니 언제나 왕창 손해만 나고 감옥가더라 하는 사회라면 뇌물 받는 사람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럼 어느쪽이 바람직한 해결방법일까요 ? 당장 제 생각엔 뇌물 받는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봅니다. 왜냐면 그 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인데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이기 때문이죠. 주는 사람은 돈 밖에 가진 것이 없고요. (뇌물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뇌물 받았다고 협박하는 상황이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댓가성이건 아니건 정당한 급여 이외에 생기는 모든 재물에 대해 처벌을 하면 깨끗한 사회로 한걸음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직장이나 교회 같은 곳에서 간혹 불거져 나오는 각종 폭력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느 넘이 더 영향력이 있는 넘이냐.. 이게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왜 둘다 처벌하면 안되냐.. 불법은 둘다 저질렀는데. 압력에 못 이겨서 할 수 없이 뇌물 준 사람이 처벌을 받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 (반례를 기다립니다)
우리나라엔 이 영향력 있는 넘들에 대한 처벌이 거의 전무합니다. 술취했다고 어린이 성폭행해서 불구로 만들어버린 넘에게 감형. 이게 만약 무슨 법에 근거한 것이라면 그 법 만들때 찬성한 모든 구케의원들도 공범입니다. 아니 진범입니다. 이게 법에 근거한게 아니라면 그 판사도 공범입니다. 성매매도 '종사자'를 처벌합니다. 고객은 경찰도 자주 발견됩니다. 따라서 단속불가. 믿거나 말거나.
코멘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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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10.05 00:32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가끔은 한국을 떠난 것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내 자식들에게는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전 고국의 친지와 친구들이 많이 그립지만 처와 아이들에게는 미국이 더 나은 환경인 것 같습니다. -
사드사랑
10.05 01:03
토닥토닥.. ㅠㅜ
아이들 기르는데 더 나은 환경인 것은 확실한 듯 합니다만, 내 나라 내 땅이 아닌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인 듯 합니다. 요즘 트럼프랑 위키리크 하는 짓을 보면 미쿡이 꼭 더 나은 환경인지도 의심하게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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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10.05 12:58
인간행위는 인과론보다는 목적론으로 설명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행위를 인과론으로 설명하면, 인과관계의 특성 상 원인의 위치에 오는 사건이 결과 위치에 오는 사건보다 더 중요한 존재론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되어 (인간의 행위도 일종의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의 인과관계가 법적 처벌이나 도덕적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원인의 위치에 오는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의 주체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게 됩니다. 사드사랑님이 예로 든 뇌물 문제에도 해당됩니다. 뇌물 공여을 원인으로 하느냐 뇌물 수수를 원인으로 하느냐에 따라 일방에게만 법적 책임을 묻게 될 겁니다.
하지만 목적론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목적지향적인 존재입니다. 뇌물 공여자도 뇌물 수수자도 모두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 즉 돈 또는 어떤 결정권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두 사람 모두 불법적이거나 편법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했기에 모두 법적인 처벌과 도덕적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목적론에 따른다면 둘 중 어느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기 보다는 모두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겁니다. 그리고 여러 가능한 상황, 즉 압력 또는 협박 등의 존재 유무에 따라 죄의 경중을 따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일종의 프레임이나 이론의 선택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동일한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어떤 이론 또는 프레임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해석과 설명이 가능하고, 뇌물 수수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일 경우에는 법적인 처벌과 관련된 여러가지 선택이나 관행들이 만들어 진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인간행위에 대해서는 인과론보다는 목적론이 좀 더 적절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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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사랑
10.05 15:59
감사합니다. 도덕적 관점에서 뇌물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둘다 처벌해야 한다면 세상이 참 공평해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칼을 들이대고 뇌물 내놔 해서 받아가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뇌물을 바친 사람이 칼 들이대고 뇌물 받아간 사람과 똑같은 죄인인가. 뭐 그런 질문이 될 수 있지요. 물론 칼 들이대고 뇌물 받아가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연속극에선 나옵니다)
그래서 힘이 있는 쪽을 처벌해야 더 공평한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 하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조금 더 쉬운 예로 성폭력의 경우 우리나라는 피해자만 처벌합니다. 웃기죠. 왜냐면 가해자는 기득권세력이기 때문에 보호받는 겁니다. 다른 폭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씨가 제법 많은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남기고 자살을 합니다. 결국 그 정치인들은 아무 처벌을 안 받고 억울하게 그 사람만 죽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정치권의 추악한 범죄를 까발린 사건이 터지면 그 정보를 흘린 사람만 처벌하고 추악한 범죄는 덮힙니다. 이런 곳에서 정의가 살려면 권력있는 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