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와 산업디자인
2025.07.16 00:25
거창하게 제목을 올리긴 했지만, 냉장고 구매 후기 뻘글입니다. ^^
차고의 냉장고가 퍼지고, 짧은 고민끝에 수리 포기하고 새로 구매하고 잘 사용중입니다. 신기했던 것이, 외형크기는 퍼진 구 냉장고랑, 새 냉장고가 거의 같은데 용량이 57리터 차이가 난다는 점이었는데, 제가 지금까지 분석한 결과는..
새 냉장고가 훨씬 더 직육면체에 가까운 설계입니다. 뭐 별다른게 없고, 곡면이나 튀어나온게 전혀 없는 설계예요. 대신 냉장고 속이 약간 삐뚤빼뚤합니다. -_-;; 그래서 외형크기를 유지하면서 용량을 8%! 가까이 키운 거죠.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결국 박스 크기가 한 컨테이너에 몇개 넣을 수 있는가를 결정하고, 그게 운송비를 결정합니다. 즉 국제무역이 당연한 전기전자 제품의 설계에 있어서 운송비를 절감하는 방법은, 무게를 줄이는 것은 아니고, 부피를 줄여서 컨테이너에 한개라도 더 싣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인듯 합니다. 그 목적을 위해, 제품의 간단한 변형도 필요하다면 할 수 있겠는데, 이 냉장고 경우엔, 메뉴얼, 설치공구 같은 것들이 냉장고 안에 들어있더군요. 옛날엔 별도 작은 박스에 넣어서 제품박스 제일 위 (즉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넣어두었었듯 하거든요.
제품 자체의 가격이 상당하다면 (예: 수퍼카) 이런 고려가 큰 의미는 없겠지만, TV나 냉장고처럼 이윤이 극히 박한 제품의 경우엔 이런 고려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고 컨테이너 구성 측면에서 더 효율적인 설계 기술이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냉장고 손잡이 아이디어가 생겼는데.. 그 업계가 아니니 사장(killed)되겠죠.
망가진 냉장고는, 생각해보면, 아마도 motor driver IC 한두개 또는 캐패시터 한두개 망가진 정도였을텐데, 버려야 했던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저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던듯 하고요, 그 냉장고는 잘 닦아서 보냈으니 어쩌면 landfill로 안가고 누군가가 수리해서 사용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제품도 소비자가 수리하기 용이한 설계를 적용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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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07.16 07:35
저는 왕초보님의 냉장고 글을 보고 묘하게 대한민국 아파트와 평형이 생각났습니다. -
왕초보
07.17 05:53
ㅎㅎ 우리나라 아파트 평형도 고무줄이죠. 그렇지만 우리나라 아파트 구조는 볼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미쿡 집은 쓸모없는 자투리 공간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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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냉장고 보면..외부 크기는 같은데 내부 용량이 좀 틀린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외부 크기는 제한을 두고 내부 용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용량 늘리는 것 같습니다. 고급형은 비싼 단열재 들어가고 일반 보급형은 스티로폼 들어가고. 저희 집에 있는 냉장고 상냉장 하냉동 폭 60cm 냉장고인데.. 하나는 400리터, 다른 것은 320리터 입니다. 냉장고 벽 뚜께도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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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7.17 05:51
아 맞아요. 가격대가 올라가면 소모전력이 줄어들기도 하더군요. ㄷㄷㄷ 비싼걸 살걸 그랬나요. ㅠㅜ
그런데 비슷한 용량의 다른 비싼 냉장고보다 딱히 표기된 소모전력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망가진 그 냉장고보다는 상당히 많았는데 용량이 커지긴 했지만 그 비율보다 더 많았어요. 그러니까 요즘 냉장고 치고는 소모전력이 많지 않지만 13년전 구형냉장고 보다는 전력을 더 먹는 거죠.
제 결론: 아마도 냉장고 소모전력 표기하는 표준이 바뀐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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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07.16 13:51
가전제품은 수명이 다 하면 새로 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사온 지 10년이 넘었는 데, 세탁기와 전자 레인지만 바꾸었네요. -
왕초보
07.17 05:55
사시는 곳도 아마 비슷해서 잘 아시겠지만, 미쿡 집은 집에 붙박이로 붙어있는게 많아서 월세 살땐 별로 사들인게 없었습니다. 지금 사는 집에 들어올때는, 전주인이 이사갈때 세탁기/건조기를 들고가버린 관계로 (아직도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가요. 단 그들이 이사간 집이 원래 살던 집 - 우리집이죠 - 이랑 똑같이 지었다니 거기도 딱 맞기는 했을겁니다) 세탁기/건조기는 샀지만 다른건 전혀 안 사고 몇년을 살았죠. 고장나는건 가능한한 직접 고쳐서 쓰고요. 그러고보니 집에 붙어있던 것 중에 버린건 보일러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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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07.17 00:24
왕초보님 말씀과 밀접한 내용은 아니지만...
전에 살던 집에서 보일러가 퍼졌는데 한 10년 정도 된 것 같다고 하시며,
기사 분 말씀이 요즘엔 한 그 정도 되면 바꾸게 되는 게 정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옛날처럼 한 번 사면 오래 가는 제품을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지금은 더욱) 그럼 단가가 많이 올라가게 되는데
그걸 사람들이 살 리가 있겠나고요...
(100만원 들여서 10년 쓰는 걸 살래, 200만원 들여서 30년 쓴는 걸 살래... 하면 사람들이 전자를 산다고요...
동으로 된 관을 넣으면 오래 가는 걸 알지만... 싸게 하기 위해서 플라스틱 관을 넣고... 그럼 10년 정도가 수명이 맞다는 말씀을...)
즉 기술이 없어서 일부러 10년 만에 교체되도록 만든다기보다...
기술이 있어도 단가가 올라가니까 소위 가성비, 가심비가 떨어기게 된다는 말씀이셨는데...
문송한 제게는 나름 설득력이 있게 들리더라고요 ^^;;
그러면서 보니까... 집에 있는 물건이 모두 다 바꿔야 할 것들만 가득하더라고요... -.-;;
잘 버텨줘 고마웠다는 마음이 새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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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7.17 06:09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차를 새차로 바꿨다"
라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새차가 중고차 수리하며 사용하는 것보다 쌀 수가 없다고 하네요. 단 3년 정도된 중고차라면 저런 핑계가 맞을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돈 이외에도 중요한 것이 "기회/시간"이라고 봅니다. 오래 사용하던 물건이 자주 고장나서 고쳐서 쓰는데 시간을 많이 써야한다면 새것을 사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할 듯 합니다. 냉장고는 음식을 버리게 되니 이 시간이라는 개념이 더 중요하고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아예 제품 설계가 특정 기간 (예: 10년) 을 쓰고 나면 고장나도록 되어있다면, 지금 고장난 곳을 수리하더라도 다른 부분도 곧 또 고장날 것이라, 고장났을때 딱 버리고 새로 사는게 제일 합리적인 소비가 되어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쿡처럼 수리비가 엄청나게 나오는 경우 (자가수리를 하더라도 부품은 최소한 구입해야 하고, 부품 합계는 당연히 제품 한대 값보다 훨씬 높으니까요) 에는 말이죠.
세탁기는 사러 다니는 동안 세탁기 없이 버텨 (코인 빨래방 -_-;;) 볼려고 했지만, 너무 귀찮더군요. 그래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대신, 전시품을 샀습니다. 많이 깎아주긴 하더군요. 냉장고나 TV같은 제품과는 달리 세탁기는 전시품이라도 가게에서 뭐 해 볼 수가 없는 물건이라 눈에 뵈게 망가진 것만 아니면 말썽을 부리지는 않는다는군요. 단.. 집에 배송오고나서 알게된 것은.. 가게에서 붙여놓았던 가격표를, 흠집나지 않게 떼어내는게 엄청나게 힘들다는 사실이었죠.
소니 타이머 생각이 나는 군요. 보증기간이 끝나면 귀신같이 알고 고장나는 소니 타이머. 그게 기술이라면 기술이라고. 저희집 다른 냉장고가 딱 그러했는데 반대였습니다. 보증기간 끝나기 직전에 고장나서.. 큰 돈 안 쓰고 수리를 두번 했죠. 그 뒤론 제가 쿨럭 고치고 있습니다. 똑같은 부품이 망가지더군요.
저희도 대략 17살 먹은 온수용 보일러를 교체했습니다. 집이 나이를 먹으니 (올해로 21살) 사방에 돈이 들어가는군요. 눈에 안 뵈는 것 중에 또 망가질 것이 없는지 조심하게 됩니다. 천장에 숨어있는 난방용 보일러와 집안의 배관들이 다음 차례인듯 한데요, 얘들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면 한번에 전체를 다 교체하라는 얘기도 합니다. repiping이라고 집안의 배관만 금방 교체해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싸지는 않겠죠.
제가 구입한 냉장고 모델명은..RS28A500ASR 입니다. 7월 20일까지 제가 산 가격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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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07.19 01:04
네. 인건비가 비싼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도 점차로 그렇게 되어 가는 듯 합니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제품이 봇물을 이루는 요즘엔요.
보증 기간 애매하게 지나면 고치는 비용보다 당근에서 급처로 나오는 거 사는 게 더 덜 먹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 장소 등이 잘 맞아야 하지만요).
"지금 고장난 곳을 수리하더라도 다른 부분도 곧 또 고장날 것이라"는 말씀을 바로 얼마 전에 들었네요.
한 5년? 된 중저가/중소 기업 TV의 백라이트가 나가서 수리비를 물어 보니 바로 정확히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백라이트 고쳐도 좀 지나면 아마 보드가 나가고... 보드 고치면 뭐 다른 게 나가고 할 거다 라는 식으로요.
결국 자기네 제품을 안 사도 좋으니 다른 제품을 새로 사는 게 더 가성비, 가심비가 나을 거라 게 요지였습니다.
(전에 미쿡서 오래 쓰다 가져온 도시바 TV도 고쳐 보려니...
(당시로) 요즘 TV는 고치게 돼 있지 않고 관련 부품 전체를 교체를 해야 하는 게 대부분인데
말씀하신 것처럼 부품, 공임도 싸지 않아서... 걍 버리고 하나 사라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장모님의 타 중소기업 TV를 보니... 바로 정확히 그렇게 되더라고요...
여러 번 손 봤는데... 결국 줄줄이 하나씩 맛탱이가 가고...
(그런데 기사 분들 이야기를 들으니 대기업 TV라고 딱히 낫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결국엔 뽑기 운이라는 -.-;;)
문송한 똥손이므로... 케퍽 능력자 분들처럼 고치고 하지 못해서....
결국엔 당근으로 싸게 구해서 그냥 버티다 맛이 가면 버리거나...
아니면 쿠X에서 저렴한 보험까지 사서 5년이라도 버티기를 바래보거나...
하게 되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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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1
07.19 09:02
요즘 뭐 티비, 모니터, 중소형 냉장고... TCL 같은거 사도 제가 사용하는 목적에는 충분해서 굳이 고가 라인 제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