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작년말부터 매일매일이 답답합니다.


전염될까 두렵습니다만, 혹시 뭔 헛소리냐 하고 반박해주실 분이 계시다면 좋겠습니다.


1. 사람은 미래-희망을 보고 삽니다. 감옥에 갖혀 있는 사람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매일매일 기쁘게 살 수도 있습니다. 

앞날의 행복이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현재를 잘 살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반대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현재 아무리 풍요롭게 살고 있어도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2. 이제 늙다리가 된 486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야기하는 꿀 빨은 세대죠. 또는 일 중독자가 많은 세대이기도 하고, 

한때는 현실에 맞서 일어나기도 했지만 IMF를 지나면서는 살아남는 것이 이긴 것이다라로 생각하는,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납작 엎드리고 비열하고 순종적이기까지 한 세대입니다. 이번에 청문회-특검에서도 비슷한 사람이 여럿 나왔죠..


3. 이제 애 둘이 거의 커서 애들의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저야 어차피 저물기 시작했으니 대충 버티면 됩니다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제 제 미래의 큰 부분은 애들의 성장에 비중이 커지게 되고, 나름대로의 생각으로도 애들의 미래가 우리 때처럼 예상되지도 허술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때는 사회 전체가 정밀하게 돌아가기보다는 덜컹거리며 움직였습니다. 그 유격에서 사람들의 역할이 있었고 가끔 잘 돌아가게 하는 사람이라면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이렇게 덜컹거리는 틈새에 숨어서 그리 뛰어나지 않아도 적당히 버티면서 먹고살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4. 우리나라도 먹고살만 해졌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이 커지다보니 자본의 지배력이 너무나도 커졌습니다. 제가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되는 사이에 우리나라의 기업이 글로벌화 된 만큼 자본의 영향이 더욱 커졌죠. 이제 한 사람이 적당한 구멍가게로 먹고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의 구조, 신자유주의 경제구조 하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게 하나도 일생 벌은 돈을 모두 부어야 하는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당장 우리 애들만 해도 똑같은 새우깡 한 봉지를 사도 깔끔하고 화려한 편의점 아니면 안 갈려고 합니다.


5. 컴퓨터와 통신은 세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손가락 끝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정보는 우리를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만, 그 손가락 끝에서 여러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 또는 빨아낼 수 있는지를 쉽게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실질적 효용가치가 별로 없는 것을 심정적 효용가치를 높게 매기게 심리적으로 조종당하고.. 소셜-심리 마케팅에 의해 불필요한 것을 비싸게 사면서 행복해 합니다.


6. 많은 사람을 상시 들여다 볼 수 있는 도구가 생겼다는 것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아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데이터에 딥 러닝과 인공지능을 얹으니 당해낼 방법이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경제적 동물인데, 돈에 관련되는 밀고 당기기에서 지고 맙니다. 이게 물건을 사는 영역에만 이렇다면 좋겠지만 일하고 임금을 받는 영역도 마찬가지니 앞으로 일하는 데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예측이 안 되네요.


7. 광역화, 글로벌화 된 세계에서, 알리와 이베이에서 물건을 사는 세상에서 지역적 경쟁의 의미는 대단히 적어질 겁니다. 무인화, 드론, 빅데이터, 딥러닝, 인공지능의 얽힘은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 영역을 극대화하는데 딱 좋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자본은 힘입니다. 경쟁자를 퇴출시키는.. 


8. 개인은 자본의 아래에 놓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신세계 정용진과 롯데의 초대형 몰 구축이 수 년전부터 초대규모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나 생기면 주변의 웬만한 상인이 그 몰 안으로 들어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합니다. 큰 돈을 지불하고 임대료를 내지만 사람들이 그 몰로만 몰리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사장님이지만 프랜차이즈와 몰에 내는 임대료를 빼고 나면 월급쟁이 인건비나 나올까요? 어쩔 수 없이 주변의 젊은이들을 최저임금 알바로 고용합니다.


9. 월-E에서 나타나던 로봇이 일하고 사람은 놀기만해서 살찌는 그런 세상은 없습니다. 어차피 로봇과 인공지능.. 그 핵심이 되는 대량의 데이터는 구글과 같은 기업이 독점합니다. 구글이 오픈소스로 알파고를 풀던 텐서플로를 풀던 어차피 상관 없습니다. GNU의 꿀만 빨아먹고 오픈소스로 도구를 풀어도 우리에게는 데이터가 없기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과거보다 더 글로벌하게 이익이 몇몇에게 집중될 겁니다.

제 생각에는 10년도 안 걸릴 겁니다.


10. 월가 시위는 잠재적으로는 OECD국가 전체에서 이미 다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하지만 자본 쪽이 더욱 섬세한 지배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전처럼 드러나게 빨기보다는 복잡한 체계를 거쳐서 희석시키기에, 그리고 컴퓨팅에 의하여 숨겨지기에 우리에게 드러나 보이지 않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11. 빈부격차는 서민에게 답답하고 갖혀있는 세상이 되고 자본에 대한 분노가 묘하게-의도적으로 리다이렉팅 되었습니다. 이것이 세계 각 지역에서 여러 현상을 만들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브렉시트도 트럼프도..

무기력하고 희망이 없는 집단일수록 독재자의 슈퍼파워에 이입하고 싶어하는 것이겠지요. 우리나 다른나라나 한숨이 나옵니다.


12. 일하지 않는 무기력한 청년에게 윗 세대는 이야기합니다. 막일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못 구한다고.. 나때는 훨씬 힘들었다고. 이런 이야기하는 사람은 '사람'을 모르는 겁니다. 사람은 상대적입니다. 자신이 견주어 볼 수 있는 만큼 정도를 살 수 있다는 미래가 있어야 희망이 있고 일합니다. 친구들이 대기업에서 일하는데, 최저임금으로 행복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 자존심까지 얹혀진다면 더욱 답이 없습니다.


13. 의사와 공무원이 제일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의사는 연구의가 아닌 진료만하는 진료의, 공무원은 연구개발 같은 부분이 아닌 일반직. 

다음 세대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적자생존 무한경쟁의 현실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다음 세대에 무엇이 희망이고 미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14. 배운다는 것이 더 이상 자아성장을 위함이 아닙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써의 학습만이 남았습니다. 하나를 더 암기해서 등급을 가르고 누가 위인지를 그걸로 평가합니다. 제대로라면 각자의 잘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 시험이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니 말이지요. 그런데 경쟁이 심한 나라. 특히 한국-중국-홍콩-대만-일본.. 이런 나라들에서는 연필 깎듯이 사람을 깎아버리기 위한 시험을 치릅니다. 

버려지는 사람은 사회와 국가에 의해서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다른 선택의 길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15. 중산층의 대물림.. 이거 쓴다고 빼먹었군요. 집 하나와 평생직장이 있다는 잘 산다는 중산층에게 평화로운 노년과 자식세대로의 조촐한 대물림은 없습니다. 자식대의 예상되지 않는 미래, 과도한 교육경쟁으로 인한 비용지출, 소소한 이익을 바라보는 투자-투기-프랜차이즈 등에서의 한 번의 실수로 인한 몰락 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제 대물림이 가능한 세대는 자본축적이 된 경우, 즉 건물주의 대물림 빼고는 끝났다고까지 합니다.

자산이 십억 정도인 친구가 자식 걱정을 합니다. 자기가 아무리 물려줘 봐야 자기만큼 먹고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이지요.


16. 이것도 빼먹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출산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도 제 아이들에게 결혼-출산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자산소득으로 살 수 있지 않은 서민이 사회 구조에서 낙오하게 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은 자살 행위와 비슷합니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는 출산률이 문제라고 합니다.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희망적이지 않은 세상에 자식을 낳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자기를 닮은 아이를 사랑할 것이니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하게 되는 길을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태어난 아이는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길러지고-교육받고-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고-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뭐..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늘도 초등학생 하나가 부모에게 공부 잔소리를 듣고 뛰어내렸고, 4살 애기와 엄마도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더군요.

듣기에는 언론에서 자살 뉴스의 발표는 통제하에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간간히 새나와서 들리지요.


17. 작년 중순부터 하도 답답하여, 그리고 현실이 하도 막막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써 봤습니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희망과 방향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네요.

보시는 분의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만, 누군가 반박-희망을 좀 써 주셨으면 해서 그냥 정리 안한 채로 이것저것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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