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걸핏하면 불거져 나오는 서울대 폐지론 얘기죠. 사실 지금 같은(!) 서울대는 폐지해도 좋을 수도 있습니다만.. 여기서 얘기해보고 싶은 것은 대학의 서열화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냐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어떻게 가면 좋겠냐 정도입니다. 제가 국가백년지대계에 답을 제시할 수준이 안되는 것은 자명하니.. 답을 도출하자는게 아니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하는 화두를 잡아봅니다.


대학입시를 겪어보신 분들은 (본인이나 자녀나 이웃이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대학이 다 똑같지는 않습니다. 위치도 다르고, 장서도 다르고, 수업내용도 다르고, 수업과목도 다르고, 교수진도 다르고, 친구도 다릅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대학이라고 똑같지도 않고, 캠퍼스를 옮겨가며 수업을 들어야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를 말아먹은 ㄳㄲ들 중 많은 종자들이 서울대 출신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대학 출신이라고 그 자리에 올라갔을때 나라를 말아먹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서울대에 성격결함이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선생님들 포함) 그런 저런 이유로 서울대 졸업한 사람들 사이에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다른 대학에 이런 폐지론 나오는 것 들어보셨나요 ? 연세대 폐지론 이런것 들어보셨나요 ? 다른 학교는 유사한 폐해가 없을까요 ? (참고로 2MB나 ㅂㄱㅎ, ㅂㅈㅎ, ㅈㄷㅎ, ㄴㅌㅇ 모두 서울대 출신 아닙니다) 서울대는 국립대라 나라의 지원을 독차지하기때문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어야 하나요 ? 실은 우리나라 사립대학들도 (연세대 포함) 엄청난 국가 지원을 직간접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나마 눈을 뜨고 있어서 우리 내부의 문제에 대한 자각으로 폐지하는게 어떤가 하는 논의라도 나오고 있는 학교를 없애면 폐지론 없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될까요 아니면 어용노조로 노사분규가 없는 우리회사 좋은 회사랑 똑같은 개념이 될까요 ?


학교에 부끄러운 사람이 있는건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한발 물러나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문제가 어디 있는지보다,  교육의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 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살짝 빗나간 얘기같지만, 전세계 다이아몬드의 대부분을 유통하는 드비어스 얘기를 보죠. 다이아몬드는 크기가 (실은 무게) 커질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집니다. 즉 큰 다이아 하나 캐면 작은 다이아로 그거 수백배 무게 나가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쳐받을 수 있죠. 다이아는 매우 강하지만 잘 깨어지는 특성이 있어서, 큰 다이아를 캐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이 열심히 캐는 거라고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다이아를 많이 생산할 수가 없죠. 그래서.. 드비어스는 기계로 채굴하고 박살을 낸 다음 작은 다이아를 골라내는 방법을 택한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큰 다이아는 모두 부숴버리지만, 수요가 많은 작은 다이아를 많이 생산할 수 있어서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죠.


교육의 목적도 이런 시각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누군가는 천재 하나가 수백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하긴 했습니다만, 비슷한 천재 하나가 수백만명을 순식간에 죽여버릴 수도 있습니다. 교육이 그런 천재 하나 하나를 발굴하고 키워주는 시스템일 수도 있고, 천재는 모두 포기하고 범재를 많이 키우는 시스템일 수도 있고, 범재도 포기하고 모두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일 수도 있습니다. 세가지를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많은 제약조건들이 있죠.


아이들 하나하나는 공부를 좋아하건 않건, 머리가 좋건 나쁘건 운동을 잘하건 못하건,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나라가 이들을 충분히 먹여살릴 수만 있다면, 교육의 목적은 "범재도 포기하고 모두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나라가 이들을 충분히 먹여살릴 수만 있다면" 입니다. 그 나라를 누군가는 경영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생산을 해서 나라에 세금을 내야 모두의 즐거움을 받쳐줄 수 있는 것이죠. (이정도는 그냥 공자왈 이라고 믿습니다) 나라를 경영할 그 누군가, 세금을 낼 그 누군가는 단순히 즐거움의 단계를 넘어서야 하고, 어쩌면 뼈빠지게 평생 일만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에 조금 더 재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적인 측면의 접근 또한 매우 지엽적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좋은 성격을 가진 시민'으로 키워가는 것이라고 보는데, 이 교육의 가장 전초인 부모들이 요즘 아이들을 망쳐놓고 있기도 하죠.


극단적으로 전국의 모든 국공사립 대학을 평준화해서 뺑뺑이를 돌린다고 합시다. 이건 지금 신입생을 못 받아서 전전긍긍하는 학교들에는 청신호일 수 있지만, 모든 대학을 하향평준화 또는 그것보다 더 나쁘게 할 겁니다.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맞는 교육 방법이 있고, 대학 평준화는 그걸 찾는 방향이 아니라 더 무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네 모든 (!)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대천재에 의사판검사 (이때는 약사도, 장군도 변호사도 없습니다) 될 사람이라고 주장하는데서 시작됩니다. 아이들의 다양성은 완전 무시되고, 교사의 경험 이런 것도 완전 무시되죠. 답이 안 나옵니다. 일단 무엇을 해도 행복할 수 있고 그게 전부다 라는 인식이 확립되지 않으면 이 전쟁의 첫 단추도 꿰기 힘듭니다.


그 극단은 접어두고 서울대만 살짝 없앤다고 합시다. 이걸로 대학 서열화가 없어질까요 ? 누군지 모르지만 다른 학교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서울대가 몇등이었든지 말입니다. 대학 서열화를 없애는 것은 바람직할까요 ? 학교간 학점 교류를 시행하는 학교들도 많지만, 그걸 강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서울대 안에서도 서로 다른 학과에 제공되는 같은 교과목의 수준차이가 엄청나거든요. 학점 교류를 하려면 이런 강의들의 표준화가 시행되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전국대학 평준화와 비슷한 부작용을 몰고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인터넷 시대에, 모든 학교의 모든 강의가 데이타베이스화 되어서 어느 학교를 다니건 (안 다니건) 찾아 들을 수 있다면 그건 큰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더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큰 돈 들이지 않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될 것이거든요.


교육 정상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생님들입니다. 모든 부모가 자기 아이는 의판검사가 되어야 하는 나라에서 좋은 교사가 나오기 힘듭니다. 선생질이라도 하면 밥이야 빌어먹지 않겠죠 하는 얘기를 담임선생님에게 하는 학부모가 있는 현실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확보하기는 참 힘듭니다. 그리고 좋은 선생님들이 많지 않으면 우리나라 교육의 앞날은 매우 어둡습니다. 너무 당연하죠.


그래서.. 의판검사보다 선생님 되는게 좋도록 뜯어고쳐야 합니다. (이 바닥도 썩은 부분이 많기는 합니다만.. 이니께서 청소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할 말이 참 많은데, 생각 짧은 저만 떠드는 것도 우습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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