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이직했습니다.

2018.08.18 15:44

SYLPHY 조회:470 추천:1

이직을 꽤 자주 하네요.


대전생활이 힘들어서 서울에 있는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찌 기회가 잘 닿아서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는 업무 등등은 기존에 있던 직장도 꽤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옮겨오는 회사에서도 옮겨나가는 회사에서도,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왜 이직하냐'였는데

답은 '대전 생활이 힘들어서'였습니다.


제 속마음 중 하나는 '직업안정성이 보장된 회사가 결코 안정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였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에 다닌다는 건 마냥 좋은 일은 아니거든요.

생명체의 본질은 외부 환경에 대한 반응과 적응입니다.

인위적인 직업안정성은 외부 환경에 무감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도태위험성을 높입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단지 은행 예금에만 예치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은행 예금 이자는 인플레이션보다 낮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100% 손실입니다.

인플레이션 헤지도 못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정년보장된 회사가 마냥 외부환경에 무던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외부환경에 무던해지기는 정말 쉽습니다. 환경이 그러니까요.


그런데.. 정년 이후에는요. 회사가 막아주던 환경이 끝나면 그 다음은 힘들어집니다.

수십년간 외부환경 변화에 상당히 둔감한 조직에 있다가,

그 어떠한 보호도 받지 않는 퇴직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외부환경의 풍파를 겪는게 옳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제 자신이 정년보장된 회사에 다닌다는게 기만적이었어요. :(

스스로 생각하는대로 행동하기 위해서 정년보장된 회사만큼은 나와야겠다고 다짐하고 나왔습니다.


이전 직장의 마지막날 밤이 싱숭생숭하더군요.

정부출연연구소 정규직 연구원을 때려치는 일은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크크크

스스로가 미친짓을 하는게 아닌가.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는건 아닌가 싶은.



아무튼 그 심리적인 장벽을 걷어내고 나왔습니다.

옮긴 직장은 다양한 면에서 정상적인 조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더 겪어봐야 알겠지만 그간 경험한 회사 중에서는 가장 정신적으로 쾌적합니다.



몇 차례 이직을 하다 보니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회사는 연봉도 중요하지만(노동의 역사를 보면 회사원은 노예계급에 가깝습니다. 같은 노예라면 삯이라도 많이 받아야.)

하루 중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회사의 문화가 개인의 사고방식과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가령 돈을 많이 주지만 문화가 안 좋은 회사는, 금전적으로는 좋을 수 있어도 제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성격이 안 좋은 회사의 문화와 유사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1. 회사의 문화, 2. 지역, 3. 삯. 이 세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직하면서 바뀐 가장 큰 관점은 회사의 문화입니다.

나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가치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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