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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리와 비메모리 기술

2019.04.24 02:08

왕초보 조회:558

Foundry는 원래는 주물공장 정도 되는 단어입니다. 뭔가 틀에 맞춰 척척 찍어낸다는 의미인데, 반도체 Foundry도 틀에 맞춰 찍어내는 과정은 전혀 없지만 (팩키지 가면 쓰기도 합니다), 결과물만 보면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이 메모리 (DRAM, Flash)에만 집중되어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시스템IC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도 합니다. 사실 일반인에게 반도체면 반도체지 메모리면 어떻고 시스템IC면 어떻겠습니까만.. 어쩌면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메모리 기술만 가진 우리나라 업체들의 자성의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자성 이란 단어가 그들에게는 매우 생경하긴 합니다만)


반도체 기술 하면.. 크게 설계 기술과 공정 기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요즘엔 이 둘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설계 기술에는 analog 회로 설계부터 RTL 설계 그리고 그 위의 architecture 및 software 기술까지 연결되고, software-hardware co-design도 흔히 진행됩니다. 이 모든 단계에 CAD가 접목되어있고 AI까지 들어갑니다. 공정 기술에도 T-CAD에서 시작된 (SUPREM.. 하면 할재 인증이죠 ㅋㅋ) software 기술이 많이 들어가 있고 (예: OPC), 장비 기술, 공정관리 기술등 많은 분야가 있고, 전공자가 아니면 어디서 어깨너머로 배우기는 너무나 발전된 분야들입니다. 물론 공정기술의 상당부분은 물리와 화학의 기초가 단단하지 않으면 공부를 시작할 수도 없지요.


우리나라의 비메모리 기술은 어디에 있느냐.. 보다는 메모리 기술이 어디에 있느냐 부터 얘기해 봐야 할 듯 합니다. 우리는 메모리 기술은 잘 가지고 있다 라고 주장하니까요. 우선 DRAM과 Flash는 미쿡과 일본의 기술에서 시작된 제품군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회사들도 상당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만료된)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게 무슨 문제냐..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중의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MRAM이니 PRAM이니 하는 새로운 기술들도 광고하기는 마치 국내기술인것 처럼 광고하지만 (실제로 국내기술이긴 합니다만) 그 기저에 있는 기술은 해외에서 발견/발명된 기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기술은 없냐.. 많은데 보통은 빛을 못 봅니다. 이유는 오프라인으로.. -_-;; 기초가 튼튼하지 않지만 잘 나가는 메모리.. 이번에 큰 화를 한번 당했습니다. 역시 자세한 것은 오프라인으로.


설계에 사용되는 CAD 류는 전량 수입입니다. (아니라고 주장할 부분도 아주 쬐끔 있기는 합니다만, 국내 자생 소프트웨어란걸 제대로 클 수 없게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 눈먼 회사에 돈 퍼주고 하느라 생긴 일입니다. 투자가 적은 탓만은 아닙니다) 이런게 단순히 software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설계나 공정에 사용되는 software는 엄청난 기초과학/기술 투자가 필요하고, 이 대부분은 학교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부나 회사가 학교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으리라 기대하지만 제가 우리나라 있을땐 (20세기입니다 -_-) 한숨만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엄청난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아무 도움이 없이 뭔가 해보기는 역부족인데 정치 잘하는 선생님들만 돈다 따가는 현실. (몇년만 더 있으면 다들 은퇴하십니다)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장비들은 전량 수입입니다. (역시 아니라고 주장할 부분도 아주 쬐끔 있기는 하고, 이걸 국산화 한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장비 역시 엄청난 기초과학/기술 투자가 필요합니다. 재료는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웨이퍼부터 수입이니까. (교과서가 별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요즘 공정 책 절반은 wafer cleaning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기초과학/기술 투자는 한두해 투자해서 결과물을 보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10년 길면 30년 이상 주왁 밀어줘서 교수 세대가 두세대 정도는 바뀔 정도로 투자해야 쓸만한 결과가 나옵니다. (기초과학기술도 아닙니다만,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27년째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임기 5년내에 결과물을 보자.. 이건 범죄입니다. 학교에 눈먼돈 퍼주고 관리하지 마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메모리.. 잘 만듭니다. 다른 나라에서 따라오기 넘사벽인건 맞습니다. 그런데 껍데기를 들춰보면.. 그렇게 자랑할 일만은 아닙니다. 비메모리는 훨씬 심각합니다.


각설하고 -_-;; Foundry는 반도체 공정을 하청받아서 생산해주는 사업입니다. ㅅㅅ은 메모리 만들고 남은 공장을 놀리느니 비메모리 만들어서 돈벌자 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비메모리 만들려고 들여온 장비로 메모리도 만드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 장비 얘기입니다만) Foundry에서 돈버는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두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다른 회사보다 나은 공정을 개발해서 (세계 제일!) 경쟁한다 와.. 다른 회사보다 낫지는 않지만 (즉 조금 되쳐지지만) 약간의 강점 (가격일 수도 있고, 고전압, 저전력, 내열, Image sensor, 등등)을 차별화해서 틈새시장을 노린다.. 입니다.


TSMC는 사실 저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어서 전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습니다. 2등에서 6등까지 다 합쳐도 TSMC보다 모자라는 상황. ㅅㅅ이 2등이라고 주장하기는 하는데.. 많이 부끄럽죠. ㅅㅅ은 대략 첫번째 (세계제일)에 올인하는 분위기입니다.


전세계에서 점보기 만드는 회사 두개가 존재하기 힘들듯 (시장 크기가 모자란다고 보잉이 결론짓고 380 대응 기종 개발을 포기했죠. 결과적으로 보잉이 맞았습니다. 737-Max는 완전 말아먹었지만) 세계 제일을 여러회사가 해먹기는 힘듭니다. 사실 저 세계제일 방향에 엄청난 잠룡이 하나 있는데요.. 인텔입니다. 지금 10nm로 죽쑤고 있기는 하지만, 정신만 차리면 무시하기 힘들 겁니다.


그래서.. 지금 Foundry를 시작하거나 지금 1등이 아니라면 (즉 2-6등 또는 그이후 모두) 다들 두번째에 올인해야 살아남습니다. 어차피 state of the art를 따라갈려면 돈이 너무 들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어느 서비스산업이랑 마찬가지로 Foundry역시 기술만 뛰어나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그게 쉽지 않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오프라인으로.. -_-;;


우리나라 비메모리 기술이 부족한 이유는.. 시장은 협소한데 세계로 나가지 않아서 그렇다 라고 한줄로 요약은 됩니다만.. 단어 하나하나에 할말이 많이 있.. -_-;;


-- 쪼끔 추가합니다.


파워 설계 얘기가 나와서 쪼끔 추가합니다. 파워가 특별한 이유는.. 파워가 아닌 쪽에서 설계할때 무시하던 현상들이 마구마구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 쪽은 교과서도 거의 전무하고, 현장 경험이 짱이기도 하고, 설계 뿐만 아니고 측정도 힘든 부분이 많아서 거의 black magic 수준입니다. (흑마법 예 그겁니다) 이것만 그런게 아니고, 사실 reliability가 들어가는 모든 부분 (EMI/EOS/soft error 등등)이 설계/공정/소자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새로운 발견이 아직도 자주 있는 편이라, 전공하고 현업에서 수십년 경력을 쌓은 사람도 늘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분야죠. (누가 잘하는지만 알면 되긴 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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