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노하우


* 이 글은 제가 몇 년 전까지 근무했던 작은 회사에서의 일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므로

현재의 근무 분위기나 사회 여건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규모나 운영방침 등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네 번째 글이며 OJT 관련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저의 개인적 이야기를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6년간 대학을 다녔습니다.

대학 4년, 대학원 2년이 아니라 전문대학(2년)을 졸업하고 다시 대학(4년)을 다녔습니다.

전문대학에서는 전자공학을, 대학에서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하였습니다.

80년 초로 기억됩니다만 전국적인 대학휴교령이 당시 군부에 의하여 강제 되었습니다.

언제 캠퍼스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릴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당시의 대학은 물론이요 대한민국전체가 차가운 삭풍만 가득했던 시기였습니다.

 

 

괜한 젊음의 혈기에 군부를 안주삼아 소주잔 비우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던 중 지도교수께서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모방송국에서 00산 중계소 요원을 모집하고 있으니 한 번 지원해 보라는 것 이었지요.

정규직원은 아니고 지금으로 치면 인턴사원 정도 되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 방송국의 기술직을 지원하려면 해당 관련학과 졸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해서 저는 차라리 절에 가서 수도나 하자 하는 심정으로 방송국에 지원을 하였는데 내심 기대했던 산꼭대기의 중계소가 아니라

의외로 “본국”에서 근무를 하라는 명을 받습니다.

아마 대학교육방송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경험이 도움이 된 듯합니다.

 

 

어쨌건 모방송국 00지국 TV 주조정실이 제가 발령 받은 부서이며 담당 업무는 영상(Video) 이었습니다.

말이 좋아 영상담당이지 당시만 해도 지방의 방송국은 자체 프로그램 편성율이 10%도 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부분 서울 본사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받아 재송출하는 일이 주였기에 각 파트별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으며 저 역시 바쁠 때는

조명도 거들고 ENG 카메라도 들고 뛰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당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있었기에 내심 제가 배우고 있는 학문을 언제 써먹을 수 있을까하고 그때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결코 오지 않더군요.

방송 전 스튜디오 카메라의 White Balance 를 맞춰주고 film이나 video tape 의 명도와 채도를 방송시에 잡아주는 일

- 매의 눈을 가지면 아주 좋은 -이 대부분입니다.

기사시험 준비를 하며 그렇게 코피 나도록 공부했던 “전기자기학”이며 “회로이론”이며 그 어려운 “자동제어” 같은 과목을 응용할 일이

전혀 없었다는 말입니다.

도리어 그 넓은 TV 주조정실의 수많은 전자제품들을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일”과 요령이 더 필수적이었으며 몇 십 Kw 되는

조명등을 스튜디오 천장에 새로 매달고 배열할 때 어떻게 하면 화상을 입지 않는가 하는 방법의 숙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저의 공식적인 첫 직장업무는 관리 부서였습니다.

셰잌스피어 할아버지나 워즈워드 할아버지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부서였단 말입니다.

말 그대로 총무업무였지만 우연히 영어를 좀 사용할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무역부서로 다시 발령을 받았습니다.

세 번째 글에서 언급했던 L/C , D/A , D/P , B/L , Invoice 등의 단어를 새로 배워야 했으며 FOB 와 CNF , CIF 조건 적용시의

유. 불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세관의 습성도 알아 두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 역시 햄릿 왕자나 리어왕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시 절망하면서도 수 년 전 똑 같았던

방송국 생활을 떠 올리며 고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 한 가지, 원어민 교수와 열심히 나누었던 2학점짜리 실용영어회화는 에이전트와 상담을 할 때는 조금 덕을 본 것 같았지만

그마저도 “전공 필수”가 아닌 “전공 선택” 이었습니다.

 

 

처음 무역부서로 발령 받고 저의 첫 번째 OJT 교관은 같은 부서의 여직원이었습니다.

아주 중요한 거래 계약이나 발주를 제외한 웬만한 업무는 대부분 그 여직원의 손에서 해결되는 이른바 “실세”였지요.

저보다 입사년도도 5~6년 빨랐고 전화 온 에이전트들도 대부분 그 여직원을 찾습니다.

장부정리도 칼 같았으며 은행 업무부터 최종 통관 업무 까지 그야말로 눈감고도 척척 해낼 정도의 베테랑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여직원은 상고출신이었으며 저 보다 나이도 조금 어렸습니다.

(결코 전문계고교 졸업자를 폄하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소위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저보다 수 십 배 똑똑한 ,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원인 것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소위 군대말로 “짬밥”입니다.

“경험” 인 것이지요.

 

 

비록 외국인을 상대로 회화가 서툴고 영문서류의 작성에서 가끔 실수를 하더라도 적어도 처음 얼마간은 저보다 수 십 배

나아보였습니다.

처음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회사 무역부서에서 인정받는 직원이 되기까지 그 여직원이 흘린 땀과 눈물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분량일 것입니다.

그 여직원은 입사 후 OJT 시간에 또 얼마나 많은 서러움을 겪었겠습니까.

 

 

그리고 그 여직원은 저의 동료이기도 하지만 경쟁자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신입사원으로서 아무 것도 그 여직원에게 줄 것이 없습니다만 그 여직원은 피땀 흘려 배운 귀한 지식과 경험을

저에게 공짜로 넘겨야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겠지요.

그리고 그녀의 지식이 저에게 넘어오는 만큼 업무의 무게추도 저에게 그만큼 기울어진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으니

OJT 중에도 끊임없는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려는 자 , 자기의 패를 완전히 내 놓기 싫은 교관과 밑천까지 완전히 긁어가려는 신입직원들의 수 싸움이

지금도 수 없이 많은 사무실에서 Live 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음편에서는 OJT 마무리와 첫 기안(起案)에 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 to be continued if you wa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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