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노하우


경차와 함께하는 법 (1)

2012.12.28 00:31

iris 조회:3771

쓰는 사람을 빼면 읽는 사람은 재미 없고 별 영양가 없는, 자칭 ‘강좌’가 또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강좌는 ‘쓰고 싶으면 올리고 재미 없으면 마는’ 타이밍으로 연재가 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는 ‘똥개’로 부르는 경차 한 대를 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차, 정확히는 경형 승용차는 환상의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반대로 비아냥과 멸시의 대상도 되는 두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초보나 타는 차’ 또는 ‘영업용으로나 쓰는 차’라는 인식이 강하고, 우리나라는 ‘차 크기 = 부와 명예’라는 생각이 지나칠 정도로 강해 사회 초년생도 중형차를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는 우리의 도로 교통 시스템이 그렇게 만든 면도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경차에 대한 인식이 여러모로 뒤틀려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자칭 강좌는 지금 첫 차 또는 세컨드 카로 경차를 생각하시는 분 또는 차종은 정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차를 사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경차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지 적어봅니다. 물론 좋은 소리보다는 나쁜 소리가 더 많을 것입니다만, 현실을 정확히 깨달은 뒤에도 좋아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궁합이 잘 맞게 된답니다. 무작정 좋은 것만 듣고 환상을 갖는 것은 NG, 나쁜 이야기만 듣고 욕부터 하는 것도 NG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과거에 자유게시판에 썼던 아래 글의 확장 & 연장선에 있는 글입니다.


http://www.kpug.kr/index.php?document_srl=686582&listStyle=gallery&mid=kpugfreeboard


* 경차란 무엇인가

모든 것은 ‘알아야 산다’입니다. 일단 경차라는 넘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것도 알아야 하고 욕하는 것도 모르고 하면 반격의 원인이 될 뿐입니다. 일단 경차라는 것이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무엇인지 한 번 따지고 넘어갑니다.

대한민국의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1’에는 자동차의 종류별 정의가 있습니다. 여기에 적혀 있는 경형자동차의 정의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배기량은 1,000cc 미만일 것.
- 크기는 길이 3.6m, 폭 1.6m, 높이 2m 이하일 것.

이게 끝입니다. 마력 제한 같은 것은 우리나라의 경차 규격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크기와 배기량에 대한 제한만 있을 뿐 마력이나 연비, 터보차저 유무 등 다른 제한 사항은 없습니다. 즉, 위의 크기 또는 그 보다 차를 작게 만들고 배기량만 1,000cc 미만으로 엔진을 만들면 그것이 경차가 됩니다. 반대로 이 규격에 하나라도 미치지 못하면 경차로서 분류를 하지 않습니다. 벤츠 스마트 포투는 국내에서 경차로 취급을 받지만, 이번에 폴크스바겐에서 내놓은 업(Up!)은 경차가 아닙니다. 다른 부분은 경차 기준을 만족해도 폭이 1.65m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경차의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경우 그 보다 기준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길이 3.4m, 폭 1.48m, 높이 2m에 배기량은 660cc가 한계, 여기에 더해 64마력의 출력 제한까지 붙습니다. 일본 안에서도 '멍청한 공무원들이 만든 규격'이라고 비난을 한가득 받는 제한 사항인데, 보통 일본산 경차하면 갖는 '엄청난 연비, 터보차저는 기본'은 기술력이 매우 뛰어나서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규격이 이모양 이꼴이다보니 저배기량 엔진에 종전 차량 설계를 적용하면 힘이 떨어져 아무도 사지 않을테니 배기량을 늘리지 않고 마력 한계까지 출력을 끌어내기 위해 터보차저를 눈물을 머금고 넣게 된 것이며, 연비가 나쁘면 역시 경차를 사지 않을테니 최대한 차량을 경량화하여 연비를 높인 것에 불과합니다. 즉, 어떻게든 경차를 팔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눈물을 머금고 노력한 결과가 지금의 일본 경차의 모습일 뿐 일본 정부의 정책은 우리나라 경차 정책보다 한참 뒤쳐집니다. 덤으로 연비 역시 우리나라 뺨칠 정도로 거품이 심한 일본 공인 연비라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여간 우리나라 경차 규격은 크기 제한은 있지만 마력 제한은 두지 않고 있어 1,000cc급 GDI 엔진에 터보차저를 얹는 것도, 1,000cc급 디젤 엔진에 VGT를 얹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철저한 승용 경차'로서 지금 국내에 국내 제조사가 파는 터보차저 경차는 없습니다. KIA 레이는 터보차저가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하실 수 있지만, 원래 레이는 모닝처럼 철저히 승용으로 설계한 차량이 아닌 과거의 ASIA 타우너의 뒤를 잇는 상용/승합차의 성격을 더 강조한 차량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승용으로 레이를 모는 사람들에게 레이의 상용차화는 절대 반대 사항이지만, 일단 차량의 설계 목적이 상용차로서의 성격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경차에 터보차저를 넣게 되면 우리나라의 차량 설계 컨셉(고배기량, 상대적으로 무거운 차체)을 생각하면 연비 개선 효과는 없거나 미미하겠지만 고속도로나 언덕길에서의 주행 성능은 거의 준중형급에 이를 정도로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 경차의 법적인 혜택은 무엇인가?


경차는 철저히 이동성을 중심으로 한, 실속 위주의 자동차입니다. 주차장이라는 효율성이 낮은 토지 이용 방법을 생각할 때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배기량이 커 환경오염에도 악영향을 주는 대형 차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경차는 법적으로 몇 가지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음에 적겠지만, 경차는 '연비'가 좋아 타는 차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적은 법적인 혜택의 장점이 더 큰 편입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경차의 혜택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1. 취득세, 등록세, 특별소비세, 교육세, 도시철도채권(지역마다 다름) 면제

- 말 그대로 차를 살 때 내야만 하는 이런 세금들을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이는 중고차 거래에도 적용이 되어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자동차 경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정부가 내거는 특별소비세 한시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약간의 단점(?)도 있습니다.


2. 모든 유료도로(고속도로, 고속화도로, 터널 등) 통행료 50% 감면
- 경차는 최고 속도가 낮고 고속 주행의 연비가 떨어져 고속도로 주행에 불리하다고 하지만, 이 통행료 감면이 고속도로에서도 경차의 가치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광주까지 민자고속도로를 거쳐 가게 될 경우 거의 편도 2만원에 가까운 통행료를 내야 하지만, 경차는 1만원 미만의 통행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는 고속도로 이외에 여러 고속화도로나 터널에도 적용이 됩니다. 즉, 남산 1호나 3호터널 통행료(정확히는 혼잡통행료), 미시령터널 통행료 역시 절반만 냅니다.


3. 모든 공영주차장 주차비 50% 감면
- 시내에 차를 몰고 나갈 일이 많을 때도 꽤 장점인 부분이 공영주차장 주차비가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주차 그 자체가 꽤 어려운 것이 도심이기는 하나, 일단 공영주차장만 찾으면 주차비에 대한 부담이 꽤 가벼워집니다. 다만 주차장 관련 부분은 도로와 달리 민간 주차장에는 적용이 되지 않기에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또한 이는 거주자우선주차 및 그 목적의 공영주차장 월차 계약에도 똑같이 적용이 되어 절반 요금만 내면 됩니다. 덤으로 일부 지하철역에 있는 환승 주차장은 80%까지 할인이 됩니다. 다만 이 제도를 모르는 공영주차장도 가끔 있기에 만약 요금이 이상하게 많이 나온다면 '경차인데요~'라고 꼭 말해줘야 합니다.


4. 거주자우선주차 및 그 목적의 공영주차장 배정에서 가점 부여

- 아파트 거주자가 아닌 단독주택 또는 빌라 거주자는 동네 주차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럴 때면 일단 돈을 내더라도 '내 자리'를 주장할 수 있는 거주자우선주차가 탐이 나는데, 이것도 대부분 3~5배의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 때 경차는 이러한 주차 공간 배정에서 가점 대상이 됩니다. 우선적으로 거리가 1차 기준이 되나, 나머지 기준이 동일할 때는 경차 소유주가 대형차 소유주에 비해 우선 순위를 갖게 됩니다.


5. 경차사랑카드

- 위대하신 대통령 가카께서 만들어주신 얼마 되지 않는 좋은 일입니다. 경차 소유주는 한 세대에 딱 한 대의 경차를 갖고 있다는 조건 아래 1년에 10만원 한도 안에서 1L당 250원의 유류세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됩니다. 400L라는 기름은 출퇴근용으로 쓰면 금방 쓰는 것이기는 하나, 5만원의 기름을 넣으면 청구할인 형식으로 41,000원 내외의 돈만 나가는 만큼 느끼는 비용 절감 효과가 꽤 큽니다. 다만 이 제도는 한시적인 것이기에 서강대 공대녀께서 이 정책을 계속 유지할지는 의문이기는 합니다.


6. 10부제? 그딴거 없다

-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10부제 또는 5부제 형태로 차량 출입을 통제합니다. 하지만 경차에게 그런 제한은 없습니다. 경차는 10부제의 강제 시행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차량 번호를 이유로 출입을 막는 공공기관이 있다면 직원에게 '경차는 10부제 적용 안받는데요~'라고 당당히 말하면 됩니다. 단, 2부제같은 '경차? 그딴거 없다'라고 정부에서 강제로 한시적으로 지정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7. 그리 티가 나지 않는 기타 혜택

- 일단 경차는 자동차세가 적게 나옵니다. 800cc급은 1cc당 80원., 1,000cc급은 1cc당 100원의 세금을 냅니다. 워낙 세금이 적기에 1년에 두 번 내는 자동차세도 6월에 딱 한 번 나옵니다. 또한 책임보험에 한해 할인 혜택이 있는데, 사실 3~5만원쯤 줄어드는 효과이기에 작은 것은 아니지만, 많이 티가 나지는 않습니다.


- 2부에서 계속... -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59 [여행]여행때 유용한 깡통 오일 버너 DIY [17] yohan666 02.25 3843
158 USB 꺾임 젠더 [10] file onthetoilet 03.08 3852
157 살림 하는 남자 준용군의 자취방 구하기 [9] 준용군 03.21 3865
156 부모님 위한 어플 소개해드려요~ [4] 상키스트 11.30 3894
155 한강 공원에서 수입맥주 즐기기 [8] file TX 08.18 3909
154 2만원으로 뚝딱 만들어 보는 미니 스튜디오 [13] file yohan666 02.07 3994
153 온라인 한글 입력기.. [2] 건설노무자 02.04 4010
152 주민등록표 등·초본 발급사실 본인에게 통보 [5] file 인포넷 11.23 4078
151 [RC강좌]QR 레이디버드 V2 호버링 연습 비디오 [12] yohan666 04.07 4114
150 로지텍 A/S를 TGS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되었네요. [2] Lock3rz 04.22 4243
149 경차와 함께하는 법 (4) [15] iris 01.15 4261
148 마우스 번지를 사기엔 돈이 아깝고. 마우스는 편하게 사용하고 싶고.... [4] file 60억낚시꾼 01.01 4404
147 똥개 주인이 쓰는 중고차 구매 이야기 (2-4) - 자동차보험은 어떻게 들어야 할까? [2] iris 05.27 4470
146 현관문이 잘 안잠기고 뭔가 걸리는 느낌일때 WD40으로 [10] SON 03.23 4536
145 맛있는 치즈 파치킨 바게트 [1] file 스파르타 05.05 4614
144 자신의 컴퓨터에 깔려있는 어도비 플레쉬 플레이어 버전 체크하기 file yohan666 05.11 4657
143 [여행]중국 비자연장을 할때 필요한것, 쉬운곳, 어려운곳 [10] yohan666 03.07 4690
142 경차와 함께하는 법 (2) [13] iris 01.01 4698
141 정전식 스타일러스 만들기 [27] file Lock3rz 02.18 4746
140 똥개 주인이 쓰는 중고차 구매 이야기 (2-1): 자동차의 기본 제원 보기 [10] iris 03.01 4754

오늘:
302
어제:
851
전체:
15,1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