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및 구매후기


저는 전자기기에 크게 집착하는 편은 아닙니다. 전자기기를 만지는 것은 좋아하지만 성능 자체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달성하는 데에 큰 부족함이 없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하고 필요한 기능만 다 갖춰져 있다면 성능이 떨어져도 별 생각없이 구해서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기가 필요최소한의 품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상정한 이야기입니다. 성능은 좀 부실해도 버틸 수 있지만 기계 자체가 1년도 버티지 못할 정도의 품질인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것은 저 말고도 대부분의 전자기기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가절감 경쟁이 극심해진 나머지 최근의 중국제 저가 타블렛들 중에는 이러한 품질이 심하게 떨어지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사용패턴에 따라서는 1년은 커녕 반년을 채우기 힘든 수준인 경우도 있으며 결과적으로 오히려 사용자에게 있어 더 큰 비용부담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 Trio Stealth G4 7.85" 타블렛도 그러한 경우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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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o Stealth G4 7.85"는 흔히 볼 수 있는 저가형 중국제 타블렛 (의 미국 수입품)입니다. 구형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7.85 인치 XGA급 액정을 갖추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4.4 킷캣, 512MB 램, 8GB 플래시 메모리, Allwinner A31S CPU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면과 후면에 카메라를 갖추고 있으나 둘 다 고정초점에 별로 쓸만한 품질은 아닙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만..) 측면에는 SD카드 슬롯이 있으며 상면에는 3.5mm 이어폰 잭, MicroUSB포트, 볼륨 조절, 전원버튼이 있습니다. 중국 타블렛이 흔히 지원하는 HDMI출력은 지원하지 않으나 블루투스는 지원합니다. 2015년 9월 중순에 구매했으니 대략 5개월이 지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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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블렛은 기능에 있어서는 제가 기대한 수준의 구실은 제대로 해 내 주고 있습니다. 비록 액정은 아이패드 미니랑 크기만 같고 품질이 더 떨어지는 액정이지만 PDF를 읽는 데에는 차질이 없으며 일단 PDF로딩속도도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은 수준입니다. 또한, 싸제 케이스를 입히고 블루투스 키보드(이 경우 HP T800케이스용 키보드를 사용함) 을 달아주면 간단한 웹서핑이나 SSH용 머신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램이 512MB라서 앱이나 인터넷 탭이 리프레시가 잦고, 원가절감 때문인지 IO성능이 굉장히 떨어져서 파일 입출력시 심각한 버벅임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작업을 많이 오가지만 않는다면 크게 지장은 없는 수준입니다. 사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요즘의 8인치급 안드로이드 타블렛이라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 타블렛 초기에는 이리저리 까다로운 물건들도 많았지만 시장이 충분히 성숙한 지금에 있어서는 어지간한 구형 타블렛을 사지 않는 이상은 이정도 기능은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타블렛은 제가 그간 사용해 본 동급 전자기기들 중 가장 실망스러운 물건 중 하나였습니다.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펌웨어의 품질

     -잔 버그

     -보안성

-USB포트의 내구성

-배터리의 수명 저하.


일단 펌웨어가 불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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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펌웨어는 Softwinner라는 업체에서 Allwinner용 펌웨어를 개조해서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대충 빌드된 탓에 타블렛에 존재하지도 않는 기능들이 메뉴에 떠 있거나 일부 메뉴의 경우 분명 라디오버튼을 눌러 기능을 활성화했는데 실제로는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름 사용자를 배려한다고 SD카드 관련 기능들이 개조가 되어 있어 킷캣에서 보통 기본으로는 안 되는 SD카드 RW같은 것이 손질 없이 바로 동작하기는 하는데 이 부분들이 엉성하게 되어 있어 이러한 기능을 이용할 경우 오히려 타블렛이 이상동작을 일으킵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앱을 SD카드로 옮겨둔 상태에서 플레이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업데이트하면 기기가 리부팅되는 증세가 있습니다. 외에도 저장 파티션이 1기가로 잡혀 있어 요즘 기준으로는 앱을 많이 설치하기 힘듭니다. SD카드 이동 기능의 경우 위에 적은것처럼 버그가 있고 지원하는 앱도 제약적이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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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정도는 중국 타블렛이니 그러려니하고 봐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고 이 제품의 기본 펌웨어에는 보안 결함으로 보이는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특히 기본 내장 프로그램들 중에 보안 문제가 있는 물건들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동영상 플레이어의 경우 업데이트용으로 자체 푸시서버를 돌리고 있는데 이 푸시 서버가 가리키고 있는 URL 주인이 없는 물건입니다. 실수로 잘못 바꾼건지 아니면 관련 업체가 없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해당 URL을 점유하고 악성코드를 발신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메모리를 점유하는 것은 덤이고요. 거기에 기본 설치된 앱들 중 용도가 명확하지 않으면서 과다한 권한을 요구하는 앱이 몇 있습니다. 심지어 이 앱들은 플레이스토어에 있다 쫒겨난 상태이며 일부 사용자는 이에서 멀웨어로 볼 수 있는 기능을 찾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관련 글: https://electroniaychinas.wordpress.com/2015/06/03/tablet-android-demo-malware-adware-y-otros-wares/ ,원본 글은 억세스를 위해 타 사이트에 로그인이 필요함). 이 앱들은 대충 레노버 노트북 사건 때와 비슷한 수준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어 보입니다.


뭐, 제 경우 이 앱들은 금방 삭제해버렸으니 (위 스크린샷들은 구매 당시에 다른 사이트에 올린 스크린샷입니다.) 이 부분도 참아줄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USB포트와 배터리 문제만큼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MicroUSB 포트가 굉장히 허약하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결국 외장배터리로 충전하던 중에 누적된 충격으로 케이블이 쉽게 빠지게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도 아슬아슬했는데 지금은 타블렛을 뒤집는 것 만으로도 케이블이 빠지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사용한 5개월동안 배터리의 수명은 대략 5시간에서 2시간가량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당연하지만 소프트웨어 공장초기화를 해도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배터리 자체의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구조상의 이유로 usb에 대충 꽂아두는 것 만으로도 충방전이 반복해서 일어난다거나 뭐 그런 이유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국제 호환 휴대폰 배터리같은것은 몇번 쓰면 수명이 확 줄어드는 물건이 있는데 아마 그런 배터리가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5개월만에 수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무리 저가 타블렛이라고 해도 이렇게 수명이 빨리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교체주기가 짧아져서 비싼 타블렛보다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 있는데다 이렇게 짧은 기간만 가동하고 버려지는 기기들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지구의 환경에 있어서 긍정적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느정도 품질에 신경을 쓰는 저가형 타블렛 업체들까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은 둘째 치고 말이지요.


저가형 타블렛 시장은 레드오션이며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싼 부품을 사서 사용하게 됩니다. 이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것은 도가 넘은 수준이며 이렇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장기적으로 제작사에 있어서도, 사용자에게 있어서도, 그리고 지구의 환경에 있어서도 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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