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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니체, 스피노자

2017.07.21 01:00

SYLPHY 조회:659

요 몇 년간은 플라톤에 빠져서 살았던 기억입니다.

특히나 플라톤은 영어 번역이 좋은게 많아서 읽어본 책은 모두 영어로 봤습니다.

한국어는 번역이 잘 된게 드뭅니다.

모 대학 철학과 교수님도 제대로 된 번역본이 거의 없다는게 너무 아쉽다고 하시네요.

대학교에서 수업하려면 최소한 영어책으로 수업해야 하는데,

대부분 철학에 관심 없는 학생들이 입학하다 보니 한국어 책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그러면 수업 내내 거의 오역 교정하다가 한 학기가 끝난다고... (물론 과장이지요)


아무튼, 플라톤의 책은 영어가 워낙 쉬우니 관심 있으시면 영어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펭귄 클래식이나 옥스포드나 둘 다 괜찮습니다.

19세기 번역본은 저작권이 없어서 저렴이판도 있는데, 19세기판은 아무래도 문체가 요즘과 달라서 이질감이 있긴 합니다.



잡얘기가 길었네요.



최근에는 칸트, 니체, 스피노자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시작은 칸트였습니다. 정언명령이라는게 있는데요.


첫째. 자신의 행동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이는 보편접 법칙이 되어야 한다.

둘째. 인간을 절대로 단순한 수단으로 다루지 말고, 언제나 한결같이 목적으로 다루도록 행동하라.


이 말이 있습니다.

참 좋은 말이예요.

일견 간단해 보이기도 하는데, 곰곰히 보면 참 지키기 힘든 말입니다.

저도 오늘하루 인간을 수단으로 보고 행동한게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칸트만 읽으면, 두 번째 정언명령을 다른 사람에게 주로 적용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에리히 프롬의 책 몇 권을 읽고 나니

정언명령 두 번째는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칸트도 정언명령 두 번째를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라 말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책들을 읽으니, 포커스가 나 자신에게 더 오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에게 정언명령 두 번째를 적용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나 자신을 수단으로 보지 마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소명, 혹은 미션이 무엇인가요?

저는 아직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에리히프롬은 인생의 소명/미션을 찾는게 인류 철학의 역사라고 말할 정도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런데, 소명이나 미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은 많습니다.

특히나 현대사회는 이런게 물질로 많이 표현되지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


행복해지려면? -> 돈이 있어야 한다. 내 집이 있어야 한다.

자유롭게 살려면? -> 회사에 구속받지 않아야 한다. 회사 안 다녀도 먹고 살만한 돈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삶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물질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복해지려면, 자유로워지려면 그에 상응하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가 되죠.


결국 나 자신을 돈 버는 수단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지만, 행복을 위해 스스로를 착취하고 스스로를 돈 버는 수단으로 씁니다.

칸트의 두 번째 정언명령, 인간은 그 어떤 경우라도 수단으로 다루지 말고 목적으로 여겨라.에 어긋납니다.


(여담이지만, 한병철씨의 피로사회, 투명사회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서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착취하면서 살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에리히 프롬은 현대 사회 (1930년대를 말합니다.)에서 사람은 본질로 평가받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평가받길 원한다고 합니다.


즉 '어느 직장의 누구', '어떠한 커리어를 가진 전문가'와 같이, 그 사람의 본질을 평가하지 않고 사회적 입지로 평가받길 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거기에 알맞은 가면을 써서 '진짜'같이 연기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이 부분도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저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자기 자신을 착취하며 살아왔습니다.

제 자신의 본질이 형편없음을 알았기에, 사회적인 입지로 평가받기 위해 스스로를 착취하며 살아왔습니다.


아직도... 오늘도 저는 그렇게 살고 있고요.

이런 삶이 올바르지 않다는걸 자각하고 있지만, 고치기도 참 어렵습니다.

고치려면 다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가장 어렵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해 기계를 만들고 여분의 시간을 낸다.

하지만 기계가 일을 대신해 줘서 생기는 여분의 시간에 무얼 해야할지 몰라 허둥댄다.

그래서 그들은... 그 경이로운 기계를 추앙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요즘 구글의 딥러닝이 떠올랐습니다.

이 업계에선 대단하거든요. 따라갈 수도 없을 정도로 대단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쪽 연구자들은 구글을 거의 추앙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글이 연구하는 분야는 피하는 움직임도 있고요.



칸트, 스피노자, 니체, 에리히 프롬...

참 좋은 책을 많이 낸 분들입니다.

(플라톤도 정말정말 좋습니다. ^^ 언제 읽어도 감동...)


많은걸 느끼게 해 주는 분들이예요.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내 삶의 소명을 찾아라.' 요즘 저의 모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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