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New York
2017.09.07 05:59
읽어보신 분도 계실테고 뭔가 하는 분도 많으실테죠. 블로그이고, 책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뉴욕에 사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사진으로만 담다가, 이들의 짧은 이야기까지 모으기 시작해서.. 이젠 일이 너무 커져버린 Brandon Stanton (철자가 맞을래나)이란 사람이 시작한 일입니다.
참 가슴아픈 얘기, 따뜻한 얘기가 많은.. 인터넷 시대의 닭고기국물 같은 곳인데요.. 이분이 선거운동에 한창이던 도날드 트럼프 (예.. 현 미쿡 대통령입니다 -_-;;) 보라고 페이스북에 쓴 글이 또 명문입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고 해요.
https://www.facebook.com/humansofnewyork/posts/1207382856002479
이게 그 주소고 클릭하면 페이스북으로 갑니다. 영어의 압박이 있기는 한데 한번쯤은 원문으로 읽어볼 만도 합니다. 번역이란건 원문의 맛을 살려줄 수가 없기 때문이고, 제가 번역을 한대도 원문의 맛을 조금이나마 살릴 수 있을것 같지 않아서 이기도 합니다.
트럼프씨에게,
저는 정치적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저는 이번 대선 후보들을 인터뷰 하는 것도 거부했고, 이런 접전이 펼쳐지는 선거에서 누구의 편을 들어서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지금은 때가 아니야'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폭력과 편견에 반대하는 데는 특별한 때가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특별한 때라는 것은 언제나 '지금' 이죠. 수백만의 미국 시민과 함께 트럼프씨를 반대하는 것은 더이상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반대하는 것은 도덕적인 행위입니다.
저는 당신이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사진을 퍼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당신이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당신이 백인우월주의를 거부한다고 주장하는데 48시간이나 걸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저는 또한 당신이 즐겁게 폭력을 장려하면서, 당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소송비용을 대주겠다' 고 떠드는 것도 보았습니다. 당신이 테러리스트의 가족에 대한 고문과 살해를 지지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회교도를 돼지 피를 묻힌 총알로 처형하는 것을 즐겨 얘기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회교 난민을 뱀떼에 비유하면서 그들은 우리를 미워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트럼프씨, 저는 언론인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이란, 이라크,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무작위로 정한, 수백명의 회교도들을 깊이있게 인터뷰해 왔습니다. 또한 7개국에 걸친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 수백명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결과로, 미워하는 사람은 바로 트럼프 당신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런 일들에 관심을 기울여온 우리에게 당신은 당신을 재포장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국민을 화합하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은 대통령 감도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이 최근 몇달동안 즐겨 조장한 당신에 대한 증오의 희생양 또한 아닙니다. 당신은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증오와 편견을 조장해온 사람입니다. 앞으로 몇달동안 당신의 말들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뱀발..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몇달동안 당신은 말을 바꾸겠지만 당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뱀뱀발. 이 홈피를 머릿글자만 따서 HONY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걸 그냥 읽으면 살짝 야리꾸리한 단어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뱀뱀뱀발. 편의상 높임말로 번역을 했지만 이글의 한줄 요약은 "트럼프, 너는 말종이야" 입니다.
코멘트 7
-
이지성
09.07 08:54
지난 미국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쓴 글인데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네요. 얼마 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테러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양비론적인 태도를 취해 큰 비난을 받았는데 위 페이스북 글을 보니 트럼프의 이런 행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는 얘기네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이 때로는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트럼프는 정말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사드사랑
09.07 09:21
저는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박근혜, 이명박은 물론 노태우와 전두환에 박정희과 하와이리 까지 머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어떻게 독재자들은 이렇게 비슷할까요.
-
이지성
09.07 12:32
사드사랑님! 위 링크된 페이스북 글의 You are not 'presidential'.이라는 문장을 '당신은 대통령 감도 아닙니다'라고 번역하셨는데, 맥락 상 정확한 번역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지난 미국 대선 전 공화당 당내 경선 토론에서 트럼프가 제 기억이 맞는다면 마크 루비오에게 대략 'You are not a presidential material.'이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혹시 미국에서 '대통령 감'이라는 의미를 'presidential material'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나요? 한영사전의 presidential 항목을 보면 'a presidential timber'(대통령 감)라는 표현은 있는데 'presidential material'이라는 예는 보이지 않네요. 이 표현을 한번 듣고나서 지금까지도 계속 그 의미가 궁금해서 하는 질문입니다. 좀 생뚱맞은 질문이기는 하네요.......
-
사드사랑
09.08 02:06
옛날에 우리말 퍼즐 풀다가 아 내가 영어를 절대 잘 할 수가 없구나 라는 깨달음을 준 문제가.. 두칸에 채워넣을 '눈물의 씨앗' 이었습니다. (할할재 인증입니다만) 이 문제의 답은 아는 사람은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여간 공부해서는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죠. 2차대전때 미군에 숨어든 독일군을 찾아내는 질문이.. 스누피 주인이 누구야 라는데요. 살짝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제가 미국에 온지 20년이 조금 넘어가지만 영어는 저에겐 영원히 외국어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서 느끼는 것은, '숙어'라는 것은 감이지 책에서 배우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영어 배우면서 열심히 외었던 숙어나 용법 문법들이 실은 각 단어에 녹아있는 어감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사용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죠. 머리를 쥐어뜯게 하던 동명서/to부정사 구분해서 쓰기나 speak, say, talk, tell의 차이를 설명해라 뭐 이런 웃기는 영어문제가 He talks a lot but doesn't say any. 같은 문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지.
timber나 material이나 재료 라는 어감이 있기는 한데, 요즘 생활에 실제로 timber를 쓸 일은 없기때문에 presidential material이 더 보편적으로 와닿지 않을까 합니다. 어감상 timber의 크기가 더 크다는 느낌이 존재하기는 하는데, 그게 좋은 느낌일 수도 있고 나쁜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 호주 수상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때, 인도네시아 신문에, 호주에서 흰코끼리 (인도네시아에서는 상서로운 동물)가 방문했다 라고 기사가 났답니다. 호주에선 흰코끼리란.. 보긴 멀쩡하지만 처치곤란인 쓰레기 란 뜻인데 호주사람들이 그 신문기사를 보고 공감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
이지성
09.08 08:58
사드사랑님! 영어 책이나 논문을 읽으면서 자주 영어사전의 한계를 절감하곤 합니다. 영어 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이미 사용중인 단어나 표현이 있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어떤 단어나 표현은 사전에서 맥락에 맞는 적절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아마도 그 언어가 사용되는 맥락에서 벗어나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전자사전 여러개를 사용하면서 가능한 적절한 의미를 찾아 보려고 노력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질문했던 문제도 아마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미 사용 중이지만 사전에는 등재가 안된 경우일 수도 있겠네요. 자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위 댓글에서 닉네임을 착각했습니다.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사드사랑
09.08 10:14
:) 제 닉이 좀 생뚱맞죠 ? 요즘 더 생뚱맞아지고 있습니다. 다 이유가 있는 닉입니다만.
결국 언어는 문화다 라고 배우고 있습니다. 사전을 사용하신다면 영영 사전 만이 답입니다. 일단 우리말로 번역되는 순간 사전의 역할은 사라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말은 늘 변하는데 번역을 거쳤다는 얘기는 이미 상당히 오래 되었다는 얘기거든요. 우리나라 사전들 보면 옛날 사전보고 만들었다고 자랑하기도 합니다. ㄷㄷㄷ
얼마나 살아야 오타쿠가 일어하듯 영어를 할 수 있을지. -_-;
-
이지성
09.08 12:30
외국어를 습득한다고 하는 게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교재와 사전에 의지해 외국어를 배울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맥락(문화)에서 분리된 상태에서 과연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를 제대로 습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영어의 경우도 영영사전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글을 읽을 때는 의미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영한사전을 펼쳐 보게 됩니다. 분명히 영한사전의 한계는 분명한데 모국어의 편리성 때문에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절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