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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랄까, 이제 뭔가 딱 해보고자 하는 열의가 어느 순간 갑자기 차갑게 식었습니다.  뭘 봐도 심드렁하고, 무슨 계획을 봐도 지친다는 생각부터 먼저 들고, 무슨 소리만 들으면 심장부터 벌렁거리고......그냥 귀찮습니다.  모든게.  그리고, 업무와 관련해서 만나는 사람들.....이제는 뭐랄까 인간에 대한 환멸이랄까, 그런게 느껴지는 정도.


  솔직히 정신적으로 요즘 좀 괴롭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상담을 좀 받아 보고 싶은데, 여건 상 그게 되지 않아서 일단 심리 상담센터에 예약은 해 두었습니다.  제 생각에 우울증 비슷한 것에 발끝이 살짝 닿아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년이 넘게 이 업계에서 참 치열하게 살았습니다만, 이제 뭔가 끝이 보이는 듯 합니다.  그만하고 싶어요.  아니, 기술적인 부분, 개발 이런 건 열의가 좀 식었을 뿐 할려면 계속 하기는 하겠죠....


  근데, 이제 정말 인간이 싫습니다.  '고객'이라는 이름을 뒤집어 쓰고, 마치 자신들이 제 삶의 주인이기라도 한 양, 저의 육신과 정신을 휘어 잡고자 하고, 그것들을 끊임없이 갉아 먹고 있는 그 사람들이 이제 정말 지긋지긋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쌓여 가다가 정신이 훼까닥 하면 손에 뭐하나 불끈 쥐고 찾아가게 되는 걸까 싶을 정도.   도대체, 서로 간에 해야 할 일의 경계도 구분도 없고, 책임과 의무의 대상도 우습게 설정되어 있는데, 일을 하자는 건지 그냥 샌드백이 필요한 건지.....그 걸 뻔히 보고도 그게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고위층까지.  놀랍다가, 실망하다가, 이제는 그냥 환멸단계.  저 정도 였나........


  진작에 국내 고객 모조리 싹 정리하고 해외 쪽 사업만 하자고 했던게 받아 들여져서 실행되었다면, 이렇게 비참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도대체 얼마나 더 고통 받아야 되는 건지 감도 안 옵니다.  나이 든 세대가 비껴나가고 젊고 합리적인 세대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이제는 다 접혔습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배웠는지 그들의 갑질은 더 정교하고 교묘하면서도 악날해져만 갑니다. 


  한 사람의 역량과 인격이 그 사람이 속한 조직의 규모에 묻히고, 모든 관계는 '돈'을 주는 자와 '돈'을 받는 자만으로 구분된 업계의 인간관계.    돈을 받는 자의 합리성은 돈을 주는 자의 권위 앞에서는 한 줌 의미도 없는 그런 참담한 관계.  그 관계 속에서 돈을 주는 자의 권위 만으로 모든 의무와 책임에서 자유롭고, 이 모든 것을 돈을 받는 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웃기기 그지 없고, 그에 저항하고 자 할 때 돌아오는 위협, 그리고 그 위협의 실행은 도덕군자가 아닌 이상 판을 엎고자 하는 생각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제 정신이 지금 안정되지 않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매출 20~30%......앞으로 반기 이내에 저들 모두를 정리하고 해외 사업에 집중하지 않는 이상..........저들하고 더 일하느니 그냥 접고 김밥장사 할랍니다.  (김밥장사가 쉽다거나 비하하는 거 아닙니다.  제가 김밥 좋아하고 잘 맙니다.)  뭐, 맷집 좋은 전직 콜센타 직원 데려다 쓰겠죠........


  우울하네요.  


  인간, 인간 관계에 대한 환멸감이라 더 우울 하네요.....


 우울한 이야기 죄송합니다.  뭔가 '글'이라는 걸 쓸 수 있는 곳이 여기 밖에 없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 하나가 쏟아내고 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맘이었다고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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