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외노자 생활 청산하고 집으로 갈 수 있게 된 듯합니다.
2018.12.04 11:00
이곳 중국에 나온지 이제 대략 8개월을 지나 9개월로 접어드네요.
사실 이렇게 오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급하게 나오게 되었고, 나와서 하게 된 일들이 생소하고 어려운 경우도 있었지만, 나름 흥미롭고 보람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다만, 결혼 한지 벌써 19년차, 혼자서는 19년 만에 처음이라 혼자서 하는 모든 일이 낮설고, 불편하고 외롭긴 했습니다. 처음엔 간단히 음식도 만들어 먹곤 하면서, 그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집사람을 안심시키기도 했었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일도 환경도 익숙해지면서, 중국의 환경과 문화가, 출장 며칠은 몰라도 아예 생활하기엔 견디기 쉽지는 않을 정도로 이질적이라는 생각(특히 담배)에 힘들기도 하고, 혼자라는 외로움에 뭘 해 먹은들 뭘 사먹은들 컵라면 하나 끓여 먹는 거나, 컵밥하나 데워먹는 거나 차이도 잘 느끼지 못할 만큼 정신적으로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얼마나 더 오래 이런 방식으로 이곳 현재의 일과 제 본연의 일을 병행해야 할 지도 막연하고, 향후 일정이나 스스로에게 더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답답해지기 시작할 무렵, 큰아이가 이제 곧 고3이 된다는 것도 고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귀국하려고요. 한 사람에게 꽤 여러가지 역할이 기대되는 고만고만한 작은 회사이지만, 또 그런 특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인 상황에서, 회사가 부여하는 역할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건, 저와 같은 세대, 그리고 저와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선뜻 쉽게 말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만, 이제 여기 생활을 더 이상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회사에 말을 했습니다. 비록 작은 회사지만, 제 직책에서 이와 같은 역할 포기 선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무언가 더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으므로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월말까지는 있어야 합니다만, 어쨋든 이제 돌아갈 수 있게 된 듯합니다. 누가 이 자리에 와서, 어떻게 이 일을 막아 낼 것인지에 대한 뒷수습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늘 그렇듯 조직은 누구 하나 빠진다고 안 돌아가진 않죠. 회사 내의 누군가에게도 싫은 일일 수 있지만, 회사 내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겁한 합리화도 해 봅니다.
어쨋든 올해가 가기 전에 저는 집으로 갑니다.
다행입니다.
코멘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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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다
12.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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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2.04 11:54
감사합니다. ^^ 그저 기쁘고 좋습니다. ~~
여기 있으면서 그래도 운동 꾸준히 해서 개선된 건강을 가지고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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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12.04 12:39
고생 많으셨습니다. -
냉소
12.04 13:35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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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로스
12.04 12:53
고생 많으셨어요. -
냉소
12.04 13:35
감사합니다. 이제 간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너무 안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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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12.04 13:47
Welcome Home ^^
집만한곳은 없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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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2.04 13:50
그럼요 그럼요.
제가 여기 나와서 빨래니 청소니 음식이니 하면서 느낀게....
와...내가 집에서 이거 반만 했어도 마누라가 나 업고 다닐라고 할 텐데....였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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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12.04 17:49
아휴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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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2.04 17:55
감사합니다. 이제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이제까지 힘들었던 것들은 그냥 눈녹듯 사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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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준용군
12.04 18:34
그리운 가족품으로 이제서야 가시나 봅니다
낮선 이국땅에서 고생 하셨습니다^^ -
냉소
12.04 22:22
네! 이제 갑니다!! -
아싸
12.05 02:06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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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2.07 11:41
이젠 곧 지난 일이 돼서 고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minkim
12.05 03:36
수고 하셨습니다. 웰컴 홈입니다! -
냉소
12.07 11:41
감사합니다 ㅎㅎ -
왕초보
12.05 06:48
아마도 빠릿빠릿한 직원 네명 정도를 뽑아서 기본 훈련을 시킨다음 파견을 시키고, 한달에 한주 정도 출장 가셔서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 같습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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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2.07 11:43
그 정도면 다행인데요, 이것저것 다 맡은 상황이었는데, 좀 다른 일을 이곳에서 좀 더 오래 해야 할 상황이라 그냥 손 들어 버린겁니다.
후환을 좀 두려워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
왕초보
12.07 12:22
제가 딱 저렇게 (실은 한달에 두주.. 절반 -_-;;) 몇년을 살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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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2.07 16:17
한달에 2주씩 2+2였다면 저도 좀 더 버텼을 지도요.
4+1 ~ 6+1이다보니 더이상은 정말..... -
왕초보
12.11 04:37
저도 간혹 3-4주를 그냥 있었던 적이 몇번 있었는데 몸이 문드러지는 것(!)을 느끼겠더군요. 이유는 다른데 있는게 아니고, 중국에 있을땐 거의 언제나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운동도 안하고) 일만 해서 하루에 3시간 남짓 자는 생활을 하다보니..
저만 망가지는게 아니라, 거기 있는 젊은 애들 (제 나이 절반 정도 -_-;;)도 망가지는 것이 눈에 보여서.. 아 2주 이상은 무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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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12.06 03:31
축하드립니다. ^^
대략 10여년 전에 어찌알았는지 해드헌터를 통한 이직의 기회가 몇번 있었습니다.
연봉도 더 받을수 있고 참 좋은 기회였으나. 딱하나 걸리는것이 타지방... 가족 전체가 이사할 상황이 아니었죠. 혼자 나가있어야 하는 상황...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 문제될것이 없으나 제 어릴적 기억이 중고딩 시절... 아버지께서는 본가에 나마지 식구들은 서울에... 이리살다보니 어느새 아버지 가 불편한존재가 되버렸습니다(사춘기 시절) 그 기억이 싫어 거절했죠.
고생하셨습니다. 웰컴투 홈 입니다. ^^ -
냉소
12.07 11:44
저도 예전에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근데 이런 상황까지 겪고나서 보니,
국내라면 뭐 할만 하지 않았을 까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건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더군요. -
웃바다
12.07 00:33
고생 많으셨습니다~! 귀국 축하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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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12.07 11:45
감사합니다 ^^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뵙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