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2021.05.06 22:08
안녕하세요. Lock3rz입니다.
오랫만에 짬이 나서, 케퍽에 흔적 남겨 보아요.
요근래 직장인 사춘기가 왔는지... 하루하루가 숨가쁘네요.
사춘기 감성으로 토해냈던, 혼잣말을 남겨봅니다.
새벽 감성에 바스러져, 꼬꾸라지듯 썼던 글이라
반말이기도 하고, 보시기에 좀 불편할 수 있어요..
밝고 재밌는 글은... 또 추후에 시간이 나면 이따끔씩 올려보겠습니다.
막상 옮겨적고 보니, 케퍽에 먹칠하는 느낌이라 좋지는 않네요.
백스페이스를 반쯤 눌렀다가... 무모함을 감수하고 등록 버튼을 눌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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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넘기웠다>
그냥 눈 붙이고 자기엔, 너무나 벅차서 주절주절 해본다
여기만 바라보고 일년동안 취준했는데
누가 그랬지
취직 하기 전엔 죽도록 들어가고 싶은 곳이 직장인데
취직 하고 나선 죽도록 나가고 싶은 곳도 직장이라고
고달프고 초조했던 취준 시절을 어찌어찌 넘기고
부서배치 경쟁도 어찌어찌 넘겨서 가고싶어 했던 부서로 배치 됬지
감사하게도 부서분들은 모난 분이 없으셔
돌eye 총량의 법칙이라고, 주번에 없다면 그게 바로
'나'
라고 했던가
그런 생각도 문득 들고
부서분들이 괜찮아도, 업무로 맞닥뜨리게 되는 사람들은 또 다른나라 이야기
발벗고 나서서 '함께' 업무를 해결해 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햇병아리를 요리조리 요리해서 꿀꺽 삼키는 사람들도 많아
이런 것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모진 덤덤함이 아쉬워.
거의 만성이 되어가는 야근
하루 왠종일 처리해도 업무는 끊이지 않고, 야속한 정신력만 닳고 닳아
다음날 아침에 몇분 보면 해결될 일을, 수십시간 붙잡고 있던 나에게
화조차 나지 않네
그나마 야근비 나오는 회사라고들 위로해주지만
안받고 안하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
여기저기 출장도 다녀오다보면
52라는 숫자는 금세 한계치로
빚독촉 같은 근무제한 문자에
출장 못가겠다 했더니,
뭐 했길래 근무시간이 다 찼냐는
푹 찌른
끝이 뾰족한 물음표 하나
글쎄요. 제가 뭘 했나요.
야근하면 무능한 거랬나요
무능해서 죄송합니다
아직 내 이름으로 떨어지는 긴급업무 한건 없건만 왜 이렇게 바쁘지
야속한 네글자
업무목표에 올라간 업무는 어디 저 구석탱이로 사라져버렸나
내 R&R도 아닌 업무 눈탱이 맞아 오늘와서 내일 퇴근하기 다반사
저번에 눈탱이 맞아 본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저번 눈탱이 맞아봤으니 이번에도 맞아보란다
요리조리 처낼 수 있는 영악함이,
내겐 너무 목마르다.
'비'참해지고
'교'만해지는게
'비교'라는데
잘 웃고, 여유 있고, 자기일 척척해내며
인정받는 또래들
동기들 보면 한없이 부러움만
퇴근하고 썰렁한 원룸 한켠에
털썩 쓰러지듯
퀭 한 얼굴로 밀린 빨래들 개키며
제어 불가능한 분노가 그대로 날 집어 삼키면
왜 화나는지도 모른채
광기가 눈가에 맺힌채
그냥 그렇게
그대로 바스러진다
그래
그냥 이렇게 넘기우는게 삶이겠지
그냥 이렇게 살아지는게 삶이겠지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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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조국
05.0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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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3rz
05.16 20:44
댓글 감사합니다~
약간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족하는 방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주중에 에너지를 쏟고나면, 주말에 취미를 할 여력이 없더군요.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약간 강제적으로라도 취미를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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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조국
05.17 08:54
'직장은 직장일 뿐이다' 라고 많은 분들이 얘기해 주셨습니다. 일을 일로만 보고 나의 일부로 보지 않아야 삶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최선을 다하는 것도 정말 필요한 것인가 다시 한번 되뇌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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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3rz
05.23 20:46
네. 조언 감사합니다.
놓아줄 것은 놓아주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해야지요.
좁은 집에, 옛날 물건들 버리지 않고, 계속 새것을 사서 우겨 넣은 듯 하네요...
이사갈 깜낭은 안되고, 버릴 미련은 많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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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5.09 12:29
힘들어도 다닐 곳이 있다는 것은 참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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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3rz
05.16 20:49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죠. 제게 주어진 환경에 더 감사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더 가져서 여유로운게 아니라, 여유로움을 더 가지고 싶습니다.
올려주신 글도 잘 보았습니다.
해색주님의 글을 볼때마다, 항상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걸어가시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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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5.12 23:40
케퍽에 먹칠이라뇨 ㅎㅎ. 글좀 자주 남겨 주세요. 케퍽 글 보는게 삶의 낙인데, 요즘 올 때마다 글들이 없어서 놀랍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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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3rz
05.16 20:51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맞아요. 케퍽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조용해졌네요. 다들 치열하게 살아가시는 탓이 아닐까, 싶기는 한데요.
최강산왕님의 글도 종종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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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5brj
05.13 20:01
잘 보았습니다.
힘든 시간 잘 이겨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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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3rz
05.16 20:51
따뜻한 응원 댓글 감사드립니다~~
사춘기 글이 아니라 사십춘기 글입니다. ㄷㄷㄷ 성실한 직장인의 삶이네요.
삶에 의미를 가져보는게 필요해 보입니다. 여행도 좋고 취미도 좋고요. 코로나라 이도 저도 힘들긴 합니다만. 하루 하루 살아가는 직장인의 삶에 여행이나 취미가 가능이나 할지.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