쿄토에서 만난 할머니
2018.12.19 02:19
오래전 얘기인데요..
쿄토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아마 200엔 정도 요금이었던듯 하고. 앉아서 가고 있는데 8순은 되어보이는, 그럴수 없이 단정하신 할머니 한분이 타셨어요. 아무 생각없이 냉큼 일어나서 앉으시라고 손짓을 했지요.
그런데 이분의 행동이, 제가 익숙하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냉큼 앉으시고 목례라도 살짝 하시려니 했는데, 그때부터 할머니의 끝나지 않을듯한 '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건 인사가 아니고 '사죄' 였습니다 -_-;;) 일본말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시면서 허리까지 깊이 구부리시고 다시 펴시고 또 90도 배꼽인사.. 반복.
아마 10분 정도를 그렇게 하시고는 '마지못해' 앉으셨습니다.
조금 있다가 저는 버스에서 내리고. 같이 탔던 '일본인' 친구에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더니 이 친구의 설명이..
"쓸모없는 늙은 것이 바쁘신 시간에 공연히 나와서 젊은 분을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반복!!)
이랍니다.
코멘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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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12.19 02:52
일본은 왠지 우리 정서로는<br /><br /><br />과함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 과함에 비해....너무 익숙한듯 아무 감사의 표시도 없는 상황의 우리나라에서의 가끔의 상황은 아닌것 같네요.<br /><br /><br /><br />대부분 우리나라 어르신들도 감사함을 표현하시는데<br /><br /><br /><br />간혹 너무 당연하다는듯한 행동에는 기분이 안 좋습니다. -
왕초보
12.19 04:38
딱 그 기분을 느꼈죠. 이건 좀 심하다. 우리나라도 좀 심하다.
그 둘중에 고르라면 내가 늙었을땐 저 할머니 같은 사람이 되는게 나을듯 하다.
정도였답니다. 그 여행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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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12.19 10:37
일본의 안 좋은점은 버리고
배울점은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글...감사드립니다 -
별날다
12.19 09:01
뭐... 일본인으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일본은 두어본 가본 것이 방문의 전부이지만, 일본과 관련해서 책이나 아는 지인 등의 경험을 통해보면, 이해는 가네요.
그래도 저는 일본식 정서는 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예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다기 보다는 자기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이지매의 무서움은 우리나라 왕따는 감히 근처도 못 가니까요.
그들의 역사를 훑어보면 그럴 수 밖에 없게 된 환경은 이해가 갑니다만.... 우리나라도 3국시대나 후삼국 시대의 전란이 수백년씩 있었지만, 그들과는 다른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은 환경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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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12.19 10:43
혼네...
내 속 마음을 노출하면. 죽을수도 있겠다라는 경험치의 축적이....현재의 문화의 하나인것이라는 이야기도 스치듯이 들어본것 같습니다. -
왕초보
12.20 01:58
일본인의 본성에 대해서는 참 말들이 많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일본인이 별다른 사람들은 아닌듯 합니다. 그냥 사람들이고, 차이는 역시 문화에서 오는 것이고요, 거기도 좋은 사람 많고, 나쁜 사람도 있고 악독한 넘들도 있습니다. 갈아서 퍼세식 화장실에 쳐박아도 화장실이 아까울 것 같은 넘들도 있지만, 제가 저때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이 분노하고 같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도 이해만 하면 살만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요. '이해만 하면'이 쉽지 않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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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12.19 14:09
근데 요즘 친구들은 또 안 그럽니다 ㅎㅎ;;
물론 예의바른 사람들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많은건 사실이겠지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