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
2026.08.15 01:41
한동안 격조했습니다. 회사에서 고민할 일도 많았고 휴가도 다녀왔고 회사 강의/업무 공부 하느라 바빴습니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방법론 적용한다고 바쁘기도 했고, 내년에 뭔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해 보자고 해서 이직 5년만에 좀 큰 그림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실력있는 분이 들어와서 같이 일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빨리 진전이 되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기획하고 정리하고 전체 흐름을 조율하는 사람이라서 실제 세부 업무 수행하는 부분은 작년보다 좀 줄었네요.
데이터분석가 일을 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요즘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AI의 도움을 받고 있고 실제 업무 상당수는 오픈소스 LLM을 활용하는 것이다 보니, 실제 ML/DL 모델링 보다는 프로그래밍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제가 분석가인지 아니면 개발자인지 모를 정도로 애매한 경계에서 일하고 있고 AI 도움을 받아서 목업이나 파일럿 테스트를 하다보니 개발자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코딩의 장벽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코파일럿 -클로드에게 설명한 자료를 기반으로 코딩 시키고 확장하고 전체적인 설명은 다시 AI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뭔가 바닥부터 짜는 것은 거의 없고 기존의 코드를 재활용하거나 코파일럿이랑 같이 일하는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팀원들과 대화를 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늘기는 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코딩에러 찾고 데이터 정리하는게 힘들었거든요.
요즘 느끼는게 프로그래밍을 잘한다는게 강점이 됙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에 전세계를 강타했던 윈도95가 나오면서 더이상 DOS 명령어가 없어도 기본적인 업무나 공부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죠. 대략 몇 번에 걸쳐서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개발자들은 개발일을 접었지요. 제 사촌 누나도 원래 DOS 시절에 워크스테이션으로 일했는데, 육아때문에 경력이 끊기고 나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하더라구요.
하긴 IBM의 철올성이었던 메인프레임과 코볼조차 클로드로 인해서 해자가 뚫려서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과연 코딩 하나로 먹고 살기는 어렵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원래 프로그래머를 동경하다가 데이터 분석가 -> 데이터사이언티스트 -> 데이터 엔지니어로 업무가 바뀌고 있는데 이제 이러한 변화를 힘겹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머신러닝, 딥러닝을 주력으로 하던 팀들이 한물갔다는 인식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거기다가 LLM, AI도 자유자재로 다뤄야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더라구요.
점점 더 하나만 파고 들어서 살아가기는 힘든 시장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취미로 로봇암 코딩 배워보려고 했는데, 현실은 회사 자격증 코드 따라가기도 정신이 없네요.
코멘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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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1
08.1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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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1
08.15 04:16
댓글 써 놓고 보니 ... 글자에서 부터 뉀네 스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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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18 00:58
일단 점 세개... 알겠습니다. ^^ 옛날엔 아는게 없어서 뭐든지 새롭고 재밌었는데, 요즘에는 아는 것도 없는데 새로운건 두렵네요.
그동안 해온 일들을 떠올려 보면, 환경에 따라 생기거나 없어진 일들이 있기는 해도, 다행인지 제가 하는 일의 중심 자체는 바뀌지 않은듯 합니다. 그러니까 그 중심이 뭔가를 생각하는 기준이 바뀌어 왔을 수도 있겠네요.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tapeout' (칩 제작을 위해 설계자료를 마스크 제작하는 회사로 보낼때 실제로 magnetic tape에 담아서 보냈습니다. 대략 지름 한자! 정도 되는 테이프인데, 이거 전용으로 만들어진 하드 케이스에 넣어서 가지고 가거나 항공발송을 했지요. 지금도 이 말을 씁니다만, 왜 여기 tape이 나오는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죠. 사실 이 테이프를 거는 기계도 대략 캐비넷 만한 넘이었는데 ㅋㅋ) 을 실제로 했었는데, 그 과정 자체가 사라지고, foundry website에 바로 upload하죠. 뭘 해도 Fax를 열심히 보내고 받았었는데, 이젠 Fax보내라고 하는 곳 있으면 난감하죠. 비서가 참 많은 일을 처리해 주었는데 (대략 엔지니어 10-20명 정도에 비서 한명), 이제 회사에 그런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납땜을 귀신같이 하던 테크니션들도 언제부터인가 외주를 많이 주면서 거의 사라졌고.
손으로 열심히 그리고 계산하고, C 프로그램 만들어서 분석하던 일들이 Simulink/Matlab으로 넘어간 것 이외엔, 여전히 회로는 schematic capture를 해야 하고, gui를 통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spice 계열의 시뮬레이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방법도 별반 달라진 것도 없고. layout과 backend는 (back-annotated simulation/iteration, DRC/ERC/LVS..) 이제 제 손을 떠난지 오래 되었고, 칩 나오면 여전히 oscilloscope를 붙들고 앉아있고 그러네요. 물론 사용하는 툴들의 기능은 옛날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달라지긴 했습니다만.
analog engineer로 제 일은 요즘엔, 전체 시스템 성능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analog에서 해 줄 거냐 줄을 긋는게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이 줄을 긋기 위해, analog 너머에 있는 logic, algorithm, system을 물어물어 분석하고, analog 으로 구현할때 전력소모, 복잡도 등을 비교해서 선을 긋고 나서, 그 선너머에서 일하는 분들과 합의가 되고나면, analog 경계선 안의 일들은 제법 기계적으로 진행이 되는듯 해요. 기계적이라고 해도 AI가 배우기엔 사람도 너무 없고 자료도 너무 없기도 하고, 케바케인 경우도 많고요.
옛날 Assembly programming에서 high level (이라고 해야 C) 로 넘어갈때랑, 거기서 OOP로 넘어갈때 (라고 해야 C++), 언제나 나오던 얘기가 overhead랑 성능이었는데 (이 두가지가 그리 잘 분리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 문제가 그리 잘 해결된 것도 아닌데 요즘 assembly 다루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핵커들 말고는 말이죠. 아마도 AI로 analog 설계하는 부분도 그 쪽에 대한 합의가 되면 급격히 넘어갈 듯도 한데, analog로 설계 비중이 넘어오는 이유가, 주어진 '비용'에서 최대한 뭔가를 뽑아내려는 거라, 여기서 overhead랑 성능을 넘겨줘버리면 존재목적 자체가 의심을 받게되겠죠. analog의 존재이유가 아니라 그 시스템 자체의 존재이유 말입니다.
그래서 21세기에도 가끔 연필 깎아서 공책에 적어가며 뭔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ㅋㅋ 몽당연필에 볼펜 꽁다리 꽂아서 말이죠. 웬지 샤프는 제 맛이 안나고, 깎은 연필 한개 정도는 귀에 꽂아야 일이 손에 잡힙니다. LLM요 ? 먹는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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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1
08.18 11:23
아~ 완벽히 이해했어~! 짤이 필요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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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19 02:03
ㅎㅎ 몽당연필 하나 잘 깎아서 귓등에 꽂아보세요. 종이 뒷면까지 꿰뚫어보이실 겁니다!


대단하십니다.
저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늙다리 취급이라...
AI 관련 기회가 생기면 젊은 친구들에게 넘기고 저는 얌전히 유연근무나 하면서 ~~~ ㅋㅋ 한 잔하러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