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회사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2023.07.09 17:53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에 은행에 들어와서 벌써 20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20년을 못채우고 회사를 그만뒀지만, 새로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요. 사업 철수로 인해서 희망퇴직 옵션을 받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다른 사업부로 옮기느냐 고민하던 시점이 벌써 2년 전이 되어버렸습니다. 타의로 회사를 나온다는 거, 이제 나이도 많아서 더이상 이직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옮겼는데 나오고 나서 적응하는데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새로 이직한 회사 팀장님이 좀 독특한 분이시기도 했고 제가 한국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서 고생했던 것들도 있었구요.
아직도 많이 힘드냐는 동기의 질문에, '아직도 힘들다. 이전 회사에 있을때가 좋았는데' 하면서 웃었더니 다시 선택하면 어떻게 할꺼냐고 묻더라구요. 어떡하기는 나와야지, 회사가 좋지만 그래도 내가 일하는 사업부문을 없앤다고 하는데 나와서 새길을 찾아야지 생각했습니다. 남아 있는 동기들은 그래도 자기 전문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조만간 더 위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다른 사업 부문도 철수하네 마네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정규직으로 있으니 함부로 정리해고가 불가능하니 저처럼 1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주 연락하고 종종 보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 회사 사람들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기는 하는데, 돌아보면 자주 만나지는 않았네요.
처음 회사 들어가서 연수 받고 그러면서 다들 잘 지내냐고 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다들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모습, 스타트업에서 본부장을 하면서 힘든 내색 없이 딸내미 사진 자랑하는 형을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회사 20년 다니면서 친해진 형도 있었고 그저그런 형들도 있고 다들 그렇네요. 막상 회사 그만두면서 속시원하기보다는 아쉬웠던 기억들, 내게 잘해줬던 사람들 기억이 더 많이 나더라구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점점 나이를 먹을 수록 추억을 되돌아보고 생각하고 미련을 갖게 됩니다.
아직은 미련을 갖기보다는 열심히 앞으로 뛰어나가려고 생각중이고, 새로운 곳에서도 잘 적응하고 기술들 습득해서 언제 그만두더라도 바로 다른 곳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구나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