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장빼기의 추억
2010.02.19 13:22
대학교 다닐적에 친구&후배 들과 함께 3~5명이 모이면, 게임방에서 워크래프트3, 당구, 땡이(섯다와 비슷하지만 족보가 빠져있죠) 를 많이 했습니다.
다들 잡기에 능한녀석들이라 워3은 제가 제일 못하고, 당구는 엎치락 뒤치락, 땡이는......... 제가 호구였습죠.
따기는 커녕 오링이나 안당하면 다행이었죠.
당시 타짜에 심취했었던지라 다들 밑장빼기를 흉내내보곤 했지만, 쓰는 녀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르죠. 누가 썼었을지도.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그날도 밤은 흘러 동이 틀 무렵. 반지하 하숙방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4인의 대학생(이라 쓰고 폐인이라 읽는다.) 들은 땡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 자본은 어느새 1/3으로 줄어든 시점.
오랜만에 제가 선을 잡았습니다.
바닥에 널부러진 패를 휘휘 저으며 전 결심 했습니다.
'밑장빼기다~!'
휘휘 저으면서 장(10) 두장을 맨 아래로 모았습니다.
그리고 말에게 퉁을 치라고 주문을 외며 패를 내밉니다.
제 생각이 전달 됐는지 퉁을 칩니다.
'이때다!'
패를 섞으면서 맨 아래의 장 두장이 도망가지 않게 잘 섞습니다.
아무도 눈치 못챕니다. 동틀 무렵이라 다들 피곤한게지요.
패를 돌립니다.
'위에서 한장... 위에서 한장... 위에서 한장.... 나는 밑에서 한장... 위에서 한장... 위에서 한장... 위에서 한장.... 나는 밑에서 한장... '
성공합니다.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요.
저는 장땡을 들었습니다. 기술이 미천한지라 다른 사람에게, 8땡, 9땡을 주지는 못합니다.
판돈을 올립니다.
두명이 낚였습니다. 무언가 들었나봅니다.
터지는 미소를 참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합니다.
바닥에 배춧잎도 한 장 보입니다.
이번에 따면 본전이 될듯합니다. (가난한 학생들인지라 자본금이 2~3만원이 max였죠)
드디어 패를 오픈합니다.
2땡 한명... 표정이 안좋습니다.
5땡을 내밀며 이야기 합니다.
"6땡이면 먹어"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_-
오땡이 판돈을 쓸려는 순간 전 외칩니다.
'잠깐!!!!!'
전 장땡을 내밉니다.
Play of today 였죠.
전 본전을 회복합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5땡은 멍해집니다.
그렇게 또 하루의 해는 뜨고 있습니다.
뒷 이야기....
결국 몇판 더 하다가 전 오링을 하고 맙니다( ㅡ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