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이야기 #14
2012.03.15 01:47
오늘은 조금 특이한 전각을 배웠네요.
봉니[封泥] 인장이라는 건데...
고대에는 문서나 중요한 물건을 보낼 때 봉하는 부분에 진흙을 발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의 인장을 찍어서 수결을 했다는군요.
인장을 진흙에 찍으면 흙이 눌리면서 나름 독특한 문양이 생기는데 그게 모양이 그럴듯해서
아예 그 모양을 본뜬 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래 봉니는 도장이 찍힌 형태니까 당연히 글자가 뒤집히지 않고 제대로 나오겠죠.
하지만 봉니인은 그 모양을 흉내낸 도장이니 종이에 찍었을 때 제대로 나와야 하고...
따라서 형상은 봉니를 흉내내지만 글자는 뒤집힌 상태로 새겨야 한다는 군요.
오늘은 한글 [붉은하늘]이라는 네 글자를 가지고 봉니인장을 새겨봤습니다.
주문(글자가 붉게 찍히는 형태)로 새긴 건데...
원래 주문은 글자를 가늘게, 백문(글자가 희개 찍히는 형태)은 가능한 한 굵게 새겨야 한답니다.
결국 종이에 붉은 면적이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보아야겠죠?
그래서 오늘 제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가늘게 새겨봤습니다.
찍고 보니 조금 더 손을 봐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
제가 전각을 배우면서 같이 배우는 분들과 자작나무 액자를 만들었거든요.
모각돌 하나가 가로 세로 4.5cm인데, 그게 모두 아홉개가 들어가고, 액자 틀의 윗부분을 올리면 유리까지 함께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하나 완성할 때마다 넣었는데...
드디어 아홉개의 모각돌을 채웠습니다.
사실은 더 많이 했는데, 앞뒤로 새긴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미지에 보시는 것 중에서 두 개 빼고는 다 뒷면에도 새긴 거죠.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아지면 저 아홉개의 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하나 빼고 다른 걸 채워넣으려고요.
결국 제가 새긴 전각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아홉개만 계속 보게 되는 셈입니다.^^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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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이입니다
03.1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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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사실 전 아직 멀고도 먼 길에 이제 마악 접어든 수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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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꿈과노래
03.15 07:09
대단하네요.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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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감사합니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데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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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03.15 09:28
잠수함님 덕분에 꼭 배워보고 싶은게 하나 더 늘었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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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님도 한 번 배워보세요.
이게 정말 마음 편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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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03.15 12:43
세상엔 재주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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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주가 아니라 배우는 거죠.
재주 좋은 분은 지금 전각 가르치는 선생님이신데...
이 분은 엄청난 고난의 길을 걸으며 배우셨더라고요.
4년 넘게 一자만 팠다고 하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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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3.15 14:43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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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우시면...
그냥 지는 겁니다. 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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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장이다~
저거 좋아요~^^
중국뿐만이 아니라 중세 유럽에서도 많이 했더랬죠.
밀납을 부어서 자기 집 문장으로 꾸욱~ 누른. 멋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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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니 인장이 바로 그런 식으로 사용하던 걸 인장으로 발전 시킨 거라고 하더군요.
아닌게 아니라
깊지 않게 파고, 파인 면을 조금 깔끔하게 다듬으며 각지지 않게 하면...
밀납이나 파라핀 녹인 위에 꾸욱 찍어도 좋을 것 같아요.
멋지십니다 ㅎㅎ 볼때마다 감탄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