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어느새 가고 있네요. 5월에 어울리는 시 하나 보고 가세요. ^ ^
2012.05.21 10:02
오월편지
- 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에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 없이 흔들릴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자리로
바람이 가득가득 불어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 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전 처음 이 시를 보고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참 좋더라구요. 전 이렇게 잔잔한 사랑이 더 와 닿더라구요.
누군가에게 받은 시라서 더 와닿기도 했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난 후 한번씩 볼때면..아..이게 그것만이 아니구나..하는 느낌이 자꾸..
5월이잖아요. 그리고 도종환님이 쓴 글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렇게 보고 나도. 또 좋더라구요.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가 와 머물다 소리없이 돌아가는..사랑하는 사람이여.
이직하고 나서 한동안 적응 중입니다. 분명 일이 더 편해졌는데. 분위기도 좀 널널한데도.
이상하게 피곤하고 여유가 없네요.
낯선곳, 낯선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분명히 있나봅니다.
모두들 힘내시는 월요일 꾸려나가시길..^ ^
PS. 어제 집 근처 강변에 산책나갔다가 붓꽃이 핀걸 보고 생각난 시입니다. 아침에 출근해서도 계속 남아있길래 공유해봅니다.
아, 그렇겠군요. 시도 몰랐고 대상도 생각 못 했어요.
달력에 표시해두고 보고 있는 날이 이제 이틀 남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