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여행할때 조심하세요
2012.05.25 15:42
저는 언젠가 시베리아의 한 도시에 출장가게 되었죠. 거기서 또 다른 곳으로 보내졌는데 도시에서 굉장히 멀고 깊숙이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곳이 고향인 회사 동료가 제게 이렇게 말해줬죠.
- 그곳은 이틀에 한번 꼴로 기차가 가. 그것도 예약해야만 하네. 지금은 별로 추운것도 아니지. 내일은 영하 30도라네. 걱정마. 괜
찮을테니까. 그저 마지막 차칸에만 타지 말게나.
- 아니 왜?
- 아니 그냥... 그저 마지막 칸에는 타지마.
***
역에 도착한 기차는 승객을 실을 수 있는 칸이 오직 네칸만 있었다. 앞의 세 칸은 미어터지고 담배연기로 늑대도 굴에서 튀어나올만했다. 반시간도 지나기 전에 나는 머리가 쪼개질듯 아팠다.
나는 궁금함을 못참고 마지막 칸으로 옮겼다. 아주 조용하고 좋았다! 거기에는 오직 8명만 타고 있었다. 7명은 농부들이었고
한명은 50대쯤되는 통통한 여자였다.
나는 짐을 끌고 와 즉시 그 통통한 여자 앞에 앉았다. 곧 우리차칸에 대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 나만 이곳 출신인가 보네요? 하고 그 여자가 입을 뗐다.
- 여기 탈때마다 아주 살떨려 죽겠어요. 어떤 일이 일어나던지!!
- 아니 왜? 무장강도라도 나다니나? - 승객중 한 사람이 말했다.
- 그럼 차라리 다행이게요! 강도하고라면 이야기라도 할 수 있지 이 촌사람아! 진짜 무서운건 늑대들이에요! 이 지방에는 늑대
천지라우. 열차가 서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달려든다고요... 저 낡아빠진 열차문은 2차대전때
만들어진 거라우. 더 나쁜건 곰이 물어뜯고 들어오는거죠. 곰이 들어오면 달아날 곳도 없어요. 가장 나쁜건 눈보라죠. 어떤
때는 1주일동안 내내 눈보라아래에서 가야 하죠. 먹을 것이 없어지면 채 이틀이 지나기 전에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먹었죠...
나는 잠깐 눈을 붙였는데 여자의 비명소리에 놀라 깨어야 했다.
- 아, 어떻게! 아, 어떻게 해!
승객모두가 창가에 기대서 쳐다봤다. 차칸이 진행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뒤로가고 있었
다. 차칸이 기차에서 떨어진 것이 분명해보였다.
- 떨어졌어! 화차에서 우리차가 떨어졌다고요! 여자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 아 어떻게 되는거지!
곧 차가 멈춰섰다. 나는 앞으로 달려나가 차문을 열고 앞쪽을 내다봤다. 화차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
은 오로지 끊임없이 펼쳐진 눈에 뒤덮인 숲이었다.
- 문 닫아요! - 히스테릭한 여자 목소리가 울렸다. - 모두 온기를 아껴야해요! 아니면 그걸 맡고 늑대들이 몰려옵니다!!!
- 화차가 돌아올거야! 한 승객이 소리쳤다. - 우리차가 없어진 것을 알면 분명 돌아올거요. 오분만 참자구!
- 흥, 당신 여기를 모르는 소리에요. 우리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소리! 앞에가는 화차 안도 얼어붙어 있어요. 기관사하
고 화부 역시 한병 이상 비우고 자빠져있을거에요. 우리들이 어쩐지 관심밖이죠!
우리 모두는 그순간 본능적으로 이 여자에게 우리의 운명이 달려있음을 직감했다.
- 당신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 마리야 뻬트로브나라고 해요, 하지만 우리 촌사람은 스끄보르찌하라고 하죠. 성이 스끄보르쪼바거든요.
***
한시간이 지났다. 늑대들도 곰들이나 강도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화차역시 오지 않았다. 스끄보르찌하는 셈을 세기 시
작했다.
- 거기까지 2시간 걸려요. 역에 도착해서도 그들은 눈치 못챌거에요. 모두 취해 자빠졌을테니까. 거기서 또 1.5-2시간정도
걸릴테니, 자정을 넘긴다는 뜻이죠. 그럼 내일 우리를 찾으러 오기 쉬워요. 그러면 차칸은 온기를 잃을테고 추워질거에요. 바
깥과 같은 온도가 된다는 뜻입니다. 뭔가 먹어 둘수 있다면 추위를 견디기 낫겠죠.
그순간 우리는 알아챘다. 우리에게 먹을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 혹시 먹을것좀 갖고 계세요? 나는 수줍게 물어봐야 했다.
- 운이 좀 따르는군요. 내가 식료품을 사러 갔다오는 길이지우, 한 바구니 가득이죠. 종류별로 다 있어요.
스끄보르치하는 앉아서 주섬주섬 먹을것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들 중 한사람이 햄 한조각을 잡으려 하니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 먹고싶음 돈내쇼.
우리는 충격으로 얼어붙었다.
- 얼마요?
- 1인당 500루블이요.
말을 맞춘듯 우리는 소리쳤다:
"하늘이 두렵지도 않소!!"
- 뭐 당신들 선택이에요 - 스끄보르치하는 말했다.
아무도 모스크바의 최고급국영 레스토랑에서 먹는 가격을 지불하고 싶지는 않았다.
4시간이 지나자 우리들중 가장 젊은 이가 손을 들었다. 그는 500루블을 스끄보르치하에게 던져주고는 아주 맛나게 먹기 시작했
다. 그 치를 보고있자니 멘탈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돈을 꺼내서 내밀수밖에.
- 보드카도 있다우. - 스끄보르치하는 덧붙였다. - 병당 200루블이라요.
- 주슈!! - 우리는 소리쳤다. - 에이 기왕 이리 와버린거여!!
창밖은 이제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작년에도 기차에서 승객칸이 떨어졌다우. 다음날 아침 승객들을 찾으러 철도청에서 왔었는데, 오로지 50대 사람 하나만 남고
나머지는 없어졌죠. 늑대들이 꿀꺽 했다우. 이지역에서 밤은 돌아다니기 잘못된 시간이에요.
- 아, 집이 이근처 어디있소?
- 우리 촌에서 그리 멀지 않다우!
- 사람들아 뭘 망설이고 있는거요?
- 늑대들이라고, 총없이는 해결이 나지 않는 상대요! 우리 바깥양반이 썰매타고 오면 이야기가 다르다우, 물론 남편에게는 총
이 있고... 차칸을 때려서 신호를 보내서 남편이 듣게 하면 되요... 근데 문제는 우리는 공짜호텔이 없단 말이죠. 돈 내겠어
요?
- 얼마요?
- 인당 300루블.
우리는 차칸 벽을 때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너무 커서 늑대들조차 무서워 도망갈 정도였다.
한시간이 지나기 전에 우리는 스끄로르치하 남편의 썰매에 타고 다시 한시간 후에는 따뜻한 방안에서 호주머니에서 돈을 다 털
어내고 있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됐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차칸을 일부러 떨어
트리고 누군가는 눈을 감아주고 했다는 것까지 상상하진 못했다.
***
내가 이 이야기를 회사동료에게 전해주니 그는 놀라는 표정도 아니었다.
- 그래 스끄보르치하 부부를 만났구나! 그는 놀리는 것이었다.
- 알고 있었어?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지?
- 말했잖아, 마지막 차칸에는 타지 말라고.
- 하지만 왜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은거야?
- 그래 맞아, 너희 도시사람들은 불쌍하게 살지 않잖아. 하지만 스끄보르치하는 애가 다섯이나 딸렸고 남편은 술고래야. 나쁜 사람들은 아니야. 그저 직업이 그럴 뿐이야. 그리고 그 기차 기관사가 스끄보르치하 사촌 반까야. 그가 여기저기 다닐 때 스끄보르치하가 용돈좀 줘.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대체 할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암말도 못하겠더군요! 하지만 여러분께 말씀드리지만 러시아의 저 지역을 여행하게 된다면 꼭 명심해 두세요. 마지막 차칸만은 제발 피하십시오!
80년대 소련 잡지 "휴양지"에서
코멘트 8
-
윤발이
05.25 15:57
-
윤발이
05.25 16:03
아참 "지갑 흘리기"는 러시아나 동유럽에 유행하던 사기인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앞에서 지나가다 지갑을 흘리고.. 지갑을 주워 주면 어 고맙다 한다음
지갑을 열어보고 어 내 지갑에 400 불이 있었는데 없자나.. 니가 가져 갔지 경찰가자..
이런 수법으로 관광객을 터는 수법이라죠..
-
이런거 좋아요 +_+ 러시아 이야기 많이 해주세용~
-
재미있네요~~
댓글은 무서워요ㅠ
-
ㅋㅋ 어른들의 동화 같군요. 정말 저런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요?
-
맑은하늘
05.26 07:56
잘 읽었습니다. -
냉소
05.26 10:34
여인네의 첫 대사에서 스토리가 다 떠올랐습니다.ㅋㅋㅋㅋ
마지막으로 다녀온게 2011년 초 정도 였던 것 같은데, 갈 때 마다 다소 두려운 건 사실이죠.
모스크바 국제공항이 셰르메쪠보 공항에서 신공항으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옮겼나 모르겠네요...
어쩌다 한번씩 경찰에게 여권 검사할 때 거주 증명이 없다거나 하면 골치아플 때가 있었고...
여권 주면 뇌물 줄 때까지 버틴다는 소문에, 여권원본은 호텔이 있다고....사본 보여줬다가 경찰서까지 끌려갔다가
5000루블 찔러주고 풀려난 적도 있죠.....(여권 사본이 문제였는지...뇌물이 문제였는지는...첨에 3000루블 내밀었다가...표정이 좀...)
물론 동양인 얼굴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 덕택에, 여권사진, 비자 사진과 제 실물이
다른 사람 같다는 이유로 공항에서 4시간 정도 억류된 적도 있습니다....쩝....잉잉...
참 재미있는 나라지요...
거기 자주 다니면서 일하고 공부했던 시기가 2005년 ~ 2008년이니....그것도 좀 오래된 이야기네요...ㅎㅎㅎ
최근엔.....멀어서 가기 싫어요...(솔직히 여름엔 가고 싶어요....겨울엔 춥기만 하고..)
-
閒良낭구선생
05.27 00:33
100% 동감하는 이야기입니다.
러시아 아무리 이해하려고해도 어려운 나라입니다.
이전에 모스크바 갔을때도 하루에 2번 경찰한테 여권 강탈후 30불 뇌물 주고 여권 받은적도 있고..
샘플 좀 들고 갔는데.. 뇌물 200 불에.. 통관 시키기도 하고...
지갑 흘리기라고 러시아의 유명한 수법은 아예 시전 하길래 생깟더니 나쁜놈이라고 지나가는데 욕하고 -_-;;
지나가다 스킨헤드로 보이는 애들한테 맞고 있는 동양아저씨도 보고.. 재미 있는 경험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