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담배좀 주세요

2012.06.06 16:50

영진 조회:835

- 실례지만 혹시 담배 갖고 계시나요?


-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하나 물어보고 싶소만, 왜 당신은 담배가 없소?


- 근처에 담배파는 곳이 없어서요.


- 그렇군요.  담배파는 부스가 근처에 없군요.  당신말을 믿어요, 잠깐 여기 앉아보시지 않겠소?


- 아니요, 전 뭐...


- 한번 앉아보쇼, 앉으라구.  부끄러워하지 마쇼!  내게 담배피우냐고 물은건 당신이잖소.  한편으로 아무것도 아닌 질문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슈.  여기를 지나가는 행인들 하나 하나가 내게 담배를 요구한다면 어떻겠소?  아, 얼굴이 붉어지는군. 그럴만 하지요! 그렇다면 당신도 생각을 할 줄 아는구만!

 

- 저 이만 가보는 편이...


- 아니오! 당신이 먼저 내게 접근했으니, 좀더 이야기좀 나눕시다.  당신은 담배를 피고 싶고, 그런데 나는 아파트를 사야겠소.  그런데 내 문제는 아파트란 것은 아주 비싸졌단 말이오.  내가 어찌해야 하겠소?  우리의 욕망과 우리의 가능성은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오.  나는 직설적인 사람이므로 직설적으로 말하겠소:  당신은 내게 3루블이 있냐고 물어보시겠소?


- 아니오, 제가 그럴 리가...


- 그럼 그렇지 안그럴테지요.  그렇게는 물어보지 않을테지.  하지만 담배는 항상 부탁하죠.  하지만 담배 한가치가 이제 3루블에 해당한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을테지.  만일 모두에게 3루블씩 나눠준다면 봉급은 벌써 거덜이 났을거요.  말해보시오, 담배를 많이 피우시오?


- 하루 한갑정도 피웁니다만...


- 아 아주 건강에 나쁘오! 공산당신문 읽소?


- 읽죠.


- 아무렴 읽어야지!


- 저 가겠습니다...


- 기다리쇼! 아직 내 말이 끝난게 아니오! 나의 방식을 말해주지.  오른쪽 호주머니에는 내가 피우는 보통의 비싼 담배를 갖고 다니고 왼쪽 주머니에는 값싼 담배를 넣고다니오.  잠깐 어디가시오? 내게 담배달라 하지 않았소...

 

- 감사합니다만 이제 피우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 기다리라니깐, 어디 가려구?... 벌써 30분사이에 세번째로 담배를 끊게 만들었구만... 이제 곧 모두가 담배를 끊게 될 것 같아!

 


1980년대 소련, L 오사드축과 A.이니나 "기만적인 내재성"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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