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국경에서부터 우리는 지구를 반대로 돌렸었다.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그 다음에 우리의 전투는 지구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우랄 산맥을 딛고는 전진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에 진격하라는 명령 떨어졌다-
우리의 땅을 되돌려 받기 위해.
우리는 태양이 뒤로 숨은 후에야
동방에서 떠오른다는 것을 그제서야 기억해낸다.

 

우리는 지구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덧없이 꽃들을 떨어트리며
군화로 이 대지를 짚고
밀쳐낸다. 우리로부터 밀쳐낸다.

 

동방에서 부는 바람으로 낟가리들이 휘고
양떼들은 바위옆에 숨죽여 있다.
우리는 지렛대없이도 지구의 축을 옮겨 놓았다
공격의 방향을 바꾸며!

 

노을이 지는 자리가 달라지더라도 무서워 마라,
'심판의 날'은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동화이기에!
그저 우리의 용감한 대대들의 행진이
원한다면 그 어느쪽으로도 지구를 돌릴 수 있기에!

 

우리는 기어가며 나온 곳을 안고
작은 둔덕을 잡고 당긴다, 이를 악물고
그리고 무릎으로 지구를 민다,
우리로부터 밀쳐낸다, 밀쳐낸다.

 

여기서는 누가 원한다 해도 찾을 수 없을테다-
손을 위로 쳐든 사람들을.
살아 남은 사람들에게는 사용할만한 이점이 있다:
죽은자들을 방패로 삼을 수 있다는.

 

저들의 바보같은 납탄환들은 모두를 한꺼번에 죽일 수 없다.
어디에든 맞을테지, 가슴 앞에 혹은 등에냐일뿐!
거기 저 앞에 누군가가 영점안에 들어오고,
지구는 회전을 순간적으로 멈춘다.

 

나는 발자국을 뒤로 남기고
죽은 이들을 지나치며 슬퍼하며
나는 지구를 팔꿈치로 짚고
나로부터 밀쳐낸다, 밀쳐낸다.

 

누군가 키만큼 일어서더니 절을 하곤
숨을 한번 들이쉬다 총알을 맞았다,
하지만 대대는 계속 서쪽으로, 서쪽으로 향한다.
어쩐지 하늘의 태양이 멈춰 있는 듯 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서쪽으로 전진하기 때문이다!

 

손과 발이 제자리에 붙어 있든 없든,-
의식처럼 우리는 이슬에 입술을 맞추고,
이빨로 풀포기를 당기며,
이 땅을 뒤로, 또 뒤로 밀쳐내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를 돌린다' 1971, 블라지미르 븨소츠키 소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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