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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나름 큰 공원이 있습니다. 터키 날씨가 건조해서 모래가 날리긴 하지만, 큰 나무들도 많고, 개똥 가득한 넓은 잔디도 나름 있고요. 무엇보다 테니스 연습장이 크게 있어서 자주 가고 있습니다.


터키는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길거리 개들이 정말 엄청나게 큽니다. 이 녀석들은 시에서 예방 주사만 맞춰서 그냥 방치한다고 하네요. 공원에 오는 사람들이 먹이를 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크게 어딘가 아파 보이진 않습니다.


오늘로 한 사일째 그 코트에 가고 있는데요. 어제부터 엄청나게 큰 검은색 개 한마리가 제가 연습하는 소리가 나면 다가와서 코트 안에 떡하니 눕는 겁니다. 윈도우 바탕화면 중에 검은 개 사진이 하나 있지요? 그렇게 생긴 정말로 시커멓고 큰 개입니다. 그런 녀석이 테니스 정 중앙에서 약간 뒤쪽에 누워 있으니 참 난감합니다. 어제는 조금 뒤에서 눕더니만 오늘은 그렇게 가깝게 왔습니다. 제가 나름 신경써서 공을 친다고 해도 가끔 그 녀석한테 굴러가서 맞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 등골에 땀이 날 정도로 오짝해집니다. 그 녀석은 귀가 먹은 건지 그냥 졸린건지 맞아도 별로 신경 안쓰고 잘 잡니다.


코트밖 산책하는 개들이 싸놓은 개똥에 공맞추기 싫어서 일부러 오래된 공 2개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공 한개는 그 검은개 주변에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머지 하나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이번엔 하얀개가 나타나네요. -_-; 검은개는 역시나 무관심으로 졸고 있었고 하얀 개는 테니스 공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거기까지 확인했고요. 저도 아무 생각없이 한참 연습하다 뒤돌아 보니 제 공이랑 하얀개가 없어졌네요. -_-; 설마! 하면서 잔디밭에 나가보니 역시 한 덩치하는 그 하얀개가 공을 물고 팔짝팔짝 뛰면서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저는 살살 다가가서 '얘야 공 내놓아라.'라고 한국말로 타일러봐도 못알아듣는 건지 발라당 누워서 배를 긇어 달라고 하네요. 하는 짓이 귀여워서 공을 뺏어 잔듸밭 다른쪽으로 던져봤습니다. 그러자 열심히 달려가서 공을 물더니, 영화에서 본 것처럼 저한테 그쪽에서 오는 게 아니라 혼자 갖고 노네요. 제가 다가가면 발라당 누워 배를 긁어 달라고 하고요.


"미안하지만 넌 벼룩이 있을지도 모르고 난 연습을 해야 한단다." 라고 타일르고 공을 포기한체 코트로 돌아왔습니다. 역시 그 검은개는 코트 중앙 약간 밖에서 꿈쩍도 안하고 있더군요. 몇번 공을 더 맞더니 이번엔 몸을 움크립니다. 그냥 코트밖에서 누워 자면 될 것을 왜 맞아가면서 스릴을 즐길까요? 그렇게 한 세시간 연습하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제가 짐을 다 들고 코트로 나오자 그간 계속 누워만 있던 검은개가 일어나 저를 쳐다봅니다. 


공원 바로 옆에 큰 찻길이 있어서 저도 항상 조심하면서 길을 건너거든요. 길건너 슈퍼에 가서 물 한통 사고 집에 가려는데, 그 검은개가 저를 따라서 그 무시무시한 도로를 건너와 있네요. 허걱! "난 너의 옛 주인이 아니야!" 라고 역시 한국말로 한마디 해준 다음에 집에 혼자 돌아왔습니다. 


검은개나 흰개나 마음 같아서는 집에 들여서 같이 살고 싶지만, 작은 집에 월세내는 제 입장에서 불가능하네요. 친구가 그러는데 사람을 잘 따르는 동물은 옛주인 손에 길러지다가 버려진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에 공놀이를 추구하거나 한번이라도 쓰다듬에 주면 계속 따라옵니다. 내일도 연습하러 나갈까 생각하는데 불쌍해서 집중이 안되요.


오늘 결심한 건데요. 돈 많이 벌면 정원 딸린 집에서 큰 검은개 기르면서 살아야 겠어요. 가족이 모두 부재중에 개 맡기는게 돈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그런거 무시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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