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면 안 될 일을 잊고 산다는 게...
2010.03.08 23:43
제목은 거창한데, 사실 별 거 없습니다.
아직 자정 안 지났으니 3월 8일이지요? 오늘은 제 가장 친한 친구 녀석의 생일입니다.
몇 년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기숙사 살면서도 이 녀석 생일에 가장 먼저 축하 메시지
날려 주겠답시고 학교 짱 먹는 애들까지 밀어내면서 공중 전화로 음성 메시지(삐삐) 녹음하곤 했는데 말입니다.
지방에서 교육 받는다고 올라온 녀석이 그 친구 방에 3주간 빌붙기로 했는데, 뭐하고 있나 싶어서 전화했더니
술 마신답니다. 그럴 줄 알았다, 교육은 핑계였지~ 식으로 갈구고 있는데... 그 녀석 생일이랍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아뿔싸~ 싶더라고요. 바꿔 달라고 했는데... 이미 많이 마셨는지
뭐라고 해도 응~ 그래~ 밖에 안 합니다. 개×꺄! 라고 했는데... -_ㅡ;;;
미안한 맘이 어찌나 많이 들던지... 뭐 그리 대단한 일 한다고 바쁜 척 하며 가장 고마운 친구 생일조차
잊고 살았나 싶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이 그렇게 많았는데 이별은 '안녕' 짧은 한 마디로' 끝나 버린 그 사람에게 쏟아 부은
애정의 반이라도 그 친구에게 줬다면 이렇게 미안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주말에 어떻게든 시간 내서 뭐라도 사줘야 되겠습니다.
아무리 비싼 무언가를 사준들, 3일 내내 물만 마시고 있을 때 이 녀석이 사다 준 라면 다섯 봉지만큼
고맙고 눈물 날 리 없겠습니다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고마운 녀석을 잊고 지낸 게
너무 미안해서 그 녀석 눈을 못 볼 것 같네요.
잊고 있던 고마운 친구가 있으신가요? 난 다른 누군가에게 고마운 친구인가요?
고마운 친구들이 많죠. 하지만 그 친구들에게 제가 고마운 친구일런지는 모르겠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