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해 보기: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2012.11.04 12:19
kpug이라면 제목에 언급한 책을 읽은 분들이 많겠죠. 학부 때 읽었는지 석사 때였는지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했던 기억이 나요. 요약하면, 러시아 생물학자인 알렉산드르 류비셰프가 평생 자신이 쓴 시간을 기록하고, 통계내고, 최대한 활용하며 살았던 이야기입니다. (링크는 요기: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isoinlove&logNo=60109942968 )
사실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가능할지, 좋은 건지 회의적이었죠. 그런데 십몇년 씩 공부하다 보니 왠지 제가 노예가 되는 느낌이더라고요. 석사논문, 종합시험, gre, toefl, 박사논문, 구두시험, 논문출판, ... 등등, 남이 나에게 떠안긴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정신없는 삶. 끝없이.
그러다가 올 중순 쯤 류비셰프 책이 생각나서 찾아서 다시 읽고, 한번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두 달은 시행착오가 있었죠. 에버노트로 메모한다거나, 종이에 쓴다거나. 그러다가 전용프로그램을 쓰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Time Recording Pro라는 안드로이드 앱으로 시간 사용량을 범주별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기록을 내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더군요.
결과적으로, 깨어있는 동안 쓰는 모든 시간을 적은지 넉달 되었습니다. 다음은 지난 달에 쓴 시간과 그 수치들의 넉달간 변동추이입니다:
두 차트 다 퍼센티지 단위입니다. 더 세부적으로 기록했지만, 차트에는 대분류만 나타내는 게 효율적일 것 같아 여섯 개 카테고리로 뭉뚱그렸습니다. (즉, 예를 들어, Personal에는 운동, 식사, 샤워 등이, Research에는 논문집필, 문헌조사, 문헌분석 등이 포함됩니다.)
이렇게 일일이 적고 나서 알게 된 것은, 강의를 다니면서 길바닥에서 버리는 시간이 20퍼센트 이상이었다는 거네요. 웹질하면서 버리는 시간도 꽤 많았고요. (이 두 가지가 Miscellaneous를 거의 모두 차지합니다. ㅠ.ㅠ) 그렇지만 뭘 어떻게 효율화하려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훨씬 큽니다. 비교하자면, 똑같은 돈을 써도 잔고에 얼마 있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와 비슷하죠.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음미되지 않은 삶은 가치있는 삶이 아니다" (소크라테스) 뭐 이런 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kpug이 팜커뮤니티였을 때에는 pda를 가지고 pims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게 큰 관심사였는데, 이젠 옛날 말인가 싶네요. 그럼 즐팜하세요.
코멘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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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어떤분의 이야기와 제 인생을 돌아보면서
저도 나름 더 효과적으로 시간을 쓰고
남들보다 좀더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보자고
비슷한 시도를 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건 결국 의지 차이더군요
전 스스로 제 의지가 이렇게 빈약한지 몰랐더군요
어릴적 부터 연습으로 어떻게 된다고는 하지만...
휴 한숨만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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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아빠
11.04 17:03
저도 불가능하다 생각했습니다만, 스마트폰과 적절한 앱이 있으면 어떻게 되더군요. 아 그리고 위에 올린 시간은 보통 8시에서 12시까지, 그리고 주말까지 포함해서 적은 시간입니다. 저 그래도 평일에는 7시간씩 꼭꼭 일하는 사람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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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제가 알면서도 의지 박약으로 하지 못한것일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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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케
11.04 22:01
와 좋은 실천기이네요. 류비셰프가 대단하다고 느꼈던 게 저리 기록하는 것으로 시간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하루를 확인하는(?) 그런 것이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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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
11.04 23:48
대단하십니다.
전 아이패드에서 aTimelogger와 스터디 메이트, 그리고 Daily Tracker 씁니다.
언이아빠님같이 하루일상을 전부 체크하는 것은 aTimelogger이고, 스터디 메이트는 공부할 때 과목별 시간배분차 과목별로만 분배해 해당과목 공부할 때만 쓰고, Daily Tracker은 공부시간 체크용으로만 씁니다.
안드로이드에서 비슷한 앱들을 찾아보려 했으나 이미 아이패드에 적응되어 있어서 계속 아이패드만 쓰게 되네요.
(그래서 아이패드 1에 케이스까지 함께 들고다니면 좀 번거롭긴 하지만 이전에도 A5사이즈 다이어리 들고다니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들고다닐만 하더군요^^)
저도 몇년전 조그마한 수첩 가지고 다니면서 류비셰프같이 해보려고 시간기록하고 체크해봤지만, 그 시간들을 다 계산하는 것 자체가 제게는 일이어서 나중에는 포기했습니다.
그냥 공부할 때 스탑워치 쓰는 정도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에서 올해 위 앱들을 쓰게 되면서 저 자신을 체크해보게 되네요.
가끔은 족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중에 체크할 때 이보다 좋은 시스템(?)이 없다고 생각해서, 몇달전 쓰다가 중단했던 것을 10월부터 전격(?) 도입해 지금까지 활용중입니다.
물론 가끔은 저도 제 자신이 의지박약 아닌가 싶어 한심스러워 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계속 체크해가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려 합니다.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은 아예 이런 것도 필요없을만큼 공부에 집중하는 삶이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 제 자신을 체크해보며 객관화시키는 것이 저에겐 필요하겠더군요.
저도 몇달 쭉 해보고 통계내서 한번 올려봤음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러려면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자가용 운전을 내켜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가, 그 시간을 활용하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는것때문이예요. 물론 휴식을 취할수도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