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자기전에 갑자기 아들내미가 통곡을... ㅠㅠ (2)
2010.03.11 14:35
아래 로켓단님 글 읽으니 어제밤 제 상황이 떠오르네요.
요즘도 밤 늦게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야만 잠이 듭니다.
주로 안방에서 읽어 주었었는데, 요즘은 제 침대에 와서 책을 읽어 달라고 해서 책을 읽어 주며 일단 잠이 들면 안아서 안방으로 옮기는 일을 매일 하고 있죠.
어제는 갑자기 저에게 묻습니다.
"아빠... 내 나이가 39살이 되면 아빠는 몇살이야?"
"아빠가 도헌이를 34살에 낳았으니까 34를 더하면 되지... 도헌이 39살이면 아빠는 74살이네~ 우와... 외할미보다 더 많다..."
"그럼 아빠... 내가 74살되면 아빠는 몇살이야? "
"그럼 100살이 넘는데... 근데 왜? "
"엉엉.... 엉엉...."
"갑자기 왜 울어?"
"내가 아빠 나이가 되면 아빠는 없을꺼잖아~ 엉엉~"
"아니야... 도헌이가 백살이 되도... 아빠가 옆에서 지켜 줄께..."
"엉엉~~ 사람은 그렇게 될 수 없잖아... 너무 슬퍼~! "
"아니야~ 아빠는 도헌이가 백살이 되도 옆에 있는다니까... 약속..."
"그럼 천살이 되도? "
"그럼~ "
"그럼 만살이 되도?"
"그럼~ 약속~! "
"엉엉... 사람은 그럴 수 없잖아... 너무 슬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니까, 너무 슬퍼 ~ 엉엉~"
"...................."
어르고 달래서 재우는데 한 참 걸렸습니다.
그리고는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건강해야 겠구나...
아이가 장성할 때까지는 옆에서 정말 지켜줘야 겠구나...
술 담배... 줄이고 정말 건강해야 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맥주 마시면서요...ㅡㅜ
코멘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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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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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돌사진으로 KPUG 에 처음 신고를 했었는데, 벌써 7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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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ier
03.11 15:42
으아.. 효자네요 ㅠ.ㅠ 지금 저 자신을 잠시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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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T
03.11 15:45
^^; 29에 첫애를 본 저는 조금 이른 이야기 인가요?... 아드님의 효심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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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3.11 16:21
흐흐. 재미있군요.
녀석. 그래도 아버지랑 함께할 시간이 20년도 안남은 나보단 낫잖니.
가끔.. 저도 도헌이와 같은 생각을 합니다.
특히, '생명표'를 볼 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 아. 우리 어머니 또래들의 평균 잔여 수명은 앞으로 20년도 안남으셨구만. '
그래서 한국 돌아가거든, 어머니 손 꼭 부여잡고 데이트라도 해볼 생각입니다.
다른 여자들한테는 돈 펑펑 써가며 실컷 즐겼으나, 어머니랑은 둘이 뭘 해본 기억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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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가슴이 아팠던것은요...
아들의 바램을 생각해 보고 제 자신과 제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봤기 때문입니다.
제 아버님이 돌아가신게 1987년, 당시 나이 48세이셨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구요. 그나마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아버지 큰 보살핌을 필요로 하지 않고, 이렇게 자라났지요.
이제 몇년이 지나서 제 아버님이 가신 나이 때가 될 생각하니...
더 건강해야겠다... 아들놈이 좀 더 편한 환경에서 자라날려면, 제가 좀 더 많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문뜩 한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어제 아들의 울음 끝에서, 07년에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친구놈이 생각나셔였습니다.
그 집 아이들이 이제 6살, 4살입니다.
이쁘디 이쁜 둘째 딸내미의 돌잔치조차도 보지 못하고 가버린 놈이지요.
그놈들... 자주 보고 싶은데, 자주 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 1년에 서너번 밖에 보지를 못합니다.
내 모습을 볼 때면... 지 애비 생각이 나는지 자꾸 자기 엄마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묻습니다.
에휴... 그냥 왠지 잡생각만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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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그런생각도 하는군요.
어떻게 보면 참 착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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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인 그런거 신경쓸겨를도 없는데 말이죠.. 에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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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3.11 23:11
아이들의 생각이 깜찍하죠.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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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뎅이
03.12 11:38
아빠들의 공통된 생각인가봅니다.
그것도 찰라(?)의 생각이라는 것도 공통점인가봅니다.
저도 아들녀석 잠 잘때나 공부할 때 보면 '이놈을 지켜줘야지. 그러려면 내가 건강해야해. 담배를 끊어야겠다.'라고 결심합니다.
그러다가 아들녀석이 잠결에 발로 저를 차거나 공부하다가 짜증을 내면 슬그머니 밖으로 나와서 한숨을 쉽니다.
담배 피우면서...
똘이가 너무 커버렸어요.. T^T;; 제제의 라임오렌지 나무가 문득 생각이 나는군요.
친애하는 마누엘 발라다리스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