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이나 큰 일 날뻔 했던 친구.
2012.11.17 16:01
1. 대학교 1학년때 부산 촌넘이 설악산으로 MT를 갔습니다.
모든 것이 신기하던 그 때... 두환 장군이 백담사를 점령하기 전에 백담사에서 앞에서 1박하고
다음날 새벽에 대청봉을 향해서 올라갔습니다. 여학생이 더 많은 과 특성상, 좀 더디게 올라갔는데
결국 중청에서 1박을 하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대청봉을 찍고 하산 하였습니다.
한참을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잠시 쉬는데... 키가 153cm 밖에 안되는 동기 여학생 하나가 계곡물에 빠졌습니다.
처음엔 물에서 장난 하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머리가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
하지만 키크고 날쌘 선배님 덕분에 그 여학생은 구조되었습니다. 십년감수 했죠.
그리고 다들 덕담으로 '넌 정말 오래 살꺼야!'
2. 생물학과 다녔는데 우리 동기들이 과내 채집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나비와 곤충을 채집했는데... 하루는 구덕산으로 채집을 갔습니다. 전부 7명이었는데... 그 날은 5명인가
6명이 갔습니다. 대신동 구덕산 입구에 도착해서 막 산으로 올라 가면서 신나했는데... 여학생 한명이 갑자기
장수말벌 5마리에게 습격을 당했습니다. 그 여학생 머리숱 안으로 5마리가 들어갔는데 우리가 다행히 다 털어냈는데
한마리가 결국 그 여학생 정수리 근처를 쏘았습니다.
장수말벌은 국내에 사는 말벌중에 가장 큰 넘으로 남자 성인 엄지손가락보다 더 큽니다.
얼굴이 퉁퉁 붓고 혀도 굳어 말도 안나오고 울기만 하는 그 여학생을 데리고 약국에 갔더니 병원에 가라고 해서
외과에 가서 박혀 있던 장수말벌 침과 배 부분을 머리를 약간절개해서 빼내고 주사를 맞히고 집에다 데려다 주었습니다.
다들 얼마나 놀랬던지...
그리고 다들 덕담으로 '넌 정말 오래 살꺼야!'
3. 대학을 졸업한지 20년이 지난 동기 여학생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위암 4기랍니다 ㅜㅜ
정말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하지만 전화 목소리는 아주 씩씩하더군요. 학교 다닐 때도 그랬습니다.
작은 체구였지만 언제나 밝고 씩씩한 친구였습니다. 소식을 전해 듣고 5일만에 만났습니다.
학교 친구 여러 명과 함께 만났습니다.
세째를 가지고 낳고 나서도 몰랐답니다. 임신 중에 위쪽에 통증이 있었지만 그냥 넘어갔답니다.
5월에 출산하고 9월에 암인줄 알게 되었답니다. 의사가 3개월이라고 했답니다. 벌써 2개월이 지났구요.
희안한 것 위 내벽엔 암세포 덩어리가 없고 위 외벽에 암덩어리가 있답니다. 드문 경우라고...
하지만 친구를 보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3차 항암치료를 한답니다.
우리들은 지나간 20년 전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3시간 동안 회포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넌 잘 이겨낼꺼야!'
눈치 채셨겠지만 세 이야기 모두 한 친구의 얘기입니다.
오늘 아침에 깨어서나서 그 친구가 정말 잘 이겨내기를 기도했습니다.
내일도 기도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에...
코멘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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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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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11.17 16:26
틀림없이 잘 이겨 내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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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11.17 16:29
저도 진심으로 잘 이겨내시리라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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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11.17 18:12
예전 세번의 경우 처럼 잘 버티실 것이어요... -
잘 버티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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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힘이 나고 친구에게 더 많은 관심과 기도를 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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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많은 친구분이군요.
저도 같이 기도하겠습니다. -
맑은하늘
11.18 14:27
친구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오래 살겁니다. 오래 오래... 힘 내시길... -
왕초보
11.18 18:10
이번에도 '뻔'으로 그칠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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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11.19 09:01
쾌차하실 겁니다.
쾌차하시길...종교는 안 믿지만..저도 기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