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정치 글을 써봅니다...
2012.12.24 00:24
그 당시 너무 좌절을 한 탓인지, 이번 대선 결과를 듣고도,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저 올게 왔구나. 라는 생각과 4월부터 조용히 다져오던 개인적인 각오에 마침표를 찍는 정도의 의미 뿐.
언론에서 이야기 되지 않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를바 없다라는 것을 4월 말에 한국에 들어가 있을 때 깨달았다.
그 당시는 너무 갑작스러운 모친상에 미쳐 인식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한국에 있는 기간 동안 방송 3사의 9시 뉴스에서 정부의 실책에 대한 그 어떤 보도도 접하지 못한 기억이 난다. 4월이면 최시중 놈의 일로 아직 인터넷이 여전히 시끄러웠을 때 였는데, 방송에서는 최시중의 최자도 들은 기억이 없다.
신문과 TV에서는 거짓이나 자극적인 뉴스들을 전달하고, (도대체 언제부터 경악, 충격, 알고보니, 노출, 뒷태 등의 단어가 없으면 기사 제목을 뽑지 못하게 된 것일까?)
신문, TV와 더불어 자칭 종교 지도자라는 것들이 주말마다 자신들의 신도들에게 다시 주입식 교육을 실시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모습이나, 안철수씨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것도 일종의 종교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뭐든지 종교화가 잘 되는 나라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20대와 30대로 가득한 일베충들을 보면 시간이 흘러도 TV, 신문, 종교의 가르침을 착실하게 학습한 젊은이들만이 늘어날 뿐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나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터넷 매체들도 언제까지 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까?
2012년 까지는 부족한 자금에도 어렵게 버텨왔다고 하지만, 앞으로 가능할까?
자금의 문제를 떠나서, 새 정부가 과연 이들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나꼼수가 배포되는 호스팅 업체에 뭔가 조사한다고 불시에 들이 닥쳤던 일을 떠올려본다.
같은 BBK 문제를 지적한 봉주씨는 감옥에 가고, 박아무개는 기소 조차 되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미국소 먹이지 않겠다고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와 아기들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쏘아댄다. 이런게 대한민국의 사법기관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월급을 빌미로 쥐고 흔든다.
야근, 특근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근로시간이 높지만, 근로시간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는 곳이 한국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일한 시간에 대해서 제대로 비용을 지불해주는 나라도 아니다. 야근과 특근한 시간 만큼 정당히 돈을 지불 했으면, 이미 국민소득 4만불도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ㅡ,.ㅡ
밤낮으로 일하고, 그리고 고용주에게 각종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
당신은 정신 병원에 가본적이 있는가? 그곳에 강박증 등으로 오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놀랍게도 20대, 30대초반의 한참 일하는 젊은이들이다. 어찌나 환자들이 많은지 그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 한 명당 5분 밖에 진료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 5분 간격으로 상담 리스트가 빼곡하다.
이렇게 정신병 증상까지 보여가며 받은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 보겠다고
야근 끝나고 저렴한 SSM등에 가서 소비를 하면, 그 돈이 다시 재벌들에게 돌아간다.
국가에서는 세금이라고 월급날 마다 걷어가서, 그 돈을 강바닥 판다며
역시 재벌들에게 쥐어준다. 그 와중에 물론 자신들도 떼어 먹었겠지.
세금이 납세자를 위해 사용되지 않고 엉뚱한데로 흘러들어가니,
99% 납세자들의 의료비, 교육비, 육아비 지출 등은 증가하고
피싱 전화와 스팸 메일도 나날히 도를 더해가며, 묻지마 범죄도 늘어간다.
여기에 더해 공기업 팔면서 뒷 돈 먹기 위해서 + 그 동안 해쳐먹어서 늘어난 국가 부채를 일시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줄줄이 민영화들을 하고 나면, 수도비나 전기비등의 기본 생활비들도 국내 재벌이나 해외 자본들이 내라는 대로 내야 할 판이다.
그 뿐이랴, ISD 등으로 들어오는 국제 소송 등에 지불해야 할 세금도 점점 늘어날 예정이지 않은가.
소득이라고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월급이나 소규모 자영업 밖에 없는데,
지출은 느는데, 세금으로 낸 돈이 복지 등의 이름으로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어 간다.
돈은 점점 더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고, 돈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사기도 당연한 일이 되어가며, 돈이 있는 자가 돈이 없는 자를 멸시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되어간다.
기업에게 돈을 내는 고객은 기업에게 돈을 받는 고객 상담원에게 마음껏 진상을 떨어도 되고, 기업에게 돈 받고 배달하는 배달원들은, 그 들의 기업체에 돈을 주는 고객님들의 엘레베이터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게 한국의 현재 모습이다.
복지가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를 나는 복지가 돈 앞에서 사람의 양심을 지켜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당장 눈앞의 돈에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인데, 무슨 양심과 정직을 따질 여력이 있겠는가.
양심과 정직과 진실이 사라지고,
경제적으로는 돈을 쥔 자에게 점점 더 종속되고
돈-언론-권력-종교-사이비 이념, 이 5가지가 꼼꼼하게 유착된
그리고 돈의 권력에 저항하기 위한 소비자 불매운동마저 불법이 되버린 나라에서,
나는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청소년 사망율 원인의 1위가 자살인 통계에서 한국의 미래를 예감한다.
코멘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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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P
12.24 10:31
오호... 잠수함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거 같기도 하네요. 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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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발이
12.24 10:56
지금 이미 사회의 부패화가 시작되어 어쩔수 없을것 같네요.. 소위 알바에 대해서도 이슈가 될때
집단 지성이라면 해결을 할 방법을 모색을 할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쉬쉬 거리는 방법을 택하는 커뮤니티가 많죠..
사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삼성 밥을 먹고 있는 자칭 바이럴 마케팅, 블로거지 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남을 속이는게 아니야 라고 생각 하죠.. 그게 이제 정치로 번졌을 뿐입니다..
저도 이전 부터 일부 대기업 제품들을 불매하고.. 현명한 소비를 하려 하는데.. 이게 무슨 이념이라고 까는 사람도 있더군요..
말씀하신대로 터질것이 터졌고.. 고치기는 더욱 수월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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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란
12.24 11:32
무슨 지식이든 종교화되는 현상은 정말 위험하죠.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게 하니까요.
사실 이런 걸 깨려면 심지어 종교라도 끊임없이 토론의 장 위에 올리고 이야기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커뮤니티들이 분란을 막겠다며 이러한 것을 금지시켜버렸죠. 이야기되지 않는 지식은 오히려 종교화되기 딱 좋죠. 이러한 것이 쌓이고 쌓여 지금 이렇게 투표 결과로까지 나타난 상태고요.
이걸 깰 방법이 아직 남아있긴 하고 그 흐름이 잡히긴 합니다만 좋은 기회 다 놓친 그 인간들이 또 여기에서마저 흐름을 흩어놓는다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출산 안 하고 초고령화되면서 경쟁력이 무너지는 형태로 바뀌게 될 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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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제 방침중에 하나가, 논쟁이 없는 집단은 죽은 집단이라는거죠. 말싸움좀 했다고 다신 안볼 인간처럼 취급하는 사이라면, 그 사이는 원래 아무 사이도 아닌거였죠.
전 이번 결과를 보면서...
집단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