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반성.
2013.02.20 10:11
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집에서 한 잔 하는 반주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2006년부터 반주를 시작했으니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집에서 음주를 즐겼지요.
송년 모임이나 번개 등에서 만나도 10시면 거의 자리를 파하고 들어 가는 편이었습니다.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과도한 음주가 유발시키는 실수도 하기 싫어서 였습니다.
뭐 그러다 보니, 하나 있는 아들 앞에서의 음주도 미안한 마음은 별로 없었습니다.
주사가 있는것도 아니고, 과음 때문에 지각을 하는 등의 실수가 일절 없었으니까, 나름대로의 면죄부를 주었던거죠.
아빠의 온갖 스트레스는 집에서 가벼운 음주를 통해서 해소 하니, 너도 이해 해라~~~~
그런데 한 2~3년 전부터 아들이 음주와 흡연을 정말 싫어 합니다.
A4지에 그림가 글을 통해서 아빠는 반병 이상 음주 금지. 흡연 금지 등의 포스터를 대문, 화장실문, 옷방 문등에 붙혀 놓았음에도 저의 음주 행각에는 별 변화가 없었지요.
물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기는 했었지만, 음주 행태를 변화 시킬 만큼의 각성이 없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저녁 메뉴도 자연스럽게 음주에 걸맞는 식단으로 변화 되었고, 마냥 반복되는 음주에 살도 찌거니와 몸에 조금씩의 이상 징후도 발생을 하는군요.
그제... 정확히는 월요일에 뒤통수가 번쩍~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2년간 돌봐 주신 방과 후 돌보미 선생님과 오랫만에 반차를 쓰게된 아이 엄마가 학교에서 상담을 했었지요.
학교 생활 잘 하는 아들의 칭찬 95%를 하신 후에 조심스럽게 아이엄마에게 묻더랍니다.
"아버님이.... 혹시 알콜 중독.... 막걸리를 좋아 하시는지요? 도헌이가 학교에서 울 아빠는 술을 정말 많이 마셔요~~ 맨날 마셔요~~ 라고 이야기를 하네요."
물론 아이 엄마도 화들짝 놀라서 아이 아빠가 밖에서 2차 3차 가는거 싫어 하고, 집에서 식사 할 때 식구들 모여서 조금씩 먹는걸 좋아 한다라고 이야기 했다지만, 제가 받은 충역이 꽤나 크네요.
2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머리가 어리러울 정도로 그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내 생활에서, 아들 육아를 위해 상당 부분 포기한 것도 있고, 맞벌이의 특성 때문에 유치원이나 학교 생활 같은것도 90% 이상 제가 돌봐 주면서 난 자상한 아빠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다~~ 라면서 자위 하고 살았는데요.
아직 아들의 눈에 비친 제 모습은 "뚱뚱하고 술, 담배 많이 하는 못 된 아빠" 였습니다.
물론 그제와 같은 에피소드는 아니었지만 자잘한 에피소드가 몇개 있었지만 매우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금연과 금주를 생각해 본적은 사실 아직 없습니다.
담배도 항상 아들의 시선 밖에서 하느냐고 노력을 했었는데, 더 조심을 해야겠습니다.
금주.... 는 못해도 반주는 끊어야겠습니다.
앞으로 집에서의 음주는 절대로 자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어제부터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실행을 해야겠지요.
한 7년간 즐겨 했던 집에서의 음주와 반주. 이젠 끝입니다.
계속 지켜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코멘트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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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님도 반주 하는 저 때문에 음주량이 많이 늘었어요.
이것도 반성의 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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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02.20 10:23
짝짝짝.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
아이 키우는거 참 힘듭니다.
밖에서 보기에 의연하게 키우는것 같아도.. 아래에서는 발을 죽어라 젓고 있지요..가라앉지 않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아직 어린 6살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커 갈수록 힘드네요. 하지만...즐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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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게 갈수록 힘 듭니다.
꼭 이번 경우가 아니더라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이게 맞는걸까???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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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2.20 10:43
참 어려운 결심을 하셨네요.
저도 산신령님과 술 관련하여 상황이 거의 비슷한데... 술을 좋아하다보니... 주로 집에서 먹는데... 쩝...
저도 학교 보내면 그만둬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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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집에서 먹는 반주/음주 가 아이 성격이나 성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거 같습니다.
입학 후가 아니라...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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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아버지이시네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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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고 배 나오고고, 술 담배 좋아하는 나쁜 아버지입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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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6년 전에 아이들을 위해 담배를 끊었죠..
그리고 아이들이 빨대를 담배처럼 손가락에 끼우는 모습도 사라졌어요.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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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해서 깜짝 놀란적도 있기는 합니다.
아직 금연의 길은.... 어흑...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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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파워
02.20 11:14
아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보입니다...이미 멋진 아빠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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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이 사랑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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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좋은 결심을 하셨습니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해도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요...
아빠는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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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고 생각했던건 아닌데요. 그 동안에도 많이 미안했었지요.
이제는 아이의 시각에 맞춰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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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02.20 11:54
반주 생각 나실 때마다 이글 한번 보시면 정신 번쩍 드시겠네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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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 생각나도, 무조건 참아야죠.
이글까지 찾아 읽으면 아니되옵니다.
술 생각이 난다면 밖에서 해결해야죠. ^^ 어제처럼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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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를 멈추겠다는 멋진 글을 쓴 지금...
마눌님에게서 이따위 멧세지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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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X
02.20 17:36
진짜 마음 단디 먹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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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아빠
02.20 12:57
전 애들 9시전에 다 제우고 마셔요. 애들 앞에선 절대 금주, 금연... 담배 피우려면 나가서.. 살짝 보일때도 있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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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틈에 음주량을 줄여 볼려구요.
지난 몇년간 원없이 마셨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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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2.20 14:43
아흑 샬루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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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와이프 과장님께서 술을 좋아 하지 않으시기에, 술 좋아 하는 저를 생각하셔서 가끔 양주를 주십니다.
종합병원 과장님이라 선물의 연차가 보통은 21년... 저도 ㄷㄷㄷ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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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o
02.20 15:02
그러면 살룻은 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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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만?? 스트레이트 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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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용사
02.20 15:18
저도 살룻 한잔만 ㄷㄷㄷㄷㄷ -
ㄷㄷㄷㄷㄷ 한 잔 따라서 갖고 나가면 김 빠져서 맛 없어유.
그러니까 그냥 제가 홀짝~ 홀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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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2.20 15:34
샬루트21 벙개하세요... -
제가 알아서 잘 마실께요~~ ^^
번개는 무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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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는 인당 20만원으로 해서 하면되겠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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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5brj
02.21 04:50
힘든 결심 하신거 응원드립니다.
그리고... 기왕에 결심하신거 담배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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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어제도 반주 안하고 잘 참았으며, 앞으로도 잘 참을 예정입니다.
로얄샬롯은 희안하게 500ml 짜리도 있네요. 처음 봤습니다.
여태 로얄 샬롯 17년산, 21년산 합쳐서 한 세병 먹었는데, 모두 700ml 이상이었던거 같은데 이번것은 아담하네요.
제가 좋은 날 잘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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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02.21 11:30
저도 애들과 건배까지 해가면서 거침없이 마시는데 반성좀 해야할것 같습니다 끝까지 약속 지키세요~ ^^
꼭 지켜지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저는 담배는 안하지만 술은 먹는데 가급적이면 집에서 안먹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와이프와 맥주 한잔 하는게 꿈이였는데요 와이프가 못 마셔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