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는, 혁명을 죽인 커피입니다.
2013.03.08 19:34
커피가 또 떨어져 이번에도 두 봉지를 더 시켰습니다.(보통 두 주에 한 봉지를 소화합니다.) 다만 마이너 정신 가득한 제 취향때문에 이번에도 브라질, 에티오피아, 케냐같은 유명 산지는 전부 무시! 마이너함을 살려 중미산 커피 두 개를 시켰습니다.
이번에는 볼리비아와 니카라과산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번에 개봉하여 마셔본 것은 Bolivia Caranavi Organic입니다. 이름에 Organic이 붙어 있듯이 유기농 커피인데, 중미산 커피 가운데는 이러한 유기농 원두가 적지 않습니다.
Altura Lavado도 그렇지만 중미산 커피는 매우 강한 맛이 섞여 있는 특색은 없지만 대신 순하고 밸런스가 잘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미 하나로 승부하는 Kenya AA나 향으로 승부하는 Columbia Supremo와 달리 중미산 커피들은 딱히 눈에 띄는 장점은 없습니다. 대신 그만큼 저항이 없는 맛을 자랑합니다. 신 맛이 싫어도, 너무 써도 별로라면 쿠바, 볼리비아, 엘살바도르같은 중미산 커피가 바람직합니다. 덤으로 이들 커피는 에스프레스같은 돈들고 폼나는 방식이 아닌 드립이나 커피메이커같은 서민틱한 방식으로만 제 맛이 납니다. 폼 잡는 이에게는 저주를, 주머니가 가벼운 이에게는 좋은 맛을 선물합니다.^^
Caranavi Organic은 첫맛은 너무 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강한 맛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산미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은 아니며 살짝은 있습니다. 하지만 신 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바로 줄 정도로 튀는 신 맛은 없습니다. 향은 충분히 강하지만 맛은 부드럽습니다. 그리고 중간부터는 물처럼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진하게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매우 부담이 가지 않는 맛을 자랑합니다.
'공산주의 커피'인 Cuba Altura Lavado가 모든 면에서 뛰어난 밸런스를 자랑하여 '없는 자의 블루 마운틴'이라고 부른다면 '공산주의 혁명을 죽여버린' Bolivia Caranavi Organic은 저항이 없는 맛으로 '밤새는 개발자와 직장인의 프롤레타리아 친구'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커피 원두 가격도 충분히 저렴한 수준이기에 정말로 프롤레타리아 친구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추신: 오늘자로 업무 보직이 바뀌어 약 3m를 이동하게 되었는데, 종전 자리를 일종의 탕비실 비슷하게(물론 물은 없습니다.^^) 개조 하였습니다. 이 위에 커피메이커, 그라인더, 프렌치프레스 등 커피를 내리는 도구와 각종 차류를 놓았습니다.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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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연비
03.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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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3.08 20:13
이름이 특이하네요...
진짜로 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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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3.08 21:23
보통 '매우 유명한' 커피 원두가 아닌 마이너한 것(중미산, 브라질산 기본형, 블렌딩)들은 마트에서 파는 저가형 커피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당연히 품질은 그것들보다는 확실히 낫습니다. 원두의 품질보다는 로스팅 후 유통에 걸리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 사실 더 크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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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3.08 22:48
그러면 마실 때마다 로스팅을 해야 한다는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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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lee
03.08 22:35
제가 알고 있던 다른 저렴한 곳보다도 더 저렴합니다. 다음에는 여기서 주문을 해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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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03.08 23:07
iris님 덕분에 저도 이번달부터 왕싼커피에서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커피들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ltura Lavado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제게는 너무 연하더군요. 지금은 Kenya AA를 마시고 있는데 다음달에는 다른 것에 도전해봐야죠.
아마도 마케팅 전략이겠지만 포장과 이름이 너무나 촌스러워보여 처음 홈페이지 접속하고는 씩 웃었다는... -
iris
03.09 09:34
위에도 적었는데, 중미산 커피들(쿠바 포함)은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모카포트처럼 진하게 압력을 가해 뽑아 마시는 용도로는 부적절합니다. Altura Lavado도 에스프레소로 뽑았을 때는 별로였습니다. 더치로 마셨을 때도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역시 이 종류들은 싸게 마시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에스프레소용으로 가장 좋은건 역시 '브라질산'입니다. 산미가 적고 진하게 나오는 것들이 에스프레소나 모카포트용으로는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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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긋*
03.09 14:53
아. 이놈의 저질 입맛.
옛날 다방 커피가 제일 맛났던 것 같아요. -
푸른들이
03.10 01:03
저질 입맛은 스틱커피 노랭이 아니구요? ^^
당연 제 이야기입니다만... 전 커피는 '양'이라고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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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3.10 09:21
다방 커피라...
옹급 뇐네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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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클리프
03.10 17:35
10원도 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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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03.11 08:59
지난 해 부터 저도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는데 아이리스님 귀한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워날 아이리스님 글을 잘 쓰시기에 이런 말씀 드립니다.
최근 제가 있는 곳 사무실 이전을 하고 소위 탕비실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탕비실이 일본어의 잔재라고하여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인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대체어로 '준비실'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와....왕 싼 가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