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팔년도 법원덕분에 Dung Dog Training을 하고 왔습니다.
2013.06.21 21:18
일단 이유는 회사 업무입니다. 회사에서 모 불량 고객에게 내려간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걸었고, 재판에서 승소하여 확정이 났습니다. 하지만 승소했다고 돈이 전자동으로 들어오는건 아닌 만큼 일단 돈을 받아내려면 절차를 좀 따라야 합니다. 그냥 쓱싹 압류면 된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구체적인 피고의 재산 내역'을 꿰고 있을 때나 가능합니다. 그걸 모를 때는 재산명시신청 -> 재산조회신청 -> 그 뒤 확인된 재산에 대한 압류를 진행합니다.
피고의 재산을 확인하고자 '별 쓸모 없는' 재산명시신청을 접수하러 재판을 관할한 법원에 갔습니다. 참고로 쓸모 없다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재산명시명령을 법원이 내려도 피고가 그것을 무시하기 때문입니다.(법원에 출석하여 거짓을 말하는 것은 처벌받지만 일부러 무시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즉, 재산명시신청은 강제로 재산 내역을 뽑는 재산조회신청으로 가는 길일 뿐인 것이 현실이지만, 일단 안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대충 판결문과 몇몇 서류를 들고 법원에 갔더니 담당 직원이 하는 말(이 때 판결문의 원고, 피고 주소를 분명히 봤습니다.), '다시 피고 주민등록 초본 떼와라.' 그래서 열심히 근처 지도를 뒤져 땡볕에 주민센터를 찾아 판결문을 들고 초본을 떼왔습니다. 그랬더니 또 다시 '다른 창구로 가서 서류를 더 떼와라'그럽니다. 뭐 이것은 필요한 서류라고 나와 있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역시 떼왔습니다.
이제 됐다 싶었는데 그 직원 曰... '우리 법원 소관 아니거든요.'
진작 서류를 다른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면 이 삽질을 안해도 되는데 처음 서류를 볼 때 접수가 되는양 말해버리는 바람에 그야말로 Bird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시대임에도 서류를 대신 접수하는것 따위는 없고, 직접 해당 법원(경북 김천까지 가야 합니다.)을 가거나, '우편으로만' 따로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무슨 전산따위는 없는 쌍팔년도 시대의 법원 행정을 다시 한 번 겪었습니다.
결국 두 시간동안 밥은 굶고 땡볕에 에너지 빼고 서류는 하나 접수 못하고 회사로 복귀하니 일은 넘쳐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이딴 사법 행정하라고 세금을 바치는건 아닌데 머리가 굳은 권위주의식 행정은 나아질 기미가 안보입니다. 나라를 발전은 커녕 힘 가진 인간들이 대놓고 사람을 죽이는 시대로 돌리고 싶어하는 움직임을 보이는건 이러한 시대 역행적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사람과 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코멘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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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ItBetter
06.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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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사랑
06.21 21:29
고생하셨어요 -
몽배
06.21 21:35
관공서 들어가기 정말 싫습니다.....
매번 한방에 일이 해결된적이 별로 없구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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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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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변호사나 변리사 행정사등등
법조계 공공사무계가 돈 벌어 먹고 살죠...
일년에 정원 약 300명 정도가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들 70% 정도가
사실상 빚내서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행정절차나
소송절차 대신 해 주고 용돈벌이를 하죠
행정사 라도 한번 알아보셨으면 일은 좀 더 쉽게 하셨을 겁니다만...
이런 일 한번 당하고 나면 기분은 더럽죠 분명히...
법은 진짜 모르면 눈뜨고 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틈틈히라도 공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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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정도야 뭐 저는 1심에서 아예 법원에서 위법판결 내려서 항고한적있습니다. 미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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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6.22 00:05
일하기 싫어서 귀찮으라고 그런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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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벌라게 멍청해서 그래요. 근데 자기가 멍청한줄조차 모를 정도로 멍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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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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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날 고생하셨네요. 토닥 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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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6.22 03:30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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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수십 수백차례를 이야기하는거지만, 소위 공무원적 마인드라는걸 공무원들은 잘못된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는게 문제예요.
모든 업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공무원들은 눈앞에 놓인 문제에 답을 내놓는 것만을 해결방안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길을 잃은 사람이 "여기가 어딘가요?"라고 물어보는데, "지구요." 라고 대답하거나 "북위 37도, 동경 24도"라고 대답하는걸 자긴 할거 한거라고 여긴다는거죠.
iris님이 원하는 목적은 분명 그 서류를 접수하는거죠. 하지만 그 접수자의 발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서로 짜증나는 일이 중간에 계속 생기는데, 소위 공무원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그걸 모릅니다!!!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조차 못하는거죠.
현실세계에서 이런 사람들은 "멍청하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정말로 "멍청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울분에 차서 "세금이 아깝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은 자기가 잘난 줄 압니다. 평소에 머리를 쓰질 않다보니 그렇죠.
분명히 공무원들은 "멍청합니다." 자기가 멍청한줄조차 모를 정도로 "멍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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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06.22 15:13
아니죠.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혹시 나중에 있을지 모르는 트러블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 이거 저거 딴지를 걸어놓는 게 몸보신 차원에서는 현명한 거겠죠.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터져도 "나는 이럴까봐 이런저런 조치를 했는데도 의뢰인이 막무가내로 ..." 이딴 크리를 타는 게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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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열정
06.22 09:05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요,, 더운데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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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
06.22 12:41
공무원 멍청한거 확인하기위해 시간만 버리셨네요 ㅜ.ㅜ -
tomeast
06.22 15:11
내용을 읽어 보니 제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개인명의 은행 통장 개설했을때 생각이 나내요...
중국 큰도시 북경, 상해, 심천같은 시내에서는 그나마 한국의 은행같은 약간의 서비스를 받을수 있는데 그외 지역은 사뭇 다른 분위기 입니다.
통장 개설하고 한국에서 들어올 돈이 있어서 찾으러 갔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돈을 찾은 시간은 오전 시간이 모두 지나가 버립니다.
중국의 점심시간은 아예 업무를 하지 않기에 잘못 시간을 맞추면 돈 한번 찾은데 하루 종일이 걸릴수도 있구요...
처음 돈을 찾을때 일이 출금 전표를 직접 작성해서 창구에 제출해야 합니다.
지금은 번호표가 있었으나 당시는 번호표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줄 잘못서면 앞에 넘이 창구를 전세내고 있는 경우도 있구요
어쨋든 참고 기다렸다 제 차례에 전표를 밀어 넣으니 날자를 안적었다고 다시 적어오랍니다.
자기가 적어주면 어디가 덧나는지 휙 던진걸 집어서 뒤로 밀려나오고 날자적고 또 줄서서 기다렸는데 이번에 어딘가를 잘못 적었다내요
그럼 진작에 알려주지 날자 적을때 새로 적어오게...
화를 꾹 참고 전표를 새로 작성하여 또 줄을 섰는데 제 앞에서 점심이라고 창구를 닫아버리내요
일하다 윗분께 양해를 구하고 은행에 간건데 오전을 내내 줄만서다 가려니 어찌나 성질이 나던지 전표를 갈갈이 찍어 집어던지고
소리지르고 나왔더니 나중에 이상한 손님이라고 소문이 났더라구요... TT
한국인으로서 중국에서 산다는것이 힘들때가 많내요...
한국은 참 편하게 잘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저런 경우가 있군요 참을 인 세개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습니다.
사람 하나 살렸다고 생각하심이... ^^ (저는 중국에 살면서 열명은 살릴것 같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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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명령 신청하러 직접 법원에 갔을 경우 한번만에 된 적이 없었네요.
전자독촉(인터넷으로 신청)으로 할 경우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습니다.
법원에 젊은 직원들은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더군요. 어떤 서류가 빠졌고
어디서 발급 받으면 되고 양식은 어떤 것을 적어오라고...
그나마 옛날에 비하면 법원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직 쌍팔년도 수준이라고
보는게 마땅한 것 같습니다. 판사들 수준은 거의 유신시절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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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mubamu
06.23 01:17
법원은 그래도 협조라도 해주죠 형사들은 그냥 양아치 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의 존재목적은 국민에게 서비스를 하는데 있는게 아닌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