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인증제..개나 줘버려. 그러나..
2013.07.08 19:57
초등1학년 아들 키웁니다. 제 아들, 제가 볼땐 호기심 매우 풍부하고, 유머감각 있고, 감수성 풍부하고, 규칙을 잘 지키고,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 있습니다. . 증거요? 시속200km로 4만km 가려면 며칠 걸리는지 궁금해 하고, 해가 지는 저녁노을 보고 눈물을 줄줄 흘리고, 아빠와 약속한 할당 시간 이상 아이패드 게임 안하고, 시 주최 웅변대회 유치부 최우수상도 받았어요. 엄마랑 바둑 두면 엄마도 이겨요. 제 눈엔 새끼가 이뻐보인다지만, 지극히 정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다니는 학교에서 인증제라는걸 해요. 줄넘기 인증, 한자 인증...인증 받으면 넌 통과한 애, 넌 실패한 애 하고 나눠 버립니다. 미친거죠. 못 넘는 애들은 '난 인증 못 받았어' 하고 느끼게 되겠죠.
얼마전 담임선생님이 알림장에 '줄넘기 연습이 매우 필요합니다' 라고 며칠 연속 썼다는걸 알았어요. 물어보니 3개 했고 어떤 여자애랑 같이 반에서 꼴찌래요. 몇개 넘어야 인증 되냐고 했더니 60개 랍니다. 세상에 이런.... 어른도 60개 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 어쨌든 애 엄마가 하두 속상해 하길래 며칠 집중과외 시켜서 결국 인증된 인간 만들었어요. ㅡㅡ;; 어쩼든 인증제도 안에서 제 아들은 패배자로 분류 됐겠죠.
그런데 과연 이런 교육이 아이에게 나쁜지 좋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주변에 보면 영미국가로 중학교때 부터 보내는 부모 종종 있죠. 과연 그들이 커서 사회에 합류했을 때 행복해 할까요. 사실 인생은 이상으로 접근하기엔 너무 현실적입니다. 나 이외엔 아무도 날 도와주는 이 없고, 나에게 유리한 것이 공평한 것이고, 힘 센 놈이 다 먹어 치우고, 윗 사람 도움 없이 가능한 것은 거의 없고...그게 현실이라, 그것과 동떨어진 것을 현실인양 애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결국 한국은 이상과 먼, 지극히 현실적인, 그러나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애증의 대상인...뭔가 그런 존재라는 거죠.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가도 기득권은 신생 군소집단이 힘을 얻지 못하게 가진 수를 다 쓰고, '공평한 기회'라는 장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밖에요. 가령 '거 봐라, 니넨 애초에 안되는 애들이잖아' 이 한마디를 날리기 위해 기회를 주는 모양새를 띈....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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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준
07.0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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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적인 해석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좀 꼬였는지, 좋게 해석하기 싫네요. 어쨌든 3개 넘던 아이를 이틀전 100개 찍게 하고 그만 뒀습니다. 왜 해야하는지를 모르는 아이를 인증 받게 하다니. 아이들에게 motivation이 없다면 죽은 교육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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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thetoilet
07.08 22:13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가도 기득권은 신생 군소집단이 힘을 얻지 못하게 가진 수를 다 쓰고, '공평한 기회'라는 장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밖에요. 가령 '거 봐라, 니넨 애초에 안되는 애들이잖아' 이 한마디를 날리기 위해 기회를 주는 모양새를 띈....
위 부분은 다분히 한국적인 정서로 세상을 파악하신 결론 같습니다. 안그런 나라 많습니다. 한국이 필요에 의해 그렇지 않은 곳의 정보를 제한하고, 또 몇 안되는 그런 나라들의, 그것도 그런 부분만 편파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니 세상이 다 그럴 거라고 믿게 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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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 나라가 어디인가요? 보고 들어서 아는거 말고 실제 경험에 근거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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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thetoilet
07.08 22:47
실제 경험에 근거해야 하면 애들을 그 나라들에서 다 낳아서 키워봐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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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은 나라 많습니다' 라고 말씀 하시길래 그 나라가 혹시 어디인지 진심 궁금해서 여쭤 봅니다. 정말 그러한지 궁금하거든요. 만약 그러한 나라가 있다면, 진심 깊이 연구하여 그 사례를 널리 알려 공유하고 싶은 마음 입니다.
'경험에 근거한다'에 대한 의미 전달이 잘못 되었군요. 제가 말한 경험에 근거함 이란, 실제로 기득권이 권력(또는 특혜)를 유지하려 하지 않고, 공평한 기회를 정치적 안전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 그런 나라에서 실제로 경험한 것을 근거로 말씀하신 것인지를 여쭤 본거예요. 저의 의사 전달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겠군요(그러나 아무리 읽어봐도 의사 전달이 잘못 될 부분은 없어 뵈서.....솔직해서 죄송합니다)
각설하고...제가 위에 쓴 이야기는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일본 사람들과 함께 장시간 일하며 나름 내린 결론이라서요.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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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아빠
07.09 02:30
캐나다에 이민가서 살고있는 상호아빠입니다.
저도 위에서 언급하신 그런한 내용들..+알파가 싫어서 이민을 결심하고 이민을 왓습니다.
벌써 5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겨우 5년살고 뭐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아이들은 정말 밝게 자라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4 학년때 왔습니다. 영어가 안되서 한학년씩 나췄고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만족입니다..저만 빼고 ( 영어 안되지.. 돈벌어야기...인건비 비싸지)
한국에 있었다면 뭐 공부도 중간 뭐..맨날 학원다닐꺼고....그냥 보통아이가 됬을거고..
그래도 여기서는 축구다 재즈밴드다..맨날 프로젝트 발표한다 바쁘고 잘 지냅니다. 지금은 한국나이 중학교3학년이 되서...말을 안듣지만..
둘째는 학업 능력이 조금 별로라 여기서도 힘들게 하지만 성격만은 정말 밝아서 친구가 아주 많아요...공부는 정말 꽝...ㅎㅎ
그리고 기득권은 이곳 정말 강하고 기득권 세력이 다 잡고 있습니다. 표면상으로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가나 기득권 세력은 꼭 있나 봅니다.
참 이곳도 상류츧 아이들은 학원으로 열심히 다닙니다..그래도 한국처럼은 아니고요..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한글키보드가 없어 오타..이해해 주세요...
지금은 아이들 방학이라..큰애는 교회로 ymca로 자원봉사 , 인명구조 자격증시험..등등 바빠요...
줄째는 여자아이라그런지..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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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인증제는 아이들을 위한 인증이 아닙니다. 교사나 교장을 평가하는 객관적 자료로 쓰기 위해 하는 겁니다. 즉 요즘 확산되는 교장 공모제에 지원하기 위한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보시면 됩니다. 정말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초등학교에서 사라진지 오래 됐습니다. 단지 학부모들이 모르거나 환상 속에 살고 있는거죠. 초등학교 들어오면서 아이들은 등급이 나누어지고 그 등급이 낮으면 학습부진아로 분류 되어 따로 교육하는 웃지 못 할 일이 지금 초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성교육을 외치지만 인성이 뭔지 모르는 교사가 인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과정은 왠만하면 패스하는게 아이를 위해서 좋을 것 같습니다. 그시간에 차라리 다른 것을 하는게 인생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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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그랬군요. 그런건 모르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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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리
07.09 10:17
글에 동감하며, 저도 1학년 딸아이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무슨 무슨 인증제를 접하고 있네요. 자전거 타기나 줄넘기를 잘 못했다고 말하면(아마도 이게 인증과 관련된 얘기인 듯) 저 같은 경우엔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 줍니다.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으니 시스템에는 적응해야 할 테고 "지금부터 스트레스받으면 애고 부모고 힘드니까" 라고 생각하네요. 그나마 시골에 작은 학교로 보낸 터라 좀 덜하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저도 고민거리여서 끄적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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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7.09 10:44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 한숨만 나오죠. 제가 다닐때보다 진보하는 모습도 안 보이니. 그나마 제가 배우던 한심한 (물론 훌륭한 분들도 계셨습니다만) 샘들이 다 돌아가셨다는 것이 일말의 희망이랄까요. -
유령상어
07.09 15:33
이런게 있군요......
교사 자격 인증제같은건 쫄아서 안하나....
줄넘기는 조금 더 시키셔도 되겠네요..^^;;; 나름 체력에도 도움이 되는 듯 해서요..
인증제 자체는 도전의식이나 동기 부여를 위한 것이라 의도는 나쁘지 않습니다만..말씀하신대로 어른들이 어떻게 결과를 해석하냐에 따라서 교육적 효과가 없어지겠죠..
그리고 아이들은 인증 못 받아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합니다. 옆에서 너무 심각하게 해석하지 마시고 그냥 조금 더 노력해봐라 정도로 격려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