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역시 주입식 교육이 최고인 거 같아요.
2013.08.08 10:29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주입식 교육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열 입시경쟁이 교육의 형태나 방식 때문에 벌어진다기 보다도, 사회구조와 문화적 배경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물론 변별성을 가리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을 암기해야 하며, 실제로 자신의 전공이나 삶에 관련없는, 다시 말해 흥미가 가기 힘든 분야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이긴 하지만, 주입식 공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해외에서는 대학은 창의력 위주로 가르친다고 하는데, 보수적이고 엄격하기만 하고, 실제로 창의적인 거 같지는 않아요. 솔직히 바보같이 무식한 방법이라고 생각될 때도 많습니다. 과제 같은 경우 사람을 괴롭힐려고 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가다 성이고요. 생각이나 창의력 따윈 개뿔... 엄격한 기준에 따라 메뉴얼따라 돌아가는 게 영어권 선진국의 방침인 거 같아요.
그렇게 "스스로" 공부해서 머리에 남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 _ -;
과에 따라 다르지만, 특정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도 관련 지식이 머리에 없은 경우가 많아요. 과제 하다가 시간 다 보내는 거죠. - _ -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럼 왜 주입식 교육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에대해.
주입식 교육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은 한국말 할 때 가장 창의적이죠. 축구선수는 농구 보다는 축구할 때 더 창의적입니다. 애미넴은 기타 연주할 때보다 마이크잡고 랩할 때 더 창의적이겠죠.
다시말해, 무언가의 핵심에 빠르게 접근하여, 무수한 반복을 통해 그 핵심 개념에 익숙해 져야 창의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무한 반복과 암기 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을까요. 자기가 익숙하고 편한 상태가 아니라면, 창의적으로 되기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멘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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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8.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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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8.08 11:15
그렇죠. 하지만, 대부분이 하버드 급으로 가지는 않으니까요.
또한 그런 케이스는 사실상 무제한의 시간과 금전적 지원 까지 보장되는 경우가 큰데,
이 경우라면 공부의 방법론 따위는 무의미 한 것 같아요. 암기와 셀프학습 어느쪽이든 결국 하다보면 다 통하게 되있으니까요.
일반적인 수준의 인지능력과 평균적인 환경에서 혹은 평균이하의 상황에서 사회에 필요한 기본적 지식과 학습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암기" 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셀프 학습 역시 반복을 통해 익숙해진 "사고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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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8.08 12:10
네, 맞습니다.
다만, 목표가 학버드냐 아니냐가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목표가 공부와 직결이 되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암기는 필수. 요즘 유행하는 크리티컬 싱킹은 ... 사실 목표를 가지고 생고생 해봐야 생기게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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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8.08 12:32
물론이죠. 전부 공감합니다. : )
특히, 마지막 문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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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8.08 11:23
당연한 말씀이십니다.(공감 백배)
뭐든지 일단 집어 넣고...
말씀하신대로 그걸가지고 무진장 고민을 많이해야만 '창의적인 무언가' 라는 놈이 나오는 것이죠.
쌓아놓은 지식이 없는데 뭐가 나올 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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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08 12:42
영어권이라고 싸잡아 비난하기엔 영국과 미국의 교육문화는 완전히 다릅니다. 서로 욕하고 있고요. ^^ 지금 공부하시는 호주는 차라리 영국계통에 가까운데 학교가 조금 특이한듯 합니다. 제가 본 호주 대학은 참 이상적으로 가르친다 싶었거든요. 다른 지역에 다른 학교에 다른 전공이라 뭘 비교한다는게 무의미하겠습니다만.
교육의 목적이 일반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면, 주입식 교육이 더 효율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전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거의 다 쥐고 있는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채굴하면 기계에 넣어서 박살을 낸 다음 다이아몬드를 주워낸다고 합니다. 이런 방법을 쓰면 큰 다이아몬드를 잃을 확률은 크지만 작은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원가를 많이 절감할 수 있거든요. 미국식 (또는 우리나라/일본식) 교육이 그렇습니다. 일괄적인 주입식 교육을 통해 (미국은 주입식 아니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많은 학교가 -- 대학이 -- 주입식 교육을 합니다) 싼 값에 어느정도 교육된 일반 시민을 양산하는 것이죠. 대신 영재를 (큰 다이아몬드를) 잃을 확률은 큰 겁니다.
영재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주입식 교육은 보통 영재는 포기하고 하는 교육방법입니다. 그 속에서 영재를 가려내서 키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부모나 관심있는 교사가 영재를 찾아낼 수는 있습니다. 초중고에서도 교사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아이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아이들이 '문제아'로 보이기 쉬운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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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8.08 13:21
아. 많이 다르군요. 전 미국이나 영미권 다 비슷한 줄 알았어요. : )
학교가 특이한건... 솔직히 문제가 많긴 한데, 저야 말로 트러블 메이커니까 딱히 제가 뭐라 말할 자격이 없네요. 학교 측도 저를 종종 봐주고 있고요;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대학이란 곳이 대학원으로 가서 본격적인 학습을 시작하는 준비 단계라면 영국식(호주식?) 교육도 맞는 거 같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호주 교육의 강점은 "선량함" 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공정성과 자비로움 같은 게 있습니다. 과장해서(아주 심하게 과장해서) 말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력하면 누구나 하려면 의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나라 인 거 같아요. 호주 국민들의 문화가 어느정도 반영된 거같습니다. 인종 차별 어찌저찌 해도, 정말 착해요 이사람들. 저한테 안 착해서 그렇죠. 하하. : )
그러나, 창의력 측면에서 주입식이 오히려 좋다는 의견은 변함 없습니다. 창의력이란 게 꼭 원자폭탄 만들고, 마이크로프로세서 만들고 하는 수준의 창의력만 있는 게 아니라, 일상 생활 수준에서의 창의력, 예를 들면, 서류 정리를 좀더 효율적으로 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간단하게 만드는 수준의 것들은 특정 주제의 숙련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직업전문학교나 교육원이 필요한거 아니냐... 라고 물으실 수도있는데. 네. 개인적으로 대학보다, 전문학교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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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암기가 아니고 정해진 기준에 맞지않는(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1인 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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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8.08 14:18
좋은 표현이십니다. 그 배려가 너무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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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08 15:47
역시 호파더님 멋쟁이. 오래간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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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
08.08 15:17
주입식이 가지는 장점도 있는데, 주입"만" 하는 교육 방식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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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병
08.08 20:00
암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에서 뭔가 흥미를 이끌수 없다면 별반 사람 괴롭히는 일 밖에 더 되지 않나 싶습니다.
e^(i*pi) + 1 = 0
이란 공식을 쳐다 본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것과 무한소수의 e, pi 그리고 허수 i 가 만서 이뤄지는 기적을 느끼는 것은 수학을 대할때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e pi i를 배우는 과정에서 암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배운후에 흥미가 더해지지 않으면 별무신통일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때 배운 삼각함수의 공식이 e를 사용하면 중학교때 배운 지수법칙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고 대학교때 깜놀한 일이 있었습니다. 모든것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고 단지 표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단 느낌이.... 정작 수식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신경을 쓰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경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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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1인. 다만 그 암기 콘텐츠간 논리적 연결만 된다면요. 그 경우 창의의 끝은 암기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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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꾸루
09.01 17:57
공부의 시작은 암기죠
최강산왕님의 말씀이 맞고,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이 암기의 폐해만 주구장창 떠들다 교육에서 개피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현장의 교사는 암기는 무의미하다고 ... 일부 깨어있는 교사만 암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우리나라는 상황이 좀 반대긴 합니다.
워낙 암기만 주구장창 하다보니, 경험 혹은 토론의 중요성이 낙후되어 있어서 개선하고자 하는 걸 겁니다.
수학도 암기와 셀프 학습이 중요합니다.
일부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원리부터 다 깨칠수는 없습니다.
하긴 페렐만 같은 그 일부가 대단한 업적을 남기긴 합니다.
러시아 수학은 정말~
* ps) 쓰고 보니, 암기만 중요하다고 쓴 것 같은데, 그럼에도 하버드급으로 올라가면 스스로 해결해나간자와 해결을 받은자간에는 극심한 간격이 발생합니다. 셀프 해결 능력은 암기로 해결이 다 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