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아마도 마지막 졸업식

2013.08.13 01:18

해색주 조회:1061

 내일은 제가 무려 4천만원이라는 거액의 빚더미에 앉게 만든, 대학원 졸업하는 날입니다. 정말 처음으로 공부하면 극한의 우울증에 식욕까지 잃고 교수님의 걱정하는 목소리에 맘상했던 그러한 기억이 나는군요. 그냥 오늘 생각해 보니, 오리엔테이션 못가서 다음날 가서 인사만 하고 왔던 기억들, 질문 많이 한다고 혼났던 기억들, 첫 엠티에서 사람들과 친해졌던 기억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만났던 그런 사람들입니다.


 거기서도 자기 공부만 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 저처럼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른 회사의 팀장님들 부장님들 이사님들 그리고 사장님들과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도 나눴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고 그랬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봤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은 그저 그랬고, '허당 트윈스'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 재밌게 공부했고 통계 분야에서도 얻은게 참 많았거든요.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서 같이 고민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중에 재무 전공하던 4명의 사람들이 참 많이도 어울렸고 이야기도 많이 했네요. 동갑내기 남녀, 그리고 한 살 차이 남녀가 모여서 재무쪽 일이나 고민이나 그런 것들을 나누었죠. 3살 연상의 누님과는 술취해서 영어로 토론도 하고 새벽까지 술마시면서 '관리자란?' 으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치력'에 대한 이해가 달라서 새벽까지 토론하다 같이 있던 분이 주무셨던 기억도 있고. 그 분은 싱가폴에 취직해서 이젠 가끔 카톡이나 하면서 연락을 하는군요.


 다른 분들은 6개월 정도 쉬었다가 자격증 공부 시작하면 같은 학원에서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늘었던 몸무게를 줄이고 건강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중인데, 술자리가 회사 사람들과 이어져서 쉽지는 않네요. ^^


  아내와 네 명의 아이들이 졸업식에 온다고 합니다. 4시부터 한다고 해서 짧게 학위 수여식 참가하고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아이들과 좁디 좁은 학교도 구경하려고 합니다. 밤에만 보던 교정과 낮에 보는 교정은 참 다르겠죠. 밥도 먹어야 하는데, 졸업식에는 짜장면이 좋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이 참 많이 드는 밤입니다.


 대학교에서의 졸업식은 세 번째인데 오늘은 참 기분이 섭섭하네요. 대학교 때는 졸업식 다음날 군대를 가야 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고, 방송대때는 같은 스터디 그룹중 나만 반 년 늦게 졸업해서 졸업식도 안갔는데요. 이번에는 이제 마지막 졸업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런가 봅니다. 추억은 많고 기억도 많고, 나중에 사람들과 밥 한 번 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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