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다음 학기에 모 여대에서 과학사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류사를 바꾼 100대 과학사건이라는 책을 보면서 수업자료를 작성하고 있는데, 윌리엄 하비의 혈액순환 이론이 나오는 대목을 보고서 엄청난 감동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 전의 과학자, 철학자들도 똑똑한 사람들은 많았죠. 하지만 그들이 과학적 발견을 이루는 과정을 보면 완전히 합리적이지만은 않은 요소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케플러는 신비주의자였고, 관측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때에도 "신이 이렇게 ugly하게 우주를 만들었을 리 없어!"식으로 밀고 나간 구석이 많아요.


그런데 하비가 혈액순환 이론을 확립하는 과정을 보면, 너무나 철두철미하게 합리적입니다. 동물의 심장이 뛰는 것을 직접 관측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 심장의 크기와 수축시 흘러나오는 혈액의 양을 *계산*해서 혈액이 순환한다는 것을 추론하고, 실로 정맥을 묶어서 부풀어 오르는 것을 관찰해서 혈류의 흐름이 어느 쪽인지 판단하고. 아 이건 정말 과학계 셜록 홈즈이셨네요. 참 뭐라고 해야 할지. "하비 선생님 절 가지세요"라고 할 수도 없고.


또 감탄한 게, 해부를 의학의 일부로 확립한 베살리우스와 판막에 대해서 최초로 체계적인 설명을 제시한 파브리치우스, 그리고 물론 하비 본인까지 배출한 파도바 대학. 최소한 1222년부터 존재하였으며 (그전에도 있던 학교인데 정확히 언제 개교했는지 기록이 없답니다) 놀랍게도 현재!!!도 이탈리아 최고의 대학이군요. 오죽하면 17세기 당시에는 영국인인 하비가 이탈리아까지 유학을 갔을까요. 우리 나라에 성균관 대학이 있기는 하지만, 근대에 닫았다가 다시 설립되서 학교 측에서 주장하는 연혁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데, 파도바 대학은 말그대로 세계 최고(높을 고)이자 최고(옛 고)의 대학들 가운데 하나가 아닌지.


베를루스코니를 보면서 이탈리아를 좀 경시했던 게 사실인데, 오 선진국이네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공지] KPUG 운영비 모금. 안내 드립니다. - updated 250601Su [27] KPUG 2025.06.01 315
공지 [안내의 글] 새로운 운영진 출범 안내드립니다. [15] 맑은하늘 2018.03.30 31176
공지 KPUG에 처음 오신 분들께 고(告)합니다 [100] iris 2011.12.14 441409
21876 내려갈 점유율은 내려갑니다.(이미지 수정) [12] RuBisCO 08.21 1049
21875 늦게나마 지름 신고 [6] file 빠빠이야 08.21 1346
21874 폭풍 입덧중입니다. ㅡㅠ [9] judy 08.21 995
21873 악~ 전기요금 폭탄..... T.T [4] 인간 08.21 957
21872 드디어 엘지가 18년만에 1위를 했습니다. [8] 해색주 08.20 950
21871 차기 사과사의 태블릿 시장을 생각해 본다면... [18] 태블릿포 08.20 1002
21870 물 건너간... [7] file 인포넷 08.20 1318
21869 [생존신고] 삶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잡솔 첨가] [짤방無] [14] 백군 08.20 930
21868 아 노트북 또 사야하나? [36] 星夜舞人 08.20 1335
21867 동적 파티션 [5] jubilee 08.20 1115
21866 지름신을 물리치고 천벌을 받았습니다. [4] 토토사랑 08.19 1049
21865 스마트폰은 차의 엉덩이(?) 진찰도 해줍니다. [8] file iris 08.19 1667
» 엉뚱하게 이런데서 이렇게 감격을 먹다니 ㅠ.ㅠ [7] 김군 08.19 1046
21863 모니터 두개를 주웠습니다 그러나... [5] 투명고양이 08.19 1865
21862 나두 이런 제품 가지고 놀고 싶다구....... [4] 오드득 08.19 905
21861 서피스RT를 며칠 쓰다 보니... [2] kim5003 08.19 1148
21860 더위가 장난아니라는..... [1] 인간 08.19 776
21859 바보 같지만 중독성 있네요. [14] 해색주 08.18 1075
21858 英학자 "1주일 4번이상 관계 갖는 사람 돈 더 번다" [14] midday 08.18 1288
21857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영진 08.18 825

오늘:
1,706
어제:
2,026
전체:
16,312,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