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삼성 대비 애플의 강점은...
2013.10.22 07:35
...윗대가리가 geek이었다는 것인 듯 합니다. 지금 은하수바퀴 나온 걸 보면, 암만 생각해도 이게 쓰레기란 걸 실무자 레벨에서는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그럼 이게 어떻게 엄청난 개발비 들여서 제품까지 나왔겠냐... 대충 웨어러블 컴퓨팅이 대세라고 하니까 야 이거 주제로 기획서 내봐 쪼았고 누군가가 그런 걸 썼고, 그걸 토대로 프로토타입 만들고 그러자 관리자 급에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이 과정 중에 아니란 걸 알았던 주변의 개발자나 영업담당자들은 에라 이거 망해도 내 밥그릇에 지장없는데 기획한 사람하고 원수지거나 관리자한테 찍힐 일 없다 하고 몸을 사렸고... 더군다나 능력있는 사람들은 제품개발에서 알아서 빠졌을 테니 실제로 나온 물건은 더더욱 가관일 수 밖에... 조직을 통해 일을 처리한다는 게 함정일 수 있는 게, 개인 레벨에서는 아이디어가 있거나 문제를 직감해도 자신의 이해관계나 생존하고 직결되지 않으면 일이 되게 하거나 정 안될 일은 브레이크를 걸거나 하지 않는다는 거죠. 윗 레벨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라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라 하지만, 관리자가 내놓은 비전이 될 일이어야 적극적으로 나설 거고 망할 게 뻔한 걸 기획하면 부정적 마인드를 가지는 게 당연한 거죠.
돌이켜 보면 잡스가 마왕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제품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개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고, 문제가 보이면 꼭 해결하거나 브레이크를 걸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꼭 추진해서 끝을 봤다는 게 그를 두목원숭이로 가졌던 애플의 강점이었겠죠.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노땅들이 권력을 잡고 있다는 거라고 봅니다. 진보, 보수 뭐 이런 얘기가 아니라, 아랫 것들이 기획안 만들고 이리 저리 뛰면 위에 관리자들은 서류 결재하는 문화에 아직도 젖을 대로 젖어 있어요. 이런 잉여구조가 위기의 근원이 될 거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극단적이라 하실지 모르지만, 전 우리 최근 역사에서 크나큰 축복은 바로 외환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아실 테니 이유는 패스...
코멘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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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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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애플이나 구글의 모토는 "내가 갖고싶고 쓰고싶은 것을 만들겠다" 라고 이야기하죠. 그 이전의 고전적인 모토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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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10.22 11:47
"내가 갖고 싶고 쓰고 싶은 것을 만들겠다".. 정말 멋진 말이네요. 연구현장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라"가 잔뜩 퍼져있는데요.. 음.. 연구현장도 연구현장 나름일라나요? 적어도 출연기관 연구현장은 고전적인 모토가 지배적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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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계속 파다보면 결국 "내가 사서 쓰고 싶은 것"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내가 사고 싶지 않은 물건은 남도 안 삽니다. :-)
정말 배척해야할 자세는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드는 것"이더군요. 그렇게 만들면 애써서 만든 기능의 80%가량은 고객이 안 쓰더군요. ^^ -
김군
10.22 17:48
그 80퍼센트를 안 쓰는 많은 소비자들은, 20퍼센트의 기능을 직관적으로만 설계하면 만족할 겁니다. 그리고 정말 소수의 (아마 여기 회원님같은) geek들은 그 80퍼센트에 홀라당 반해서 충성고객이 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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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대부분, 80%의 그 기능에 발목을 잡혀 20%의 기능들이 더 느리게 동작하거나, 80%의 기능들을 유지보수하느라 20%의 기능들을 업그레이드할 자원을 다 낭비해버리죠.
또는, Windows의 메모장이 편리해서 고객들이 많이 쓰더라고, 메모장 기능을 더 충실히 하기 위해 모든 인력들을 메모장을 워드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일에 쏟아붇는 상태라고 할까요? 그래서 메모장은 워드 수준으로 강해졌지만 OS는 95로 남아있게 되버리는거죠. 이런 황당한 상황들이 실제로 발생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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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갖고싶어 하는 것"을 만드는 방법이죠.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드는 것"은, 그냥 "만들기 편해서"에 가깝죠. 보통 영업하는 사람들이 주로 원하는게, "내가 만들고 싶은대로 만드는 것"이죠. "지금 당장 내 눈앞에 있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 =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기 눈앞에 없는 다른 모든 클라이언트들은 소비자가 아닌거죠. (물론 그 다음날에 만나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게 다르면, 그땐 그게 답입니다. 매일 매 시각, 진리가 바뀌죠.)
사실 소비자가 원하는것을 만들라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냥 내가 원하는걸 만드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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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부분 인사관리, 업무 시스템이 일본 따라쟁이라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아니면 동양적인(?)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서 그렇다 할까요.
그리고 어느정도는 외환위가가 축복이면서 亡인건 사실이죠.
어디나 양면성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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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발이
10.22 09:40
삼성은 같은 안드로군 LG 와 소니와 비교해 봐도 장점이 있는지 잘 모르겟네요..
특히 OLED 와 LCD 의 차이 같은건 워낙 넘사벽이라..
몇않되는 강점은 본진에서의 끝없는 자원 (돈) 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마케팅 이라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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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10.22 09:54
그러게요.
그저 그런 모니터, 좀 나은 SSD, 램에서 돈 벌었다...요즘은...잘, 비메모리 분야가 삼성이 있던가, 현재 미국 뉴저지에 살지만 한인 빼고는 갤럭시 없음. -_-; 패드 종류는 더더군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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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23 08:14
OLED와 LCD차이가 넘사벽인가요 ? 저도 동의하지만, 저는 LCD승이라고 봅니다. 당연 LED백라이트지만.
사실 섬상이 한인 마케팅만 제대로 해도 제법 벌 수 있을 거예요. 여기는 갤럭시 제법 있습니다. 물론 HTC나 드로이드도 많이 보이지만. LG는 가물에 콩나듯. 아이폰도 많겠지만 워낙 두꺼운 옷들을 입히고 다녀서 저게 뭔가 싶어서 보면 아이폰이더군요. 그런거 보면 정말 아이폰이 제일 튼튼한 폰인가 하는 의심도 든답니다. 제 GS4는 당연 알폰이죠.
삼성 LG의 문제는 노땅이 권력을 잡아서 라기 보다는 권력을 잡은 사람이 나만이 진리 라는 것을 굳게 신봉하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좝스랑 별 다를 바가 없거든요. 큰 차이는 좝스가 물건을 써보고 고집세게 뭔가를 추진한다는 (또는 그런 미신이 횡행하는) 것과, 삼성 LG의 소유주 (실제론 소유주가 아니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흔드니 소유주죠)는 이런거 전혀 모르신다는.
옛날 SK하이닉스가 왕회장님 재산일때 이천에 클린룸을 짓고 있었답니다. 왕회장님 납시셔서 이게 세계 최대인가 ? 저.. 이 클린룸이 가장 앞선 기술을 도입해서 매우 효율적인.. 아니 이게 최대냐고 묻지않나.. 아 예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에 클 필요가.. 아니 이게 최대냐고 묻지않나.. . 최대로 만들겠습니다. 끄덕끄덕.. 해서 상당히 비효율적인 구조의 세계최대 클린룸으로 바뀌었다는..
저런 마인드 아래서도 회사가 살아남고 경쟁에서 이겨나가는 것을 보면 밑에서 일하는 분들의 공밀레가 너무나 안타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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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10.23 09:23
그러고도 모든 공은 각하와 회장님들께 돌려지죠 이 나라에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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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23 10:58
사실 누가 공을 가져가느냐는 별로 관심이 없고요, 저 구조때문에 우리나라의 좋은 기술이 좋은 제품으로 연결이 안되고, 좋은 기술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죠. 재능있는 사람들이 썩혀지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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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10.23 11:25
저도 공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는데, 이 나라에서는 그걸 밑바탕으로 해서 권력을 자꾸 재생산해요. 잘 따져보면 현재에 다다른 게 "그러저러함에도 불구하고"였는데, "그러저러했던 덕분에"로 치장되니까 불합리하고 없어져야할 구조가 존속되죠.
외환위기가 왜 축복인지 전혀 이해가 안가는 1인. 덕택에 잠시 억대연봉을 누려보긴 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