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렀나?] 스토리지를 증설하고 삽질을 했습니다
2013.12.02 23:53
데이터 저장용 스토리지가 필요해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와중에 지인께서 '내가 쓰던 HGST 2TB 두 개 업어가시오'라고 하여 주말에 그것을 받아왔습니다. 편도 이동 180km 정도를 하면서 받아왔는데, 운전을 안해도 되었다는 것이 그나마 만족할만한 일이라면 만족한 것입니다. 이것을 넘겨줄 분(자영업자라면 자영업자인데 대충 계산하면 억대연봉자에 가깝습니다. 가끔 국가기관에 납치되어 며칠 연락불통이 되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코렁탕 드시고 왔냐고 농담을 합니다.)이 2주를 거의 밤샘으로 살아 제 몸 상태가 아니길래 선물로 예거마이스터 한 병을 사들고 갔습니다. 지쳤을 때는 얼려놓은 활명수맛 만병통치약이 최고입니다.^^
가격면에서는 전혀 싼 편은 아닙니다. 돈 거래가 아닌 '필요한거 들어주는' 거래이기 때문인데(그래서 수십만원짜리 인피니밴드 어댑터나 LSI RAID 컨트롤러, 쿼드로 그래픽카드를 거저 주기도 하는 이상한 거래가 나옵니다.), 24포트 기가비트 허브를 구해주기로 했기에 가격면에서는 그냥 리퍼 2TB 두 개를 사는 돈이 들 예정입니다. 하여간 이건 그렇다치고...
원래 이 하드디스크를 기차타고 가져온 이유는 데이터 백업 전용입니다. 이건 PC에 고정하지 않고 eSATA 도킹 형태로 데이터를 넣었다 필요가 없다면 분리하는 형태로 씁니다. 문제는 이 하드디스크가 PC에서 제대로 작동을 안한다는 것입니다. 하드디스크 두 개 모두 심각한 전송속도 저하를 보이며 아예 포맷도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것을 eSATA 도킹 스테이션을 관할하는 SiI3124 컨트롤러가 아닌 USB 3.0이나 인텔 칩셋 직접 관할 포트에 달 때는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다른 HGST 하드디스크를 달았을 때도 동일한 문제가 있었던 만큼 아무래도 SiI3124 그 자체 또는 특정 버전의 BIOS와 HGST 하드디스크의 호환성에 무언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HGST 하드디스크 또는 이와 같은 기반을 두는 도시바 하드디스크를 쓸 분들은 조금 주의가 필요할 듯 합니다.
이처럼 원래 목적으로 전혀 못쓸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렇다고 다시 돌려주기도 뭣해서 이걸 어떻게든 활용하는 방향으로 삽질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PC 내부에 들어가 있던 시게이트 2TB와 HGST 하드디스크를 바꾸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건 Ghost같은 툴도 안쓰고 그냥 단순한 데이터 Move를 했는데, 1.3TB를 옮기는 데 3시간 내외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이건 물리적으로 조금 귀찮지 삽질은 아닙니다.
진짜 삽질은 지금부터입니다. 나머지 하드디스크 하나는 조립 NAS(VIA C7 1GHz 기반)에 들어간 시게이트 Green 2TB와 교체를 하는데, 이 하드디스크는 FreeNAS(지금의 NAS4Free)에 쓰는 것이기에 BSD의 파일 시스템인 UFS를 씁니다. 물론 FreeNAS에서 NTFS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문제가 많기에(유닉스나 리눅스에서 NTFS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문제를 갖습니다.) 권장은 하지 않습니다. 같은 2TB 모델이기에 그냥 디스크 카피를 하면 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UFS를 지원하는 복제 툴이 웬만하면 없다는 것입니다.
Norton Ghost(이제 단종입니다.)는 윈도우 버전은 하드디스크는 인식해도 파티션이 없다고 배를 째며, DOS용 Ghost는 RAW 복제조차 안됩니다. Acronis True Image조차 배를 째라고 합니다. 주요 복제 툴들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일요일 오전을 다 썼습니다.
별도 대안은 UFS를 인식하는 툴을 설치한 뒤 그냥 데이터를 UFS로 포맷한 새 하드디스크로 기가비트 이더넷망으로 옮기는 것인데, UFS에서 데이터를 읽는 툴의 성능이 워낙 엉망이라 속도가 미칠듯이 느립니다. 900GB정도 들어간 데이터를 이전하는 데 하루는 꼬박 잡아야 할 판입니다. 이것은 최후의 방법이나 다름 없기에 보류하고 열심히 다른 방법을 찾다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인 Clonezilla라는 것을 찾았습니다. 이건 여러 복제 툴들을 조합한 것에 가깝지만, UFS를 '베타 버전 수준'으로 지원합니다.(NTFS의 경우 '시험 수준'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을 써 어찌 하드디스크를 복제했는데 여기에서 5시간 30분 정도를 썼습니다. 밤 9시가 되어서야 겨우 하드디스크의 이전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백업용을 쓸 HGST 2TB 두 개는 하루를 전부 쓴 삽질 끝에 시게이트 Green 2TB와 바라쿠다 2TB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드디스크를 얻어 오고 일요일 내내(일요일 새벽부터) 삽질에서 얻은 교훈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활명수맛 약술은 얼려먹는게 맛있다.
2. CCBoot라는 디스크리스 툴이 꽤 쓸만하더라.(이걸 구경하러 갔던 면도 있습니다.)
3. 인피니밴드의 읽기 성능은 예술이지만 기록 성능은 영 거시기하더라.
4. 두 시간동안 무궁화호 입석으로 가기에는 아무래도 몸이 늙었더라.
5. Ghost건 True Image건 결국 윈도우 레벨에서나 쓸만한 툴이더라.
6. 오픈소스 툴은 의외의 곳에서 쓸만한 것이 튀어 나오더라.
코멘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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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12.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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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주부용사
12.03 00:25
ㅋㅋㅋㅋㅋ 요즘 iris님 참 재미있습니다 -
purity
12.03 00:28
도시바 3.5" 3TB 2개 + 히타치 2.5" 1TB 2개 들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하루 종일 고민하다 일단 치웠습니다. 얼마전 정리한 덕에 하드 공간은 널널하다는 자기위로를 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역시 마음 한구석에서는 상이한 용량의 하드들이 혼합된 상태가 매우 꺼림직한 상태입니다ㅠㅠ;;; 연말에는 하드 좀 질러줘야 마감이 되는데 말이지요~@@;;;
*저는 준비중인 파일 서버를 오픈미디어볼트로 가볼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데비안이 편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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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2.03 03:57
흠.. 혹시 spread spectrum 옵션을 켜서 사용하시나요 ?
iris님 글 보고 구매 했는데 이놈의 업체가 배송을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