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어린시절 이야기
2010.03.27 06:26
초등학교 4학년때 였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이상하게 초교 3,4학년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이름, 담임선생님 성함조차 기억이 안나는데 이 사건만은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대신 초교 1,2,5,6 학년때 친구들 이름, 담임선생님 성함 뿐만 아니라 친구들하고 있었던 재미있었던 일들은 기억합니다. 기억의 클러스터가 빠져 나간 듯 해요.)
마음이 잘 맞는 반 친구들 4명과 아주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한학기 정도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친구 4명이 저를 요즘 말로 왕따를 시키는 겁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고 지들끼리 웃고 떠들다가도 제가 다가가기만 하면 갑자기 정색을 하고 그 자리를 피해 버렸습니다.참다못해 무리중에 대장(?)격인 친구에게 용기를 내서 내가 무엇을 잘못 했는지 알려주면 사과하겠다, 그리고 제가 기억할 수 있는, 정말 사소한 잘못들까지 이야기하면서 친구들의 양해를 얻으려 했으나 냉정하게 거절하더군요. 이후 이 친구들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사소한 잘못들을 오히려 더 들추어내면서 저에게 참 모질게 굴었습니다. 참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부모님께 이런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없었죠. 내성적인 저로서는 이 이야기를 하면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실까봐 제스스로 조용히 끝내고 싶었습니다.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그 해에 10kg가까이 몸무게가 빠졌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병때문에 그러신 줄 알고 온갖 약과 영양제로 절 지탱해주셨습니다. 원인은 그게 아닌데 그래도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손을 썼는지 원래 안그랬던 친구들조차 저를 왕따를 시키더군요. 그렇게 한 학기를, 저를 믿어주는 단 한 명뿐이었던 동네친구에게 위로를 받으려 4학년을 마쳤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들이 저를 왜 왕따를 시켰는지 정말 모릅니다. 진짜 정말 모르겠숩니다. 단지 보다 못했는지 한 녀석이 제게 네가 더 잘 알거라는 말만 남겼을 뿐입니다. 정말 필사적으로 알고 싶었었습니다. 왜 아이들이 그랬는지....
만일 그 친구들에 정말 단 한명이라도 제게 정확하게 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려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래도 제가 제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4학년때 기억을 송두리째 날려버렸을까요? 때론 어떤 실수를 했는지 정말 모를 때가 있습니다. "네가 정말 잘 알 것이다."라고 하지만 정말 모를때도 있습니다.
제 어린시절 기억의 한 단편이었습니다.
코멘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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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2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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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spirin
03.27 07:33
이런 시각도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약 3,4학년때 케퍽을 알았더라면..... 애늙은이 취급받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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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27 09:13
언제 함 놀러 오세요. 실제로 케퍽에 초딩때 부터 회원으로 활동하던 분들이 몇분 계십니다. 대단한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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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03.27 07:38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 부분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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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초딩 4학년 때라니까 그 친구들도 아직 어려서 그런겁니다.
지금이야 '아, 저 사람이 모르는거구나' 하고 한두 마디라도 언질을 줍니다만
어린 시절에 그런 생각을 하나요..
그 친구들은 아스피린님이 당연히 알고 있지만 마음에 안드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언젠가 저도 싫은 사람과 술을 마시다가
'당신, 이런저런 점이 싫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이유 때문에 좋아하지 않아.'
라는 말을 했습니다. 같이 마시고 있던 사람도 깜짝 놀랬지만 차마 그런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ㅡㅡ;
그리고 그 사람의 답변도 걸작이었어요. 당시의 저로서도.
저보다도 몇 살 연배였고 당시 30살쯤 됐었죠.
그런데 처음 들었다는 겁니다. 그런 얘기.... 전혀 몰랐었다고.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ㅡㅡ;
그때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있구나 생각합니다.
뭐, 그렇다고 그 사람의 행동패턴이 많이 바뀐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나름 불쌍한 사람이었다고 기억되네요.
기운내세요. ^^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슈는 왕따를 하고 싶지 않기에, 같이 보듬어 나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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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spirin
03.27 13:14
불량토끼님 의견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가 우려스러운 것은, 정말 어떤 실수를 했는지 본인이(!) 모를 수도 있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린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네가 뭘 잘못했는지 이야기해봐라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말 불합리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미 네가 모든 걸 알고 있잖아. 그러니 이야기해봐"보다는 불량토끼님 말씀대로 "전에 네가 했던 이런 행동은 사실은 우리가 보기에 좋지 않았어.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보는게 해결을 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길이 아닐까요?
어쩌다 보니 사람들은 그 사람의 자기변호를 자기기만으로 단정지어버리고(누구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그리 할 것입니다) 조소하고 냉소(냉소님 죄송합니다)하곤 꽝꽝꽝 결론지어버리고 말지요. 자기의 어떤 행동이 문제가 있었는지 말해볼 틈도 없이 말이죠.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모르면 결국 자신의 변호 역시 헛수고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질러가야지 돌아가거나 혹은 너무 조심스러우면 더 어려워집니다.
제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추천:1 댓글의 댓글
토닥토닥 입니다. 지금 케퍽의 당면 문제는 왕따와는 다른 성격의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분을 놓고 이지메를 하는게 아니냐 하는 시각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동안 게시판에서 이루어진 논의와, (논란이 더 맞을지도) 게시판 뒤에서 이루어졌던 일들 (꼬소님에 대한 경고 공지에 살짝 언급이 있습니다)을 아시게 된다면 지금 같은 대응이 케퍽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그때 케퍽을 알기만 하셨어도 더 재미난 3/4학년을 보내시지 않았을까 하네요. 초딩이라고 왕따 당했으려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