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없는세상....
2014.02.28 23:09
그저 답답하고찹잡하네요.
어제 아버지를 고민끝에 알콜치료기관에 강제입원시켰습니다.
다만 충동적인부분도 있었던지라 입원비가 준비되지않은 상태로 입원시켰습니다.
때문에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녀봤는데 모인돈은 40만원뿐이었습니다.
25년동안 드신술이신지라 몇개월을 강제집원시켜야하는만큼 어느정도 돈이 있어야하는데 그러지못한게 뼈져립니다.
도움을 구하러 친구, 친척지인에 연락도 거의없던 친가쪽분들까지 전부다 연락을드리고 찾아뵙고 고개를 숙였지만 다들 자기들만의 사정이 있다며 손을 흔들더군요.
제가 다른 가족과 연락없이 독단적으로 벌인일이라 할말이 많진 않지만 이렇게까지 거절당하니 세상에서 저혼자 고립된 기분이 듭니다.
뭐랄까... 울고싶네요. 울고싶은데 눈물만 안나요.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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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건 모르지만 많이 답답한 상황이시군요.
잘 해결되고 아버님도 빨리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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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3.01 08:09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울고 싶은 심정이 되고난 다음에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1. 이렇게 힘든데, 안 도와주다니, 다음에 당신들이 힘들 때 내가 도와주나 봐라.
하는 억울하고 또 억울한 마음이 들을 수 있습니다.
2. 이렇게 힘든데, 안 도와주다니, 다음에 당신들이 힘들 때 나는 도와줄 수 있다. 두고 봐라.
하는 억울함을 없애버리겠다는 마음도 들을 수 있습니다.
만약
1번이라면 도와주지 못하고, 혹은 안하고 자기사정을 이야기하신 분들은 다 송경환님 같은 어려운 경우를 지나서
도와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분일 수 있습니다.
2번이라면 어쩌면 그분들도 이런 경우를 겪었고, 그렇지만 형편들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모은 돈들도 그런 분들의 마음이 모인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되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돈을 내놓은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송경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젊고 돈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기란 많이 어렵죠.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준 것이리라 보여요.
저는 1번처럼도 생각했고, 2번처럼도 생각했습니다.
제대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말뚝을 박을까 하고요. 최소한 잘 곳도, 밥도, 옷도 있으니까요.
제대하고 이틀 쉬고 공장 합숙 들어갔고, 5개월 정도 노가다까지 포함해 일하고, 돈 모아 등록금 마련하고, 밥하고 김치만 싸가지고 학교 도서관 2달 다니고, 복학했습니다. 역시 다음학기부터는 대출로 등록금 내고, 근로장학금으로 생활비 썼습니다. (중략) 군에서 휴가나오면 3일 친구 만나고, 일주일 노가다 하고, 3일 친구 만나고 들어갔습니다. 번 돈 반은 집에 주고, 나머지로 친구들 밥 사주고, 복귀할 때 떡해갔습니다.
슬프겠지만, 지금 처하신 상황이 누구에게나 오는 그런 현실입니다.
원망한다면 돈 없는, 힘 없는 자기자신입니다. 슬프게도.
이런 상황에 내가 있는 건, 거기서 죽으라는 게 아니라, 빠져나오라는 것이죠. 달게 받든지.
요행이나 도움이나 운이나 기적은 없더라구요.
성실하게 욕심부리지 말고, 아껴 쓰는 게 최선입니다.
없는 사람은 참는 것만 할 수 있습니다.
먹고 싶어도 참고
입고 싶어도
갖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이더군요. 할 수 있는 것이 오래되니 그게 재주가 됩니다.
아무도 원망하지 마시고,
상황도 원망하지 마시고,
참아내시고,
돈을 모으세요.
성실하게 일하세요.
케퍽 장터 들르지 마시고요.(들르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떤 일에서든 전문가가 되셔요.
그러면 돈이 모입니다.
억울할 일이 줄어듭니다.
조선시대 나랏님도 못했던 자신의 가난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그때 오늘 돈 빌려준 사람들 외면하지 마시고,
빌려주지 않은 이들에게 보란 듯이 빌려주세요.
당신이 나 빌려주지 못했던 것 이해한다고 못 박고요.
죽지 마시고, 버티시기를 권합니다.
추천:2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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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_seek[ER]
03.02 12:44
배워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키토
03.01 10:25
힘내세요.
도움을 원하시는 친구, 친척, 주변 분들도 모두 다 사정이 있을 걸로 생각됩니다.
아버님이 빨리 회복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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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3.02 14:56
부디 힘내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을 몰라 이런 원론적인 글을 올릴 수 밖에 없음을 용서해주시구요... -
hl5brj
03.04 07:27
쉽지 않은 결정이셨겠지만 아마도 아버님께 실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합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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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
03.05 16:42
알콜치료도 자비 부담이군요... 구청이나 보건소쪽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지 여쭤보시는 게 어떨까요?
음, 무슨 일일까요? 과정과 결말이 순조롭고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