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똑딱이는 영~ 모르겠습니다
2014.03.04 21:44
지난 주말에 어머니용으로 니콘 S30이라는 카메라를 샀습니다. 모처에서 데모용으로 나온 구형을 6만원에 집어왔습니다. 니콘을 혐오하는(아시다시피 니콘의 시작은 미쓰비시 그룹에서 일본제국 군부를 위해 세운 기업이며, 미쓰비시 그룹 산하는 아니지만 자본 지배를 받는 방계 회사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영 아닌 선택이었지만 가격이 쌌던데다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핑크색이라는 것, 그리고 방수 모델, 배터리가 일반 AA 모델이라는 것 때문에 개인의 취향을 접어두고 이걸 집어왔습니다. 이걸 들고 중국을 가실거라서 좀 험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 필요했기에 조건이 잘 맞았습니다.
하여간 이 넘을 설정하겠다고 꺼내서 보고 있는데, 이 카메라의 UX는 지금까지의 제 생각과 너무 다릅니다.
1. ISO 설정? 그런 거 없습니다. 아예 ISO 설정이라는 메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2. P모드와 A모드?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찍으라면 찍는겁니다.
3. 노출 보정? 그런 거 없습니다. 모든게 전자동입니다. 정확히는 있긴 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딴에는 쉽게) 용어로 되어 있고 기준도 애매모호합니다.
4. JPEG 화질 설정? 그런 거 없습니다. 화소수 설정이 끝입니다.
5. 동영상 해상도 설정?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최고 화질로 있는대로 찍어야 하는데 8GB로도 30분 조금 넘게 찍습니다.
설정할 수 있는게 단 하나도 없이 그냥 닥치고 찍으면 되는 그런 카메라인 셈입니다. 야간에 막 찍으면 노이즈 이글대는 사진이 찍히겠지만 그건 알 바 없는 그런 카메라입니다. 아무것도 손을 댈 것이 없으니 카메라는 최소한 몇 가지 세부 설정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 지금까지의 생각이 단번에 무너지는 그런 카메라입니다. 물론 설정할 일이 없으니 쓰는 사람은 딱 세 가지만 알면 쓸 수 있으니 카메라 다루는 법을 가르쳐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1. 카메라 켜고 끄기
2. 줌(+/-키)
3. 셔터
제 입장에서는 편하긴 한데 과연 중국에서 어떤 사진을 찍어서 어떻게 잘 보이게 편집하라고 할지 그게 또 걱정이라면 걱정입니다.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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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식회사
03.0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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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주부용사
03.04 22:17
그런데 말입니다...과거의 문제로..그러면 카메라.....라이카와 삼성 카메라만 사야한다는게 문제겠지요....전자의 경우 더럽게 비싸고 불편하고 무겁고....후자는......참 생각안하고 만들죠.....ㅡ..ㅡ
저도 우익을 대놓고 지원하는 올림푸스 카메라 쓰고있습니다. -
행복주식회사
03.05 06:34
최소한 군용 장비와 군비 마련을 위해 설립된 회사는 그래도 조금 다르게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즉, 우익기업과 전범기업은 다르니까요. 따라서 무조건 일산 불매운동하지는 게 아니고, 최악은 피하자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시체 색감과 모아레 덕분에 쳐다보지 않는 카메라라서 다행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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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이
03.04 22:33
마지막 문장에서 심히 걱정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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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s
03.05 09:26
그게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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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otDisturb
03.05 10:45
니콘이? 그정도라니..... 요즘 컴팩트 카메라 시장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수가 있겠네요..
니콘하면 쿨픽스 995와 2500/3500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참 좋았었는데요 -
iris
03.05 17:21
컨셉이 '카메라의 카자도 모르는 사람을 위한 물건'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갈만한 UX입니다. 조금이라도 전문적일 것 같은 용어가 들어갈 부분은 기능을 없애버리거나 용어를 순화했습니다. Scene 모드나 사진에 테두리 입히기같은 재미성 기능은 그런대로 잘 되어 있습니다. 제대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그냥 블로그나 SNS에 사진 올리는 사람이나 장년층 이상 사용자용이라고 보는 것이 옳은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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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ㅠㅠㅠㅠ(일단 눈물 좀 딱고 ㅠㅠ)
터치스크린 카메라 라고 해서 샀다가...
화질 개판~!(폰 보다 화질 엉망 ㅠㅠ)
조작 엉망(정전식이 아니라 터치가 잘 안됨...)
지금도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어요. ㅠㅠ
니콘 S60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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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
03.05 16:28
부모님과 마눌님 상납용으로 딱인데요.
똑딱이가 스마트폰에 시장을 잠식당한 상황에서 역발상으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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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Jessie
03.05 17:57
집사람한테 애들 사진 찍어주라고 남겨두고 온 카메라,
EXR 모드로 두고 그냥 다른거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라고 당부하고 왔습니다.
그냥 초점 잡는 소리 나면 눌러라...
저런 UX가 필요한 분들도 계신 법이지요.
저도 그래서 니콘은 안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