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요즘 대학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요?
2014.03.05 07:23
계약직 대졸자 채용 때문에 이력서 몇 통을 받았습니다.
성적표를 통해 수강한 과목을 꼼꼼히 살펴보니 학생들의 전공이 뭔지 모르겠네요. 물론 직접 물어보아야 겠지만요.
최소학점 때문에 그러한 건지...허울뿐인 학부제 때문에 그러한 건지...신규 채용을 안한 탓에 통폐합된 남은 교수들 가지고 학과를 운영하다 보니 그리 된 건지...
도대체 전공 과목 이수학점도 적은데다가 학교에서 인정해준 전공과목도 전공과목이라 하기에는 너무 포괄적이네요. 제대로 된 전공과목은 8학기 통틀어 5과목이나 될까요??? 15학점 듣고 학사 학위를 받았다...이게 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런 학생들이 한 둘이 아니라 지원자의 절반을 넘네요.
지원자들도 만족스럽지 못한 자리겠지만 설사 뽑아놓아도 뭘 시킬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주변에 동료 한분은 그냥 1 : 1 전공 과외 시켜 줘야 그나마 일 시킬 수 있다고 농담을 던지던데, 그게 이제 제게도 왔나보네요.
대학 교육이 정말 한참 잘못된 거 같네요.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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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배
03.0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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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식회사
03.05 07:33
지원자의 대부분은 서울 소재 대학이고, 나머지는 지방 국립대학교입니다. 그 중에는 입시 성적 최상위 대학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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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06 11:50
제가 보기엔 지금 우리나라에 문 안 닫아야 할 학교는 잘 봐줘야 서너개 정도 ? 서울대부터 당장 문 닫아야 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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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식회사
03.07 07:06
그렇죠. 불편한 진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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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대학=직업전문학원으로 보는게 우리 시선인 같습니다. 원래 대학이란게 취업을하기하기위한 곳이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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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식회사
03.05 07:44
저도 그런 현실에 대해 깊이 가슴 아파하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대학교육이 아주 이상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최근 유행처럼 인문학 인문학하다보니...전공 최소학점제(학교마다 명칭이 다른 거 같은데요)로 과거보다 전공 이수 학점이 줄어들다보니...대학 측에서는 정년을 보장해줘야 하는 전공 교수보다 값싼 인문학 강사를 늘리고 학생들에게는 인문학 교육 강조한다거나 인성 교육한다고 홍보하는 거 같습니다. 학생들도 점수 짜고 배우기 힘든 전공과목보다 교양이나 어학 강좌 더 듣자 하는 것 같고요. 부모님이 피땀흘려 주신 돈으로 배울 천만원짜리 교육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래서 화가 납니다.
물론 시국선언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학자적 양심이 있다면 자신들의 문제부터 양심선언하고 반성하고 이를 고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논문과 학회에서 활동해야지 TV나 언론에 나와서 정치판 이야기나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는 화가 납니다. 그 교수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불쌍해요. 그런데 정작 학생들은 우리 교수님 TV에 나왔다고 좋아하고 물론 학문과 무관한 대외할동 많이하면서 강의도 잘할수 있지만 그러긴 쉽지 않은데, 그런 교수의 강의 수강은 아주 치열하죠. 심지어 자기소개서에 그런 교수를 거론하면서 어쩌구 저쩌구 쓰는 학생들도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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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otDisturb
03.05 10:37
계약직 대졸자를 뽑다보니 그런 학생이 지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
행복주식회사
03.07 07:05
네 그럴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곳의 단기 계약 근로 경력으로 정부출연기관으로 추천(정규직)되서 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성실하게 스펙 쌓아온 학생들도 이렇다는데 놀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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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린
03.07 04:34
대학생입장에서 생각해보면,어차피 전공을 못살리는 현황에서 전공을 중시하는 현황앞에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혼란스럽기만 합니다.전공공부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알아주는것도 아니고 그놈의 서류에 좋은학점 써넣기 위해서 교양과 인문학 강의를 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참교육?이미 죽은지가 오래입니다.그리고 우리는 그 죽은 참교육을 억지로 살려낸것처럼 박제해도 손댈생각 추호도 없습니다.모두가 하지않는 선택을 하는 시점에서 바보가 되는건 그 선택한 자신뿐이고 멍청해지지 않기위해 술수를 씁니다.술수를 써서 3.8받고 정직하게 노력해서 4.0받을 수 있다면 술수쓰고 노력해서 4.5받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각성해라,잘못되었다 라는 문제제기가 너무 쓰게만 느껴집니다.취업하기 힘들어서 취업양성소 들어갔는데 다른걸 하라니,대학생들은 이해 절대못해요. -
행복주식회사
03.07 07:03
대학생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 아닙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충분히 공감합니다. 취업때문에 학점 관리하는 차원에서 손쉬운 과목을 고른다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 전공 살려서 왔던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기초가 부족해서 뭘 이야기해도 알아 듣지 못합니다. 이게 사무적인 업무는 논외로 하더라도 전공과 관련한 업무라도 알아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답답하다는 것이지요. 뭘 하나 이야기해도 알아 듣지 못하니 조금만 생각하면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응용단계는 꿈도 못 꿉니다.
대학 시험에서 족보 찾는 학생처럼 업무와 관련한 메뉴얼 수준을 요구하네요. 학교 후배라면 개인적으로 불러 혼내고 겁이라도 줘서 가르치겠는데, 요즘 세상에 이렇게 했다가는 또 큰 일 날테니 말이죠.
예전에 노교수 한분이 우리나라 대학교육제도에 문제점을 말씀 해주시면서
문닫아야 할 대학교 많다고 한탄을...
공부하는 대학교가 되는 그날이 오긴 하겠죠..
막연한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