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그 자체로서의 가치
2014.11.09 14:04
저는 고등학교때 읽은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책을 보면서 개인의 신념체계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자기가 속해 있는 조직 또는 자기의 옷이나 물건에 자신을 투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50가지를 보면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중에 하나가 본인의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금융회사에 있다가 합병 되고 외국 회사가 되고 나니, 이러한 것을 절절히 깨닫게 되더군요. 그동안은 조직에서 키워주고 충성을 다하면 시간에 따라서 승진하고 경쟁하는 구조였으나 합병과 동시에 이러한 모든 것이 사라지더군요. 각자가 알아서 새로운 조직에서 살아 남아야 하고 무한 경쟁을 통해서 자리를 잡아야 했었죠.
제가 아는 분은 애플의 제품에 광적인 집착과 함께 무한한 자랑스러움을 표현합니다. 애플이 최고이고 삼성은 카피캣이다. 저도 그것에 대해서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나는 최고만 사용한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하더군요. 제가 관찰하기에는 '애플=본인'으로 투영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말이지요. 워낙에 최고의 학벌과 본토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면서 그들의 삶이나 물건에 대해서 동경하게 된게 아닐까 말입니다.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프로를 사용하는 삶은 일견 부럽기도 합니다. 저도 여유만 되면 사용하고 싶지만, 그런데 쓰는 돈을 다른데 쓰고 싶어서 말이죠. 이제는 그 물건을 사서 어떻게 쓰고 어떤 가치를 사용하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지금 쓰는 갤3로 충분히 잘 사용하고 있고 화면에 금이 좀 가서 그렇지 좋습니다. 좀더 있다가 서비스센터에서 4만원짜리로 유리 갈려고 합니다. 아이패드2는 오락을 많이 안하면 충분하고 델 데탑은 아주 좋습니다.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 조직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잘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많이 힘들더군요. 내가 나를 개발하려니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 하고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늘 바쁩니다. 비싸고 좋은 물건으로 내가 좋아진다면 그것을 택해보고 싶습니다만, 그게 아니더군요.
신해철씨가 생전에는 참 추하게 늙는다, 살쪘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했어요. 변함없는 악동의 모습이지만, '이제 나이에 맞게 중후하고 무게 있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다시는 볼 수 없겠군요. 저냥반은 늙어도 저리 애같고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사람으로 남아줄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제 40이 낼모레이다 보니, 고등학교 때 추억의 인물들이 없어지면 가슴 시리게 아쉽네요.
코멘트 10
-
김강욱
11.09 15:10
-
해색주
11.10 00:25
애플이 최고이니, 이걸 쓰는 나도 최고이다 이런 것이 싫다는 겁니다. 신해철씨의 독설은 괴변 같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구가 맞는 경우가 많죠. 대부분의 경우 이런 쓴소리는 대부분 듣기 싫어하죠.
-
김강욱
11.10 13:18
"애플이 최고이니, 이걸 쓰는 나도 최고이다" 라고 얘기는 놈이 있어요? ㅋㅋㅋㅋ.
완전 코미디네요.
그 말의 본질은 "스스로 본질을 가지지 못한 자 들이 타인의 우수성으로 자신의 겉을 채운다" 인 것 같은데...설마 하고 싶네요.
정말 불쌍한 인간인데.
-
hakdh
11.10 16:59
그런 생각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강하나 약하냐의 차이가 있지 누구나 마음속 기저에는 그런 생각이 있을 듯 합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부분이 정확히 그 지점이고 특히 애플 제품에서 도드라지지요. -
hakdh
11.10 01:02
앗. 저도 갤3에 아이패드2에 델 노트북입니다.
그냥저냥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건이나 써비스등에 자신을 투영하지 않는게 진짜 삶이지 않냐는생각은 저도 최근들어 많이 느낍니다.
티브이를 안본지 10년이 넘어가는데 가끔 보여지는 티비 광고를 보다보면 소비 - 나의 가치 상승 - 행복
이라는 공식을 너무나도 그럴듯하고 멋들어진 이미지로 표현하더라구요. 누구나 혹 할수 밖에 없는 그런 이미지로 말이지요.
저도 최근에 은하영웅전설을 애니매이션으로 봤는데 정말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
준수한
11.10 06:01
제가 보는 앱둥이의 정의와 같네요.
단지, 애플만이 아니라 물건에 집착하는 것...자체가 문제인거 같아요...
오래된 것이든, 정든것이든, 비싸고 좋은 것이든...물건이 내가 될 수는 없지요.
하지만, 해색주님이 말한 물질에 자신을 투영한다는 것은 제가 가진 부분이기도 해서...
반성이 되네요...
이제는 성숙해 져양 하는데 말이죠..
-
그 아무것도 아닌 하나의 전자제품에 열광하는..그리고 타인이 사용하는 다른 사람의 물건은 쓰레기
취급하는 그 일부가 문제라고 봅니다.
-
DoNotDisturb
11.10 17:06
애플만 유독 그런것도 아니죠. 찾아보면 그런 사람들 참 많습니다.
현대 기아차 타면 다 바보에 멍청이에 안전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생각 안하고 싼값에 옵션많은 연비나쁜차 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걸요. ㅎㅎ
뭐 그런 놈도 있나보다 하고 사는게 인생이지 싶습니다. 제 몸 하나 가누기도 바쁘고 힘든 인생, 저부터 챙기고 봐야지요. -
왕초보
11.11 03:18
저는 요즘 jeep 같은 거 타는 사람들 보면 딱 그렇게 느낍니다. 바보에 멍청이에 안전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생각 안하고 싼 값에 옵션 많은 연비 나쁜차.. 단 여기서 싼 값은 아니고 고장 잘 나기까지 하지요.
-
야다메
11.11 21:45
그치만 철학이든 해석이든..추세든간에 돈은 돈입니다?일부(빠)를 대상으로 했든간에.....돈의 흐름은 은 막을수 없습니다. 전자기학적으로 저것은 쓰레기라고 해도 말이죠
결국은 한 인간이 생산해낼 수 있는 컨텐츠 종류와 양, 질로 그 인간의 가치를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컨텐츠는 매우 다양하게 정의 되야 하며, 현재와 같은 중간 딜리버리만 돈버는 구조는 배제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한 플랫폼으로 애플이 적당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안드로이드가 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데는 동의하나 삼성이 있다고 물어보면 무슨 소리냐고 할 밖에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지 않나 합니다.
(좀더 플랫폼에 가까운 건 구글이라 봅니다)
* 신해철씨의 독설은 사실 굉장히 현실적인 겁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 독설을 이해못하면, 아직 성장이 덜 됐다고 봅니다. 사업 한번 말아먹고 두번째 죽들 동 살 동 해보니 신해철씨 얘기가 다르게 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