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문제의 근본원인과 그 해결책
2015.05.02 11:08
제목이 굉장히 거창한데, 사실 그냥 평소에 어렴풋이 생각하던 개똥철학 수준 입니다. 오늘 KPUG에 와보니 KPUG답지 않게 사회문제에 대한 글들이 많아 이에 대한 글을 남겨봅니다.
참고로, 다른국가들도 제가 언급하는 문제들이 정도의 차이만 있지, 모두 존재하긴 할겁니다.(제가 해외생활을 오래해본 경험이 없어 확신은 못하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문제가 문제가 아닌게 되는건 아니지요. 혹시 해외생활을 오래 해보신 분들이 계시면, 제 글의 내용에 비추어 그 국가들의 사정은 어떠한지 한 말씀해주시면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꺼 같습니다.
그리고, 개똥철학임에도 제가 마치 한국사회의 모든 것을 통달한것인냥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건방지게 글을 쓸것인데, 그건 자신감없이 쭈빗쭈빗하면 글이 좀 재미없어져서 그런 것입니다. 본 글은 당연히 상당부분이 제 착각일수도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1. 대한민국 사회문제의 근본원인
대한민국 사회문제의 근본원인은 "종의 정신"입니다. 박근혜도 아니고, 60대이상 노인들도 아니고, 투표안하는 젊은이들도 근본원인은 아닙니다. 바로 "종의 정신"이 근본원인입니다. 이 한 단어로 한국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사건,사고의 대부분을 설명할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종의 정신"이 무엇인지 정의하는게 필요하겠습니다. 여기서 "종"이란 "노예"를 의미합니다. 즉 종의 정신은 흔히 하는 말로 "노예근성"하고 유사한 의미입니다. 노예근성이라고 하면 내가 마치 노예가 된 기분이 들고 기분이 좋지 않아서, 종의 정신이라고 새로히 제가 만들어봤습니다.
종의 정신에서 "종"이라함은 구체적으로 "객체가 외부적 요인에 종속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간단히 말해,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결정짓지 못하고, 외부요인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되어지는 객체를 종이라 부릅니다. 따라서 종의 정신의 반댓말은 "자유"입니다.
이 종의 정신은 한 개인에게 있을수도 있고, 사회전체에 있을수도 있습니다. 개인이든 사회이든 지향해야 할 최종적인 목표는 종의 정신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것이고 최대한 자유의 정신에 따라 삶을 영위하는 개인 또는 사회가 바람직한 개인 혹은 사회가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사회와 그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에게 이 "종의 정신"이 매우 높은 농도로 뿌리깊게 박혀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물론 그렇고, 이글을 읽는 분들도 그런 상태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오래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종의 정신에 물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2. 구체적인 사례들
근본원인인 "종의 정신"에서 다시 여러 하위 현상들이 파생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형식적인 것에의 집착"입니다. 쉽게 말해 "껍데기에 집착하기" 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것은 관심없고 남의 눈에 보이는 형식적인 껍데기만 붙들어 잡는 행위를 말합니다. 종의 상태이므로 외부에 종속이 되어 있고, 외부에 종속이 되어 있으므로 외부적인것에만 관심을 갖게 되므로 외형적인 껍데기에 집착할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제 몇가지 사례를 가지고 근본원인인 "종의 정신"과 그 하위 현상인 "형식적인것에의 집착"이 가져오는 실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세월호 사건
종의 정신이 표면화된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세월호 사건입니다. 많은 언론들이 이를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건이라고들 하던데 우리나라에 안전불감증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안전불감증이라 함은 "위험 또는 불안정한 상태에 무감각한 상태"라 정의할수 있는데, 저는 한국사회처럼 안전위주의 사회는 없다고 봅니다. 만약 한국인들이 정말로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다면, 전세계 익스트림스포츠에서 한국인들이 금메달을 휩쓸고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보러 상경하는 대신 벤처 창업하느라 정신이 없을꺼 같군요.
한국에서의 상당수 업무처리는 "서류"라는 가상공간속에서 "형식적"으로만 이루어 집니다. 세월호도 "서류상"으로는 완벽한 선박이요, 화물도 "서류상"으로는 적법량만 실리고, 관리감독은 관계 공무원들이 배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서류상"으로만 완벽하게 이루어집니다.
배가 침몰하니, "서류상"으로 매년 x회 열심히 훈련을 했던 해경이 출동해서 "외형적"으로 구조 작업을 시작 합니다. "외형적"으로 뭔가 화끈해 보이는 조명탄도 열씸히 쏘고(실질적으론 별 쓸모 없지만), 이 배 저배 있는 배 몽땅 띄우고, 잠수부도 열심히 들어가서 "서류상"으로 "배 xx척, 잠수부 xx회"들어가서 열씸히 구조작업했다고 "서류상"으로는 훌륭하게 구조작업을 합니다.
각부 장관들도 "외형적"으로 준비된 공무원처럼 보이는 노란색 민방위복을 시간내어 갈아입고 총출동해서, 사실 별 쓸모도 없는 회의도 열심히 해서 "서류"에 남깁니다. 그 중 일부 공무원은 세월호 현장가서 기념사진도 한방 찍습니다. 외형적으로 남는건 "사진"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외형적 작업을 준비하느라 실질적인 구조작업은 방해 받게 됩니다. 이 처럼 세월호 사건은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형식이 곧 실질이다. 따라서 껍데기만 잘 해놓으면 된다."라는 망상때문에 일어난것입니다.
사실 세월호 같은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버스를 탔는데, 왠 철근 젓가락을 창문옆에 붙여놓았더군요. 비상시 유리깨는 망치를 누가 훔쳐가니 망치대신 그 젓가락을 달아논겁니다. 당연히 그런 젓가락으로 유리같은건 못깹니다. 아마 공무원들이 안전점검같은 걸 할테고, 젓가락이든 숫가락이든 뭐든 좋으니 달아만 놓으면 "서류상" 으로는 ok니깐 그렇게 해놨나 봅니다.
2) 진영논리와 폭력성
한국사회는 유난히 편가르기를 좋아합니다. 지연, 학연을 훌쩍 뛰어 넘어 내가 사는 아파트,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내가 쓰는 핸드폰 등등.. 각종 유사점을 찾아 편을 만들지요. 이것도 "종의 정신"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주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딘가에 종속이 되어야 편안하고 삶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 삶의 기준이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돈, 내가 사는 아파트 평수, 내가 타는 자동차등 외부적인 요인인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에 보니.. 30대에게 맞는 차를 추천해주세요, XX한 상황인데 제가 화를 내는게 맞는가요? ,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을 본적이 있는데, 좀 이상한 질문들입니다. 고장안나는 차를 추천해주세요. 요런건 일리가 있는데, 30대에게 맞는 차라니? 30대에 타는 차가 따로 있고 60대에 타는 차가 따로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XX한 상황에 화를 내는건지 아닌지는 더 웃긴 질문입니다. 이제 자신의 감정도 타인에게 검증받고 표출하려는 것인지.. 모두 타인의존적인 성향때문에 저런 질문들이 튀어 나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단순히 편만 가르면 큰 문제는 아닌데, 여기서 "진영논리"라는 논리아닌 이름만 논리인 괴상한 것이 나오는게 문제입니다. "내편이 이익이면 무조건 선이요, 아니면 악이다." 가 바로 진영논리입니다. "박원순 우리 시장님이 하시는건데, 알아서 잘 하실거다. 난 원순님을 믿는다." , "박근혜 하는 일을 방해하는거 보니 빨갱이구나" 뭐 이런식이 개념들이 진영논리지요. 박원순이가 잘못한게 있으면잘못한거고, 박근혜도 잘한게 있으면 잘한겁니다.
진영논리 자체가 사실 이름만 논리지 억지에 가깝기 때문에, 진영논리를 수호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폭력성"을 동반합니다. 쉽게 말해 뭔가 어거지로 우길래면 당연히 인상도 좀 쓰고 목소리를 크게 하고 겁도 좀 줘야 되지요. 따라서 "이게 다 51.6% 노인네 때문이지 쯧쯧." , "XX충 소탕하러 갑시다!" , "종북 빨갱이들이 어쩌고" 진영과 관계없이 이런식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게 지금은 온라인 공간에서만 머물고 있지만, 나중에는 오프라인까지 확산될지 어떻게 될지는 장담 못합니다.
수십년간 정치인으로서 출세할수 있는 가장 확실한 브랜드는 "새누리당"입니다. 정치의 삼성이라 볼수도 있겠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새누리당에 가고 싶은데 못가는 야당 위원들도 많을겁니다. 삼성으로 이직하고 싶어하는 중소기업사원들도 많듯이 말입니다. 꼭 야당의원이라고 다 믿을만한건 아닙니다. 요지는 박근혜든, 박원순이든, 노무현이든, 누구든간에 우리는 타인의 종이 되서는 안된다는 소리입니다. 특정인의 팬클럽 회원이나 되가지고는 사회가 바뀌지 않습니다.
3) 기타 사례들
종의 정신이 발현되는 기타 사소한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노스페이스 파카 열풍이라던지, 집단적인 형태로 조직화된 연예인 팬클럽 (아마도 서양에는 없는거 같습니다), 저만 뜨는지 모르겠지만 허구헌날 뜨는 워닝경고, 인터넷 쇼핑한번 하려면 온갖 잡동사니 보안 프로그램들이 설치되고 등등..( 워닝 경고랑 보안프로그램은 개개인의 삶에 간섭하려는 속성이 강한 사회의 특성을 보여주는데, 이것 역시 종의 정신의 발현입니다.)
3. 그렇다면 이민이 답인가?
이제 근본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책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민가야겠다"는 말을 인터넷상에서 많이 볼수 있는데, 그 분들이 심각한 의도를 갖고 하는 말 같지는 않습니다. 즉, 그런분들이 진짜 이민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려는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냥 화풀이 내지는 비꼼으로 하는 말 같더군요.
그래도 혹시 이민을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 생각엔 그건 답이 아닌듯 합니다. 조국을 등진 배신자라서 그런게 아니고, 이민 자체가 법률적으로 제한이 많아 어렵고(아래 여러 회원님들이 밝혀주셨듯이 조건이 복잡함), 설사 이주에 성공하더라도 한국인이 외국에서 적응하기가 생각보다 녹록치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아메리칸 스타일 혹은 북유럽 감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분들도 그게 착각일 확률이 높을껍니다. 수십년간 한국에서 살았으면 알게 모르게 한국에 최적화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이민 케이스는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안현수)씨입니다. 자기 하는일이 좋고 능력도 있는데, 한국사회에서는 기회를 안주니, 그분은 그저 자기 좋은 일 따라서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간 것뿐입니다. 아마 거기서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지 않을까 싶군요.
이 사회가 날 괴롭히니 떠나야지, 이것도 큰틀에서 "종의 정신"의 발현입니다. 외부사회에 종속되어 떠밀려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빅토르 안씨처럼 "내가 좋은거 따라 가야지" 이건 자유로운 삶이죠. 이렇게 살면 행복하게 됩니다. 빅토르 안의 케이스에 해당된다면 전 이민도 적극 추진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제 소견으로 현재의 대한민국은 가장 전성기의 최정점에 있는거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앞으로는 내리막길일테고, 우리의 자녀 세대들 부터는 진짜 헬게이트가 열릴듯 싶습니다. 나는 고생해도 상관없는데, 내 자녀들에게 이런 헬게이트를 맛보이고 싶지 않다 하는분들도 이민이 나쁘지 않은 선택지일거 같습니다. 이 경우에는 개인적인 소견으로, 말들이 많은 나라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이 괜찮아 보입니다. 앞으로 수십년 후에도 가장 역동적으로 돌아갈 나라로 생각됩니다.
4. 그렇다면 진짜 해결책은?
진짜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지요. 근본원인을 제거 하면 됩니다. 즉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종의 정신"을 제거 하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구성원인 개개인에게 뿌리박힌 "종의 정신"을 제거해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키보드로 특정 정치인 욕하고 편들고, 투표하러 열씸히 나가 특정인을 열씸히 뽑고, 조금은 적극적으로 광화문 광장에 나간다고 세상이 절대 화끈하게 바뀌지는 않습니다.(물론 두, 세번째 행위들은 좋은행위이고, 첫번째 행위는 별 의미없는 행위이지만)
아버지 tv조선 채널 몰래 지워드렸다고, 좋아하시는 분을 인터넷상에서 봤는데, 전혀 무의미한 일입니다. 누군가 쇠뇌시켜서 종이 된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래 모든 인간은 자유를 두려워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습성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이같은 아들의 행위는 안그래도 안쓰러운 아버지를 더 확고하게 종으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아들의 행위에 아버지가 종속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것은 문제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큰틀에서 볼때, 이 사회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지 박근혜가 사회를 만드는건 아닙니다. 박근혜가 문재인으로 바뀌든 예수님으로 바뀌든 석가모니로 바뀌든, 이 사회 자체, 즉 구성원 개개인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바뀝니다.
개개인 한명 한명이 종의 정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주체적인 삶을 살면 이 사회도 변합니다. 근데 문제는 이 과정이 굉장히 어렵고 힘듭니다.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사회 자체가 종의 정신에 입각해 있으므로, 노예로 사는게 표면적으로는 더 이익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땅콩항공 사건입니다.
사실 땅콩항공 같은 문제는 생각없는 경영진이 근로자를 상대로 벌인 일이므로, 땅콩항공 소속 근로자 전 직원이 협심하여 대처하는게 옳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당사자인 박 사무장 혼자서만 외로히 투쟁하고 있더군요. 아마 모르면 몰라도 다른 직원중 일부는 "박사무장 저 양반은 왜 시끄럽게 일을 크게 벌이나? 어리석게.. 조용히 좀 있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박사무장 인터뷰를 보니 "그냥 넘어가는건 자신의 자존감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더군요. 박 사무장 이분은 아마도 종의 정신에서 탈피해서 사시는 분 같습니다. 허나 한국사회에서 이렇게 살면 일단 표면적으로는 손해봅니다. 다만, 이 글 서두에서 밝혔듯이 저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이 "종의 정신"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생각하므로, 최소한 제 관점에서는 박 사무장님이 손해보고 있는 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세상은 저를 포함해서 우리 개개인이 자각하고 달라져야지만 바뀝니다. 정치 경제 대통령이 어쩌고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당장 우리 주변의 사소한, 아래 어떤 회원님이 부당한 일을 겪으신 글도 봤는데, 그런 일 하나하나 주체적으로 뜯어 고쳐놓아야 바뀝니다. 근데 그 과정이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므로 개개인으로서 꽤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어찌 할지는 개개인의 선택이지요.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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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5.02 11:30
긴 말 필요없이 오랜만에 좋은 글 보았습니다. 추천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쿠후^^
05.02 12:58
재밌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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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05.02 12:46
전 그 종의 정신 +기술을 천대하고 학문에만 올인하는 경향을 유교문화에서부터 뿌리가 박힌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뿌리가 500년도 넘게 깊이 내린거라 뽑아내려면 혁명급 대사건을 제외하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요.
당장에 나 하나부터 바뀌어야 되는건 알고있지만 나 하나 바뀐다고 달라지는것도 없으며, 하나하나 바뀌어 나가길 기다리기에는 너무 지쳐버린다는거죠. -
쿠후^^
05.02 13:28
"기술을 천대하고 학문에 올인하는" 이건 제가 언급한 말이 아닌데, 아마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형식에 얽매인 비실용적인 학문같은거에 몰두하는걸 의미하는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라면 저도 그것 역시 문제라고 봅니다. 다만 인문학 대부분은 표면적으로는 비실용적으로 보일수 밖에 없습니다. 인문학은 굉장히 필요한 것인데,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침체되고 있어 개인적으로 그점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제 글이 약간의 오해가 있게 보였나 보군요. 꼭 조용히 얌전하게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생활을 조금씩 바꿔나가자. 제가 이런걸 주장하는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촛불시위, 단식투쟁같은걸 별 의미없는 방식의 시위로 보는데, 내가 배고파봐야 권력층은 관심도 없으며 촛불든 나를 무서워하는 권력층은 아무도 없습니다. 몽둥이를 들어야 무서워 하고, 권력층을 어디 못가게 가둬두고 배를 쫄쫄 곪게 만들어야 나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법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 글의 본문과 모순이 아닌가 할지도 모르겠군요. 중간에 폭력성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써놨으니까요. 근데 본문의 폭력과 지금 이 리플에서의 폭력은 다른겁니다. 폭력이 무조건적으로 나쁜건 아니며, 진영논리를 위한 폭력은 잘못된 것인데, 꼭 필요한 합리적인 폭력은 괜찮습니다.
즉, 제 말은 종의 정신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시위현장에 참여를 하던(때론 그것이 상당한 폭력을 수반하더라도), 인터넷에서 의견개진을 하던, 자기 주변의 작은 불의를 뜯어 고치던(김부선씨가 좋은 예겠군요.) 아무튼 중요한건 "종의 정신"에서 탈피가 중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이후 행동은 그에 기반한 것이면 뭐든 좋습니다. 제가 탈피를 못해봐서 확언은 못하겠지만 사실 탈피만 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행동이 나올거라 믿습니다.
당연히 나하나 바뀐다고 사회전체가 바뀌지 않지요. 혹자는 이럴때 "나 먼저 바껴야 모두 바낀다"고 하는데, 거짓말입니다. 나 먼저 바뀌면 나만 바보됩니다. 본문에 써봤지요. 표면적으로는 손해본다고. 내가 바뀌면 나만 바뀌고 땡이지 어떻게 다른사람이 바뀌겠습니까?
근데, 애당초 말씀하신거처럼 사회가 하나하나 바뀌어 나갈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사실 그게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 개인 한사람이 어찌하던간에 어쨋든 사회는 그대로일 거니까요. 어짜피 내 행위 하나만으로는 사회에 영향이 없으므로, 그 행위의 결과를 기다리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다만 제 사견으로는 개인이 종의 정신에서 벗어나는 것이 사회를 떠나 개인으로서 바람직하므로, 사회는 못바꾸더라도 최소한 그에 대한 보람은 남으니 이익이라는 말입니다.
다만 점진적으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런 개인이 늘어나면 사회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겠지요. 근데 아주 오래 걸릴 것이고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4년간 어떤 특정인이 대통령되고, 심지어 무슨 혁명이 한번 일어나고 그런걸로는 안바뀝니다.(안바뀐다는 사실을 말한것이지, 그런 사건들이 꼭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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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m
05.02 14:20
우리 국민들 수준이 여기 KPUG 정도만 되면 좀 달라질까요?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대도시 지역이 진보가 주류인 걸 보면 소득과 교육수준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
메카시즘이 통하던 2014년을 돌아보면 국민 대각성은 너무 큰기대입니다 지난대선직후부터 돈이나 벌면서 투표안빠지고 숨만 쉬면서 내상입지않토록 기회를 보는게 최고인 시절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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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05.02 19:55
좋은 글이긴 한대요. 쇠뇌=>세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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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아빠
05.03 05:18
이민가서 살고 있는저에게는 ..
"그래도 혹시 이민을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 생각엔 그건 답이 아닌듯 합니다. 조국을 등진 배신자라서 그런게 아니고, 이민 자체가 법률적으로 제한이 많아 어렵고(아래 여러 회원님들이 밝혀주셨듯이 조건이 복잡함), 설사 이주에 성공하더라도 한국인이 외국에서 적응하기가 생각보다 녹록치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아메리칸 스타일 혹은 북유럽 감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분들도 그게 착각일 확률이 높을껍니다. 수십년간 한국에서 살았으면 알게 모르게 한국에 최적화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요글이 확 다가 옵니다...7년살았는데..아직도 힘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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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정신"... 다른 말로 "노예근성"이라는 거죠?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독재에 의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며 삶을 바친 늙어버린 청춘들, 즉 현재의 노년 세대들의 추종은 가히 혀를 내두를만 합니다.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목숨을 걸고 살아온 분들, 젊음과 열정을 모조리 나라에 저당잡힌 분들이 왜 억울해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순응하며 살까? 대를 이어 독재자의 딸에게까지 충성하며 살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런 표현이 딱 맞지 않나 싶습니다.
"스톡홀름 신드롬"
범죄의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동조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저는 집단적, 아니 국가적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 세대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잘 살게 된 게 어떻게 독재자 박정희 덕분이냐? 그건 모두 젊은 날을 오롯하게 바친 당신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숱하게 흘린 눈물과 핏물 때문이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하죠.
"어린 놈의 자식이 뭘 안다고 주둥일 함부로 놀려?"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그 아프고 혼란스럽고 괴롭고 힘든 시절...
누구도 판단할 수 없고 방향을 제시할 수도 없던 시절...
그 때 그들은 독재자의 명령을 추종하며 살았습니다.
대통령이 도망간 수도 서울에 남아서 북괴군의 총탄을 가슴으로 막았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독일로 날아가서 남자들은 석탄을 캤고, 여자들은 시체를 닦았습니다.
대통령이 하란다고 총 들고 월남 정글을 누비며 수도 없이 많은 베트콩 민간인을 학살했고, 강간했고, 그렇게 전쟁을 치렀습니다.
어떤 때는 전쟁 포로가 되었고, 때로는 노예같은 삶을 살았으며, 다른 쪽에서는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사람을 죽였습니다.
과연 이 모든 행위를 맨정신으로 할 수 있었을까요?
우연히 보게 된 "일대일"이라는 영화에서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내 잘못 아냐! 위에서 시키니 시키는 대로 해야지"
그렇게 시키는대로, 군대 용어로는 "까라면 까"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들에게 시킨 이들이 범죄자랍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죄를 저질렀고, 그들이 대한민국을 망쳤답니다.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범죄자의 말을 듣고 따른 나는 동조자, 범죄부역자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은, 살아온 평생이 부정과 범죄로 얼룩지는 겁니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그러느니 차라리 "내게 명령을 내린 이는 절대적인 선"이라고 믿어버리는 게 낫습니다.
설령 그게 잘못된 믿음일지라도 말입니다.
자신의 삶, 일생의 업적(?)을 부정하느니,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 더 쉬우니까요.
전 얼마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로 대변되는 세대, 그들의 삶의 남은 날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입니다.
그들이 모두 떠나고 나면...
한동안 혼란이 찾아올 겁니다.
우리 부모 세대에 의해 여전히 대물림된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 있는 이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외치는 이들...
그렇게 엄청난 혼란과 시련의 시기가 지나면...
우리 자식 세대쯤에는 아마도 비교적 봐줄만한, 그나마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을 거라 생각합니다.
억지로 바꾸려 한다거나 분노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기다려야죠.
물론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런 세상이 오게 하기 위해 노력은 하되...
지치거나 포기하지 말고, 끈기있게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식들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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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5.05 11:01
참고로 제 원글에서 "종의 정신"은 꼭 지배계층-피지배계층간의 노예관계만을 말하는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포함되긴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그것을 강조한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박정희도, 이건희도 노예입니다. 각각 권력의 노예, 돈의 노예라 할수있겠군요. 모든 개똥철학이 그렇듯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죠.ㅎㅎ 아울러, 전 다른것의 노예일수는 있지만, 박근혜의 노예는 아닙니다. 뭐 이런식으로 되는겁니다.
생각해보니 노령층의 행동들이 스톡홀름 신드롬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수도 있겠군요. 근데 제가 그 시절을 살아본게 아니라 확언은 못하겠습니다. 직접 경험에 보지 않으면 잘 알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전 노령층의 행동들에 대해 가능한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세대교체가 되면 어느정도 괜찮은 시기가 오리라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셨는데(예측이 아니라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희망인지도 모르겠지만), 그점은 제 생각과 완전히 다르군요. 구세대가 다 죽어 사라진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세대나 신세대나 사실 별 차이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표면적으로 차이가 있어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처한 환경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 전쟁이 터지면 현재의 신세대들도 40년후에는 지금의 구세대들과 똑같이 행동한다고 봅니다.)
저는 현재가 그나마 가장 좋은 시기이고, 앞으로 점점 안좋아 질꺼라고 예측합니다. 일단 경제적으로 아주 안좋아 질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가 고령화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수직적인 인간관계에 제조업위주 국가라 이 상태로 십수년만 지나도 원동력을 크게 상실할 것입니다. 게다가 현 집권층들은 미래세대에 죄다 일단 떠넘기기식으로 운영을 하더군요. 반면, 자식세대들이 배우는거라고는 고작 매일 학원댕기고 좋은대학가는거 뿐입니다.(사실 좋은 대학가도 크게 뾰족한 수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열씸히 약싹빠르게 나만 살아남기만 배우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젊은세대나 노령층이나 큰틀에서 별 차이 없다고 봅니다. 노령층에서 젊은세대, 자식세대 순으로 별로 좋지 않은 시대정신이 쭉 이어지는 겁니다. 외부적으로는 중국은 점점 커가고, 일본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것이고, 그 틈바구니 안에서 또 휘둘릴수 밖에 없지요.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민주주의고 뭐고 하는건 전부 사치니, 점차 사회는 보수적이고 파벌을 이루어 공격적으로 나아갈거 같습니다. 여러모로 희망적이지가 않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