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토성을 찍기까지...
2015.05.04 09:32
나주로 이사오고서 별 구경을 많이 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영산강이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안개 끼는 날이 많아서 실망 중입니다. 그래도 일단 좋은 날에는 별 구경하기 좋겠다 싶어서 망원경을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런저런 비교를 하다가 몇 달 전에 해외 직구로 망원경을 하나 샀습니다. 150mm 구경에 1500mm 초점거리 나오는 제품인데 CST 방식이라 길이는 40cm 정도 밖에 안 합니다. 국내 대리점에서 2백 정도 부르는데 직구로 하니 제반비용을 다 내도 반값 수준이더군요. 제품이 도착한 뒤 베란다에 설치해서 별 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DSLR, 똑딱이, 아이폰을 번갈아가며 여러 번 촬영 시도를 해보면서 어떤 게 가장 잘 나오나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 와중에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싸구려 같아보이지는 않은 접안렌즈도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가장 최근에 찍은 결과가 이렇게 나왔습니다.
아이폰6 플러스로 400장 찍은 뒤 그 중 가장 잘 나온 10% 가량을 선별하여 적층시킨 뒤(왼쪽) 후처리 기법으로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오른쪽). 그동안 교과서 등에서 보아온 모습과 흡사하게 나와서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촬영 설정과 원본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든 건 블로그 글을 참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iPhone camera burst mode snaps Saturn
사용해본 카메라 중에서 센서 크기가 가장 작은 건 아이폰6 플러스인데도 행성을 가장 잘 찍어주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코멘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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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스태덤
05.0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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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5.04 10:39
저런 모습을 실제 나의 눈으로 보는 기분은 어떨지 상상이 잘 가지 않습니다.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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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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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맨
05.04 10:46
2만 얼마 준 중국산 80mm 구경짜리로 목성까지는 보이더군요. 애들 있으신 분들은 싼맛에 요런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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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이
05.04 11:34
카시니틈이 보인다는 것은 믿음일까요? ^^
정말 틈틈이 별을 보셨군요.
다음 연휴에는 어디 나갈 때 못볼 요량이라도 망원경 하나 들고 나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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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고리의 틈이 카시니 간극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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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신
05.04 14:03
멋지네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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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요 어느 다큐를 보니까 토성띠 두께가 최대 20m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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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신
05.05 07:39
그래요? 제가 찾야보니...<br />’토성고리의 지름은 25만km에 달하지만 그 두께는 매우 얇아 약 1km 정도에 불과하다. 폭이 이렇게 얇다보니 토성고리를 처음으로 발견(토성에 귀나 팔이 뻗쳐 나온 것으로 묘사)한 이탈리아의 갈릴레오는 몇 년 뒤 토성의 고리가 사라졌다고 깜짝 놀랐다. ’ 라고 나오는데 두께가 얇은 것은 맞는 것 같기는 하네요. (^^) -
왕초보
05.05 09:57
실제로 대부분의 링은 15m 이내의 두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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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05.04 23:34
지성과 낭만이 존재하는 멋진 모습이시네요~
저도 맨눈으로라도 하늘 보기를 좋아하지만 망원경은 초딩 때 샀다가 버린 후 관심도 못 기울였거늘요...
이젠 그 돈으로 아이 장난감을 사 줘야 하는.... ㅠㅠ.
Minnesota에 살았을 때는 공기가 좋아서 별인지 행성인지 꽤 보였었는데,
우리나라에선 아파트에 묻혀서 달과 별 몇 개 보기도 쉽지 않네요 ㅠㅠ.
마침 이 참에 Arcturus라는 밴드의 음반을 듣고 있었네요...
KPUG에서는 아무도 모르시겠지만요...
그들의 팬들도 잘 모르는 옛 앨범 Constellation (EP)를 새 앨범이 나온 기념으로 들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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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좀 무섭네요. 그런데 중세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토성을 관찰하고 그림까지 그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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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신
05.05 07:41
당연 망원경이죠. 처음발견자가 갈릴레오라고 하네요. 물론 망원경으로.,.(^^) -
행성 관찰이 본격화된 게 망원경의 개발 이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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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05 07:19
역시 렌즈가 깡패인데.. 센서가 더 큰 카메라는 천체망원경을 안 붙여주고, 아이폰에는 천체망원경을 붙여주면 아이폰 사진이 더 선명한 것은 신기하지도 않은데요 ? 아이폰에 센서 더 큰 카메라랑 같은 크기의 렌즈의 망원경을 붙여준다면 애플-애플 비교 아니 캐논-애플 비교가 되긴 하겠지요.
돌국은 누가 끓여도 맛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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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게 언급하고 가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나 봅니다. 본문의 "그 이후로 DSLR, 똑딱이, 아이폰을 번갈아가며 여러 번 촬영 시도를 해보면서"라는 문구는 망원경에 저 세 가지 카메라를 모두 붙여가며 찍어봤다는 뜻입니다. 분명 센서 더 큰 게 더 잘 찍혀야 하는 게 맞아야 할텐데 지금까지 찍은 것 중 가장 잘 나오고 있는 게 가장 작은 아이폰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DSLR(450D)은 센서와 망원경 중간에 렌즈가 추가되지 않는 직초점 방식으로도 해봤는데 행성 촬영에서는 가장 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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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05 23:53
고맙습니다. 블로그 글에 아이폰 얘기만 있고 추가의 얘기는 안 보여서 그렇게 오해를 하고 말았네요. 재미있습니다. 아이폰 센서가 특별히 좋은 것 같지는 않고 (아이폰6플러스가 폰카 중에 제일 좋다고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좋은 카메라 중 하나이긴 하지만) 어쩌면 찍은 다음에 후처리를 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보입니다. 천체망원경을 통해서 보더라도 작은 점과 비슷한 행성은 일반적인 사진으로 보면 '잡음'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는 후처리를 가장 하지 않는 카메라가 가장 적당할 수 있겠죠. 그래서, DSLR에서 후처리를 없애고 (그런 메뉴가 low end DSLR에 없을 수가 있지요) raw로 저장한 다음 처리를 해야할 듯 합니다.
또 한가지 생각은, 천체망원경이란게 특별한 것 (예: 슈미트 카세그레인)을 제외하고는 카메라를 붙이는데 그리 적당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아무' 카메라를 붙이는데는요. 그래서 예를 들어 천체망원경의 빛이 들어오는 영역이 센서보다 현저히 작으면 센서가 크거나 작거나 별 차이를 만들기 힘들죠.
아 참 폰카 (아이폰이죠.. 지금 것은 아니고)랑 DSLR의 화질을 비교한 글들이 몇번 있었는데, 가장 최근 것에서는, 어두운 곳을 제외하고는 아이폰의 폰카가 몇세대전의 low end DSLR과 비슷한 화질을 보여준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엄청난 발전이죠. 깡패인 렌즈의 열악함을 극복했다는 사실. 또 최근 사과사가 인수한 카메라 회사들 생각해 보면 사과사 폰카의 발전은 앞으로 2-3년동안 기대해 볼만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섬상과 L모사도 열심히 개발하겠죠.
지금 제일 쓸만한 폰카로 평가되는 것은 섬상 모델인 것으로 압니다. 즉 사과사가 미친듯이 개발할 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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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뚜루
05.05 10:37
멋지네요 낭만이 있어요 ^^
이야~ 토성은 가상이나 만화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진짜 존재하는 거였군요. ^^
진짜 대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