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의 작은배려로 마음이 놓였던 하루..
2015.08.06 15:56
본문 시작하기 전에 일단 아들바보 팔불출 액션 1회 시전합니다
아빠당 가입 16개월차 겸 백수 전직 -7일차 백군입니다.
저희 아들님은 엄마뱃속에서부터 잘 먹고 잘나와서인지.. 아니면 제가 어렸을 때 미리미리 많이 아파놔서 인지
정기예방접종을 제외하고는 병원문턱을 넘나든적 없이 잘 커왔습니다.
돌앓이라는것도 없었던거 같고...
다만 예방주사를 싫어해서 병원문턱 들어가면 안기며 징징대다가
의사선생님 가운을 보면 자지러지게 울어제끼기는 합니다.
그저께 밤 정도 부터였던거 같아요
갑자기 열이나면서 체온이 39도에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더라구요
해열제를 상비해놓고 있었기에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재웠습니다.
근데 새벽 내내 뒤척거리며 잠을 잘 못이루고 힘겨워 하더라구요
역시나 어제 아침에도 열은 계속 유지되고
출근하며 본가에 보내놓았는데
열이 안떨어지는걸 보다 못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엄마 직장 근처로 가서 같이 병원에 갔답니다.
원래 그 병원 다니다가 의사가 영 별로라 집ㅂ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소아과로 옮기기는 했는데 워낙에 애가 아파하니
급한 마음에 가까이 있는 병원으로 갔던거 같아요
그 병원에는 의사선생님 2분과 의사선생놈 1명이 있는데 휴가때문에 의사선생님들이 모두 부재중이었다는군요
어쩔 수 없이 의사선생놈(엄밀히 따지면 녀...ㄴ)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저희 부모님한테 막 뭐라고 했나봐요
애를 어떻게 본거냐, 애가 열이 나면 해열제 바로바로 먹이고 병원에 바로 데려와지 어쩌고 하면서
말을 툭툭 던졌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내놓은 진단은 단순 열감기...
감기약 처방전 내주며 약 먹이고 3일 후에 열 안떨어지면 오라고 했다네요
그리고 따땃한 죽같은거 먹이라고 해서 본죽가서 죽을 사다가 먹이신듯 합니다.
집에와서 애 엄마가 의사놈 마음에 안든다고 얼마나 흉을 뜯던지...
(저도 같이 병원 가본적이 한번 있습니다만 정말 별로기는 했어요)
어제 저녁....
아들을 데리러 와이프와 같이 본가로 갔는데
평소 너무 잘 놀고 활발하던 애가 놀지도 않고 계속 안아달라고 칭얼대고 먹을걸 보고도 달려들지 않았데요
그리고 사온 죽도 두어숫가락 먹다가 말고 울고 시름시름 앓다가 잠만 계속 잤다고 하더라구요
열이나서 힘들어서 그러는가보다 싶어서 집에 데려간 이후에 뽀로로도 한시간 정도 틀어주고 계속 안아주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
어제 샀던 죽을 먹여봤는데 통 먹지를 못합니다.
먹을거라면 득달같이 달려들던 모습만 봐오던 저로서는 꽤나 당황스러웠죠
열은 떨어진거 같으면서도 또 나고 있고
출근하며 본가에 아들을 보내놓고 회사에 왔는데 애엄마한테 카톡이 왔어요
아들이.. 죽을 먹이면 토해내고 그 좋아하는 바나나를 줘도 거부를 한다며...
그래서 급히 좀 멀리 떨어진 잘 봐주는 소아과로 바로 달려가신거 같습니다.
그쪽 의사선생님의 진단은 수족구..
애들 많은데 가면 흔히 걸리는거라서 큰 걱정은 할거 없고
약도 따로 없으니 잘 달래고 얼르면서 일주일에서 10일정도 잘 이겨내도록 도와주라는 처방이었답니다.
그리고 입안에 물집같은거 생겨서 따듯한거라든지 죽같은거 못넘길테니 아이스크림이나 얼음 같은거 먹이라고 하셨데요
마지막으로 수족구는 처방해줄 수 있는것도 없고 달리 진료를 본것도 아니니 집에 돌아가셔서 아기 잘 보시라면서
진료비 내지 마시고 그냥 가라고 했다네요
그 이야기 듣고 쵸큼 감동먹었습니다.
저는 그 병원에 같이 가본적이 없어서 의사선생님을 모르기는 하지만
다음에 병원 갈 일 생기면 가서 감사하다고 인사 드리고 음료수라도 사다드려야 할거 같더라구요
집에 오는길에 병원옆에 있는 홈플러스에 있는 베스킨라빈스 가서 아이스크림 사줬더니 잘 먹더랍니다.
퇴근길에 또 사갈려구요
수족구가 잠복기 3~5일 지나 증상나타나면 열감기하고 비슷해 보인다고는 하던데
온몸에 열꽃처럼 반점이 올라있고 입안에도 좀 트러블이 있었던걸 감안하면
앞서 간 병원 의사놈(녀..ㄴ)이 자세히 안봤나봐요.
"니가 니자식 키워봐야 우리 마음 알거다" 라고 하시던 부모님 말씀이 와닿는 경험이었습니다.
혹시나 금천구나 광명, 관악구 사시는 분들 중에 소아과가 마음에 안드는 분이 계시면
홈플러스 금천점 맞은편 다이소 건물에 있는 아이비 소아과 추천 합니다 -ㅂ-
원래 다음주 월요일 퇴사인데 사장이 후임을 월요일부터 출근시키라고 해서 현재 부서장님이
몇일간이라도 인수인계 하면서 일좀 봐주고 가라고 하셔서 다음주 목요일에 퇴사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마음도 떠나있고, 어지간한 일은 다 마무리를 지어놓은 상태라 싱숭생숭 하네요
그동안 못한 월급루팡질을 몇일간 해보니 -ㅂ- 참 좋더라구요
근데 내일 철야작업을 해야 하는건 함정...............
날 더운데 모두들 건강 조심하세요
코멘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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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신
08.06 16:08
아니... 맘 고생 하셨네요...
흠... 그런데, 애한테 아이스크림만 먹일 수는 없을 테니... 죽을 차게 식혀서 먹여보도록 하세요..ㅎㅎ
두유도 좋고요... 죽도 호박죽이나 팥죽 같은 것을 좀 달게 해서 주면 좋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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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입안이 많이 아픈지 두유는 조금 먹다 뱉어낸다고 하더라구요
입안에 넣어주면 녹아서 없어지는 계열을 좀 먹여야 할거 같아요
judy가 추천해준 푸딩이나 요거트도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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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 많이 다니는 병원이 아이비와 곰돌이
더 멀어도 된다면 구로우리아이들병원 이진철샘.
야간에 급할땐 서울역뒤 소화아동병원(소아과전문의 24시간 상주)
그래도 수족구는 탈수만 안오면 되는거라서..
뭐든 먹이면된다오~
덧/ 해열진통제니까 너무 힘들어하면 진통제로 먹여도 된다고 들었던것 같네~ -
주하도 걱정이 되었는데... 괜찮다고 하니 '-' 다행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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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esthetic
08.06 17:58
첫째가 부모들이 모르는것을 몸으로 격으며 크죠. 제 첫째도 자다가 배고픈것을 몰라서 (말못할때) 혼난적도 있고... 여러가지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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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8.06 22:55
섭섭하실진 몰라도... 뭐.. 다 그런거지유~
여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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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
08.07 00:04
저런 ... 마음 고생 심하셨군요.
어디를 가나 라이센스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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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07 01:06
토닥토닥. 의사샘들 중엔 정말 말도 안되는 분들이 제법 계신데..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데는 다 그런 듯. 목사/의사에 말종이 많은건 우리가 그런 분들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서일듯 해요. 그런데 이해가 안가는건 정치인들중엔 왜 말종이 많을까요 ? 기대수준은 완전 바닥인데.
그나저나 저렇게 아빠를 쏙 빼닮아도 되는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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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저를 많이 닮아가는거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어쩔 때 보면 저랑 안닮았다는걸 느끼는 경우도 많아요
평소얼굴은 저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조금 난다고 치면
활짝 웃으면 8자 주름이랑 광대가 부각되며 장인어른 느낌이 나고
울고 있으면 ET 느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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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07 10:07
똑같은데도 신기하게 이쁘다는 것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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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에게 아빠 얼굴이 나타나다니...
직업은 안 물려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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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크면 코딩과외를 시켜 볼 생각 중 입니다.
조기해외연수를 보내서 영어를 습득시키면 완전체인데... 자금사정상 그건 힘들거 같고..
시켜봤는데 괜찮게하면 영어+코딩 완성시켜서 미국이나.. 다른 해외로 보내보고 싶어요
하지만... 부모마음은 이래도 애가 싫다고 하면 다 꽝이죠 ㅋ
뭐가 되든 외국어 + 기술 1가지 정도는 습득을 시켜 주고 그걸 이용할 수 있으면 하고
지가 하고 싶은게 생기면 그걸 하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인문학 전공이기 때문에 기술에 더 매달리는 점은 함정입니다..
둘째, 셋째로 갈 수록 긴장감이 줄어들더군요.
저도 맞이 때는 ~ 응급실 자주 갔었구..
의사 뒤통수 때려주고 싶기도 했었답니다.
부모님 말씀이 정답이죠.ㅎ
대신 아픈게 낫지 싶더라구요.^^
장남의 쾌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