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팁 - 원두커피를 대충 싸고 맛있게 먹기.
2016.01.08 13:19
몇년간 원두커피를 대충 적당히 맛있게, 그리고 싸게 먹는 법을 연구해왔는데, 이제 그 결론을 내게 되어 여러분들께도 공개해 드립니다. 이 내용은 특별히 커피 초심자(?)분들께 유용할꺼 같습니다. 많이 드신 분들은 다 아는 내용이니 읽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먼저 전 제 나름대로 커피 먹는 문화를 크게 2종류로 나눕니다. 하나는 미국식이고 또 하나는 일본식입니다. 일본식은 일종의 특별한 취미활동 유사하게 엄청 정밀하게 커피를 먹는겁니다. 물의 종류도 따지고, 물의 온도, 기구의 모양, 물의 속도와 방향 어쩌구 저쩌구를 정밀하게 따져서 커피 만드는 사람 자신이 일종의 장인이 되서 커피를 먹는겁니다. 이에 반해 미국식은 대충 우리가 냉장고에서 김치 꺼내 먹듯이 그냥 대충 먹는 겁니다. 커피 먹는것이 걍 평범한 일상생활의 하나가 되는겁니다. 그런데 이 분류방식은 정말로 미국인과 일본인들이 모두 각각 저렇게 커피를 대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제가 봤던 드라마, 영화, 만화책에서 미국인과 일본인들이 저렇게 커피를 먹길래 제 맘대로 이름 붙인것입니다.
아무튼 서두가 길어졌는데, 전 미국식을 지향하고 아래의 내용도 이 미국식에 따른 방법입니다. 이제 이 방법을 단계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원두커피 구입하기
원두커피를 살때는 분쇄된 가루커피 말고, 갈리지 않은 콩(홀빈) 커피로 삽니다. 양은 먹을 만큼만 삽니다. 자주 사다보면 얼만큼이 먹을 만큼인지 알수 있을텐데, 난생 처음 사는거면 500그램 내외로 사면 되겠습니다. 인터넷, 마트 아무데서나 일단 사고, 메이커나 커피콩의 원산지는 일단 사보고 먹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거로 결정하면 됩니다. 포장지에 보면 강도같은게 숫자나 그래프로 그려져 있는데, 쓴거 좋아하면 강도가 높은걸로 아니면 낮을걸로 사면 됩니다.
2. 핸드밀 구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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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갈아서 가루로 만들 핸드밀을 사야 됩니다. 인터넷에서 대충 적당한걸로 삽니다. 근데 나무로 된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제품은 청소하기 불편하니 세라믹 핸드밀로 삽니다. 포렉스, 하리오, 교세라 제품이 유명하긴 한데, 더 싼게 있다면 그걸 사도 상관없을꺼 같군요. "세라믹 핸드밀"로 검색해서 대충 싼걸로 사면 되겠습니다. 가격은 대강 3만원 내외로 할껍니다.
3. 커피콩 갈기.
이제 커피콩을 갑니다. 세라믹 핸드밀을 보면 나사로 분쇄도를 조절할수 있게 되어있는데, 가장 굵게 조절을 하고 갑니다. 커피양은 일단 밥수저 1/2정도를 넣어보고 나중에 먹어 보고 취향에 맞게 조정합니다.
4. 물 끓이기
물은 전자렌지로 먹을 양보다 약간 더 많게 뜨껍게 끓입니다.
5. 프랜치프레스 구입하기
아, 제일 중요한걸 빠뜨렸군요. 오늘의 주인공인 프랜치 프레스란 기구를 사야합니다. 이름이 프랑스에서 발명한거 같은데 실제로는 스위스였던가 암튼 다른나라에서 처음 만든겁니다. 프랜치 후라이랑 비슷한겁니다. 스타벅스 CEO는 매일 아침 조깅을 하고 나서 이 기구를 이용해 신선한 커피를 먹는다고 자기 입으로 제일 좋은 커피 기구라고 강추를 하더군요. 그래서 진짜 그런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스타벅스 매장에서 똑같은 기구를 팔고 있었습니다. 보덤이란 회사 제품이 제일 유명해서 저도 그 회사껄 쓰고 있는데, 구조가 매우 단순한 물건이라 대충 싸구려 중국제를 사도 될꺼 같습니다. 가격은 1만원~4만원 사이입니다. 사이즈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적당히 큰걸 사는게 좋습니다. 절대 제일 작은 사이즈는 사지 말고, 1인용 기준으로 4컵 사이즈(500ml), 그 이상이 먹을꺼면 더 큰걸로 사면 됩니다. 유리라서 깨지기 쉬우니 교환이 편리한 쇼핑몰이나 오프라인에서 사는게 좋겠군요.
6. 커피 우려내기
프랜치 프레스를 사오는 사이에 물이 식었을테니 다시 4번에 따라 물을 끓입니다. 이제 프랜치 프레스에 커피가루를 넣고 물을 붓습니다. 그리고 3분을 기다린후 막대기를 눌러서 커피를 우려냅니다. 맛있는 커피가 완성됐군요. 프랜치 프레스의 강력한 경쟁자인 커피 드리퍼와의 차이는 드리퍼는 종이필터를 사용해서 커피오일이 전부 걸러지는데, 프랜치 프레스는 오일도 함께 우러나온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좀더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 청소하기
커피가루는 쓰레기통에 대충 버려 주고 남은 찌꺼기는 싱크대에서 물 붓고 씻으면 됩니다. 비교적 청소하기 편한 기구라고 생각됩니다.
대충 이렇게 청소해주다가 날잡아서 할일 없을때 분해소재를 해주면 되겠습니다.
쓰다보니 예상과 다르게 좀 길어졌군요. 2만원 ~ 7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특별한 기술없이 쉽게 커피를 먹을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끝.
코멘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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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1.08 13:42
네, 당연히 전동 그라인더를 구입하면 여러모로 편하고 좋은데, 글의 주제가 "싸게 대충" 먹는거라서 이 글에서는 가격이 싼 핸드밀을 선택했습니다.
모카포트는 개인적으로 약간 더 복잡하고 맛도 생각보다는 별로더군요. 말씀하신거 처럼 핸드밀로 곱게 갈기도 번거로와서 제 연구(?)에서 탈락되고 프랜치프레스가 선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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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그라인더가 2만원초반이라 가격차이가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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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1.09 08:42
전동 그라인더가 싼 제품도 많이 있었군요. 커피를 자주 먹거나 여럿이 먹는다면 편하게 위 글의 핸드밀은 전동 그라인더로 대체해도 될꺼 같습니다. 근데 전 돌리는게 잼있고 뭔가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나서 수동 핸드밀이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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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브라운 커피메이커에 코스트코 원두 기본형 내려서 먹습니다...
애 분유통크기로 한통 2만원 안되는거 가지고 3~4개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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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1.08 13:54
이 방법도 제 글의 취지에 아주 잘 맞아서 프랜치 프레스와 경쟁을 했는데,(특히 2인 이상이 자주 먹을 경우는 오히려 커피 메이커가 더 잘 맞을듯)
저는 1인용으로 먹을때의 편리성과, 그래도 좀더 맛을 살리고, 보기에 우아하다는 측면을 고려하여 프랜치 프레스를 선택했습니다.
백군님의 방법이 제글에 따른 완전한 미국식이 되겠고, 저는 미국식에 약간의 일본식을 가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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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라인더로 갈고 하는거 한번쯤 꿈꿔본적 있긴 하지만
커피메이커를 회사에 가져다 놓고 쓰고 있는지라....
원두 갈고 있는거 사장님이 보시면 제 목을 갈아버리실거 같아서
차마 시도를 못해보고 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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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자주 드신다면 전동그라인더 (믹서형 말고)가정용 7~8만원 짜리도 괜찮은것 같습니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처음 부터 싼것 보다 어느정도 괜찮은 품질을 드셔봐야 좋은 인상이 남을것 같습니다.
실험삼아 저렴한 원두 또는 카페에서 파는 직로스팅 한걸 몇봉지씩 사서 실험했는데 카페에서 당일 로스팅 해서 판매하는 제품들 중에도 가격이 저렴하면 맛이 떨어진다던가 배전정도가 일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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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1.08 14:28
오 상당히 싼 전동 그라인더도 있군요. 전동은 다 수십만원 이상 하는줄 알았습니다.
아 한가지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 제 글이 너무 대충을 강조해서 그런지 맛을 다 포기하는 느낌이 들수도 있겠는데, 그건 아닙니다.
방법상 쉽고 싸면서 가장 맛이 균일하게 잘나온다고 생각되는게 프랜치 프레스더군요. 그래서 저는 프랜치 프레스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일반 드리퍼, 클레버, 모카포트 등등으로 정성을 들여봤는데 전 프렌치 프레스로 대충 만든게 더 맛있더군요.
여러가지를 다 종합적으로 절충한게 프랜치 프레스라 보심됩니다. 그리고 원두는 계속 싸구려 마트 원두를 먹자는게 아니라, 글에도 있듯이 나중에 취향에 따라 바꾸면 됩니다. 처음에 싼걸 먹을꺼냐 비싼거 먹을꺼냐 순서의 차이인데, 싼거 먹고 나중에 비싼거 먹고나서 놀라는거도 나쁘지 않겠지요. 반대로 비싼거 먼저 먹고 비싼게 역시 좋구나 하는거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근데 글의 취지가 쉽게 대충 시작하자는 거니 먼저 싼거 먹는걸 고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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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가정용 그라인더 라고 하더라도 10만원 아래 에도 많이 있더라구요 ...
저도 계속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믹서형과 핸드그라인더 사용중 이였습니다.) 이번에 하나 구입 했습니다.
^^
저도 약간 글을 잘못 적은듯 하여 죄송 합니다.
가격이 비싼거나 싼거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것이 아니라 자기 입맛을 찾아 구입하는것이 좋을것 같다는 의미였습니다. ㅎㅎ
비싼 원두를 사보아도 결국 자기 입맛이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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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1.08 16:18
근데 사실 모든 물건이 그렇듯, 개인 취향을 고려하더라도 원두도 비쌀수록 더 맛있긴 맛있더군요.ㅎㅎ 최소한 싼게 엄청 맛있다 그런건 아직 못본거 같습니다.
그리고 프랜치 프레스 애찬론을 몇가지 더 추가하자면, 개인적인 느낌에 프랜치 프레스가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커피 본연의 맛을 잘 구현하는거 같습니다. 에스프레소나 드리퍼같은건 압력을 주거나 필터로 거르거나 해서 맛의 부분을 과장하거나 삭제하여 변형을 주는데, 프랜치 프레스는 그냥 자연스럽게 맛이 우러나오니, 제 느낌에 프렌치 프레스는 원본파일이고, 에스프레소나 드리퍼는 커피에 포샵을 하는거 같더군요.(아마 커피를 화학적으로 성분을 분석하고 그런식으로 하면 커피콩하고 프렌치프레스에서 나온 커피물하고 성분비율이 제일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이 됩니다.) 물론 사진도 포샵한게 더 이쁘니, 개인취향에 따라 맛은 에스프레소나 드리퍼가 더 낫다고 보는 분도 많겠습니다. 요약하자면 프렌치프레스가 커피맛의 스탠다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영화같은데 프렌치 프레스가 우아한 모습으로 자주 출연하더군요.(귀족들이 똥폼잡으며 먹는다는지 등) 저는 분위기나 느낌같은거도 맛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프렌치 프레스가 뭔가 진지하게 폼이 나고 디자인도 우아해보이니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맛도 더 좋은거 같은 느낌도 줄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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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esthetic
01.08 16:12
헉~ 윗글에 답글 써놓으니 똑같은 글을 원글에 써놓은것을 발견했네요. 으아.... 심지어 핸드밀도 제가 가지고 있는 모델의 그림까지!!!
프렌치 프레스는 입자를 조금 곱게 갈아서 4분 우립니다. 이때 커피의 입자는 드립커피와 에스프레소와의 중간 굵기로 생각하면 됩니다. 커피그라운드의 양은 머그 한컵의 커피에 2 테이블스푼 넣습니다. 한국기준으로 할때 꽤 많이 넣는데 전부터 그렇게 마셨기에....
제 경우 일인용 프렌치 프레스 사서 딱 한잔만 나오게 해서 마십니다. 큰것도 있는데... 사실 필요가 없더라구요. =) 끓은물을 부운후 플런저를 물속에 잠그게 약간 내려서 커피그라운드가 완전히 물속에 잠기게 하여 우려냅니다.
참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는 다 마시지 않습니다. 원래 밑에 미세한 커피분말이 마시다 보면 가라 앉는데 이것은 마시지 않습니다. 따라서 ... 전 4/5 정도 마시고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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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1.08 16:26
첨부한 사진은 그냥 구글에서 검색해서 나오는거 대충 붙인건데..ㅎㅎ 미분이 있어서 전부 다 마시기는 좀 그렇죠. 저도 마지막 약간은 안먹고 버립니다.
커피굵기는 저는 미분때문에, 그리고 그냥 편의상 핸드밀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젤 굵게 합니다. 이런건 정답은 없고 개인의 취향대로 하면 될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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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프레스, 저도 좋아합니다.
저는 커피를 내릴 때 쓰지 않고 홍차를 마실 때 씁니다. 커피는 그냥 네스프레소로 편하게. 이제 모카포트를 샀으니 주말에 사용해봐야겠네요. -
쿠후^^
01.09 08:44
아 빠뜨렸는데 말씀하신거처럼 프렌치 프레스는 차도 만들수가 있지요. 제 모카포트는 첨엔 자주 썼는데 지금은 구석에 처박혀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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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1.09 03:45
호호 좋은 글입니다. 전 그냥 삼박자로. ㅠㅜ 이건 미쿡식은 아니고.. 우리나라식인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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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커피숖 할땐 머신이 너무 비싸 전부 핸드드립이였죠. ㅋㅋ
장인의 손길로 한방울? ㅋㅋㅋ 농담입니다. ㅋㅋ
1번과 2번사이에 있으면 좋을께 커피를 어떤종류로 내려 먹을까라고 봅니다.
쉽게할수 있는게 프렌치 프레스,드랍,모카포트 3종류인데 프렌치 프레스랑 ,드랍은 수동핸드밀이면 충분하지만 모카포트는 좀 더 곱게 갈아야하기에 가는시간이 최소 세배쯤 되더라구요. 그래서 전동그라인더를 추천해요..미분나오니 마네하는데 편한게 최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