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게임
2016.03.11 23:12
http://news1.kr/articles/?2599934
불공정한 게임이 맞습니다.
체스 경기도 그렇고 인간은 이겨도 당연한 거고 지면 지탄받는,
그리고 컴퓨터 개발자 측은 져도 다음에는... 하고 이기면 엄청난 버프를 받고 말이죠.
어느 변호사도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주장했죠.
그런데 이 변호사는 자잘한 규정에 대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말을 했죠. 초읽기라든지 훈수라든지요.
그럼 인간형 크기에 맞게 컴퓨터를 축소하면, 그리고 각종 규정도 맞추면 될까요?
의미 없습니다. 할려면 인간몸 사이즈로 줄일수도 있습니다.
소형 핵전지를 넣고 온몸을 수냉식 클러스터 CPU 로 치덕치덕하고 집게팔로 바둑돌을 놓는 것도 현재 기술로 문제 없죠.
결국 중요한 건 알고리즘 + 이를 지탱할 수 있는 거대한 컴퓨터 연산능력입니다.
인간대 컴퓨터의 대결에서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컴퓨터를 인간 사이즈에 맞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송곳 끝자락의 기술력으로 인류 최강자와 대결하는 것이니까요.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인권에 대한 재고찰이죠.
앞으로 AI 가 더 발전해서 진짜로 '특이점'이 온다면 일상 업무 대부분이 기계로 바뀌게 됩니다.
이미 컴퓨터가 운전도 더 잘합니다. 그런데 도입하려면 중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로봇이 차를 몰다가 사고내면 책임은 누가 지냐는 겁니다.
제조사 일까요? 아니면 차 안에서 사고 유발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사람일까요?
대부분의 영역에서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일을 잘하게 된다면
로봇에게도 시민권과 책임을 부여해서 출생증도 주고 주민번호도 주고,
잘못하면 감옥에 보내고 벌금도 내고 해야 할까요?
현재 헌법으로는 오직 인류만이 개인으로 인정하고 인권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규에 의해 로봇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으며,
로봇을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주체인 인간에게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약 로봇이 잘못해서 다른 인간에게 위해를 가했을 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로봇이 만든 살인 로봇이 나와도 아무도 처벌받는 일이 없을 겁니다.
책임에는 권리가 부여됩니다.
책임 질 수 있는 개인이기에 인간은 위해나 재난으로부터 구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취업할 수 있는 권리, 강제 퇴직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 등등 전부 책임을 질수 있기 때문에 보호받을 수 있는 겁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다른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개돼지마냥 취급하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독재국가도 그렇고요.)
앞으로 로봇들이 모든 단순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겁니다.
어짜피 로봇이 돈을 벌어다 주니까 인간은 먹고 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럴 때 인간이 인간으로서 남아있을 수 있고 유일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건 헌법에 명시된 인권 뿐입니다.
인권조차도 없다면, 필요없는 인간은 정말로 필요없다고 소각처리를 받고 생매장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는 소수의 '로봇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만이 서로 더 좋은 로봇을 갖기 위해 싸우게 될 겁니다.
인권이라는게 참 추상적이고 애매하죠.
과연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현실을 보면 무시당하기 쉽상이고요.
하지만 세상에 고정불변하는 진실은 거의 없습니다. (과학의 4대법칙이 있지만 이것도 언젠가 다 뒤엎어질수도...)
그리고 현대 법체계는 위로 올라갈수록, 그리고 헌법에서 추상화의 극치를 이루지만
그 헌법이 있기 때문에 모든 법률이 존재할 수 있게끔 스스로 존재가치를 쌓아왔습니다.
저에게는 이번 일이 현대 법치 개념이 살아있는 한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멘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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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파고의 원리는 유럽챔피언 경기 후 네이쳐에도 발표되었기에 지금 시점에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만약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면 이세돌 9단이 경기를 수락하지 않았어야 맞겠죠.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공지능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이므로 경기의 룰이 공정하다면 방법론을 따질 시점은 아닙니다. 타이밍이 늦었어요. 지금은 한국기원이나 언론이나 모두 공정성에 대한 언급은 없길 바랍니다. 이 9단이 이기고 있을 때 이런 말을 했다면 제법 폼 났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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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바둑이라는 게임이 컴퓨터의 능력에 더 어울리는 게임이라고 인정만 하면 되는데, 왜 이리 복잡하게들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일기예보를 사람보다 컴퓨터가 더 잘하게 된지 수십년인데, 그거 가지고 난리치진 않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