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과나 물리학과 아니면 다른 이공계에서 대학원가면 연산 시뮬레이션이랑 Vmax 커브 안배울것 같죠?
2016.04.21 23:16
2000년대 초반 제가 대학원 갔을때 멘붕한게 있는데요.
그때 당시 36개월이라는 더럽게 긴 기간을 어쩌다 보니
국방의 의무를 하다 보니까 머리가 청순해진 상태였습니다.
뭣도 모르고 갔던 석사 1년차
솔직히 이야기 드리자면 이런저런 준비기간을 생각하면 거의 5년가까이 되는 기간은
전공하고는 전혀 무관하게 살았었는데요.
그것도 석사 1년차 필수 과정중에 하나가 Bioinformatics라는 과목이었습니다.
이게 정확하게 뭐였냐 하면 효모에다 여러가지 DNA접합한다음
나온 염기서열을 컴에다 시뮬레이션 시켜
어느 종과 동일한 것인지 먼저 실험적으로 일일히 찾아낸 걸
맞춰주는 거였습니다. -_-~~
솔직하게 이야기하죠. 5년가까이 아무것도 안한 인간이 제대로 할수 있을꺼라 생각하시는지요?
이게 필수과목이었는데요.
정말 죽는줄 알았습니다. T_T~
지금이야 특정대학에서 할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의대 대학원에서 기본적으로 하는거라 개념잡는 자체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 이것까지는 좋습니다.
호르몬의 경우 세포막 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할 경우에 한해
이 호르몬의 농도가 얼마냐에 따라 포화도를 직접 실험으로 증명한 다음
이걸 수치식으로 바꾸고
동일한 분자식 혹은 약간 다른 분자식을 가진 호르몬이 수용체와 결합할때
결합력에 따른 포화곡선을 그리면서
이걸 수치식으로는 힘드니 연산프로그램으로 다시 변환해야 했습니다.
아네...
이게 제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랑 연관을 가지게 된거였는데요.
참 지금 생각해도 그당시에 배우긴 배웠는데
제가 무엇을 배우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는데
지금에서야 겨우 감이 잡히는것 같습니다.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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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4.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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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다
04.22 14:32
뭐... 다 그런 거죠..
교수... professor... 라는 말이 professional ...전문가에서 온 말이고, 말은 고대 프랑스어인 profess (선언하는 고백)에서 온 말이라고 하네요..
즉... 뭔가 아는 것을 고백할 수준에 있는 것을 뜻하다가... 이게 전문가로... 된 것이라고 하네요.
따라서, 종사하고 있는 분야의 모든 것을 아는 게 교수는 아닌 거죠...ㅎㅎㅎ
하다못해.. 특정 분야에 통달한 사람으로 여기는 '박사' 조차도 doctorate. 박사학위라는 말이 라틴어 docere 라고 '가르치다'에서 온 말이고 보면..
오히려 동양의 사상이.. 완전체를 추구했죠.
동양에서 전문가는 서양과 달리, 뭔가 불완전한 사람... 즉, 장애자를 뜻하는 말에서 출발한 거죠.
그래서, 과거에 악기를 다루는 사람은 시각장애자가 많았고, 부잣집 문지기는 보행장애자인 경우가 많았어요.
하여간에 이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서 협업으로 일해야 완전해 지는 세상인 거죠. ㅎㅎ
뭐.. 조만간 딥 러닝과 빅데이터의 인공지능이 대체할 듯 하긴 합니다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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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교수까지는 가보지는 않았고 시간강사까지만 가본 입장에서 이야기 드리지만 대학생이 배우는 건 의외로 많은게 아닙니다. 저도 강의할때 학생들에게 꽉꽉 채워주는 강의가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가르칩니다. 즉 킴벌이나 캠벨의 페이지당 목차와 그림만 이해할수 있다면 끝입니다. 다만 이걸 귀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게 안되면 달달 외우라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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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4.22 02:24
그 bioinformatics 수업을 지금 듣고 있습니다. 한참 듣다가, 저거랑 통계량 뭔상관이래? 아닌가? T_T 이러면서 듣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갑자기 통계가 바이오과학을 만나서 이 고생인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바이오는 생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화학이나 물리학 분야에 더 가까운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아, 그리고 통계 관련 프로그래밍은 알아서 배워야 하는데 그나마 요즘은 R로 통일되는 분위기라서 좋습니다. 예전에 학부때는 VBA+Java+SAS+S-Plus+R을 하면서 후회했는데요. 요즘에는 파이썬도 배워야 하는 분위기더라구요. 저번에 말씀하신대로 바이오인포는 그냥 닥치고 외우고 있습니다.
죽을 것 같습니다. 오늘 다른 과목 시험 쳤는데 그래도 공부를 꾸준히 한거라서 괜찮았는데, 이분야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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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다
04.22 14:34
대단하세요... ㅎㅎ... 전 감히... .에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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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informatics의 경우 실험과 실습이 동반되지 않고 이론만 배우면 솔직히 달달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실험과 실습을 같이해도 열라 힘든 분야거든요 -_-~~
어찌되었던 정말 고생하십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의생물학 계열이 아니면 접근하기 쉽지 않고 의생물학 계열도 컴공이나 수학베이스가 있어야 되는 학문이라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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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4.22 03:12
36개월이라.. 학사장교인듯.. 가끔 뇌가 편안히 쉴때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교수도 모른다.. 사실 많은 선생님들이 자기 전공도 제대로 모른다 싶을때가 있지만, 몇몇 선생님들은 엄청나십니다. 교수라고 다 교수가 아니고, 엄청난 분들이 계세요. 이름이 알려지고 않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요. (황모씨 생각나시죠 ? 머리 좋다고 그게 다 연구 잘하는데로 쓰이지는 않는답니다)
자기도 모르는 걸 왜 학생한테는 가르치느냐.. 저는 그걸 '바담풍' 하지 말라는 처절한 애원이라고 봅니다. 나는 몰라도 너는 좀 알아라. 현업에서 전혀 사용안되는 것 같은 많은 지식을 대학/대학원에서 배웁니다. 공학수학의 90%는 평생가도 전혀 손도 안댈 듯 합니다. 그런데요.. 그걸 배운 사람이랑 그걸 안 배운 사람이랑, (배운걸 안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모르는 문제에 부딛혔을때의 '자세'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 문제 뭐 별거 있겠어 ? 풀면되지 하는 사람이랑, 허걱 모르는 문제다. 어쩌지 하는 사람의 접근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는거죠.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이 문제 뭐 별거 있겠어' 하면서 살아야 하느냐.. 그건 아닌듯 합니다. 즉.. 우리나라 대학 정원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 누구나 대학을 가야하는 사회가 위험합니다. 그 몇년동안 낭비하는 젊음이 너무 너무 아깝습니다.
박사한지 수십년! 지났지만, 요즘도 '아하' 하고 배우는게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게 아니라, 옛날에 배운건데 이 나이가 되도록 제대로 이해를 못하다가.. 이제야 깨닫는 거죠. 태반은 이해도 못한채 까먹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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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익이었습니다. 뭐 여기에는 조금 사정이 있는 36개월이라서 (탈영이나 범죄 모 이런게 아니고 저같은 경우는 행정착오로~) 말이죠.
어찌되었던 한국 대학에 정원 많은거 이해합니다. 저희때 대학이란 10명중에 2명만 가는곳이어서 그때는 정원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10명이면 8-9명이 대학에 가는데 그나마도 제대로 가르치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니니까요.
요즘들어 전공보다는 전공점수에나 신경쓰고 영어나 자격증을 공부하는 이공계생이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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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4.22 18:51
재밌는건 10명중에 2명만 갈때도 (저희때도 -_-) 대학이 엉터리로 가르친다는 얘기 많이 했습니다. ^^ 좋다고 알려진 대학이라도 마찬가지. 대학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라는 것을 천천히 깨닫게 되죠. 도서관 뒤지면 무궁무진한 지식이 숨어있고, 좋은 선생님 만나면, 신나서 가르쳐 주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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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4.25 16:55
공학이란게 원래 문제를 정의하고 그걸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풀어내는 것이잖아요.
단지 그 방법이란게 시뮬레이션이든 휴리스틱이든 수학적 증명이든.....
'제일 빠르게 최적에 가까운 해답을 얻어내는 것' 이 목적이니....
자기 머리속의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후다다닥~ 만들어 내는 사람이 제일 부러웠더랬죠.
그리고 위의 여러분들께서 말씀하신 내용 저도 엄청 공감합니다.
석사 때
'이딴걸 왜?????'
했더랬죠. 지금은 그 때 배운 선형대수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그런 문제 풀지도 못하지만,
왜 휴리스틱을 쓰는지, 최적화 기법을 쓰는지를 알겠더라고요. 현실의 문제를 알고 나니깐요.
솔직히 대학의 공부 방식에 대해 약간 의구심도 있고, 저는 소수의 천재들을 빼고는 대학교육이 시간 낭비 같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전공이 간호학이라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과목당 1000페이지 넘는 텍스트북이 2개에서 많으면 3개 정도 있었던거 같네요.
리서치 과목은, 뭐했는지 생각도 안나고, 기본 개념 잡는데 급급하고, 약학, 병리학은 써먹으니 어찌저찌 기억이 난다지만, 세포생물학이나 해부학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납니다.
저만 그러냐? 아닙니다. 제가 죄의식으로 부터 자유함을 얻은게 10년, 20년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전혀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제가 아는 분 중에서, 병원을 두 개 정도 관리하는 간호사 분이 계신데, 본인분야만 아주 좁게 알고 계실 뿐, 널싱에서도 약간만 다른 워드로 가면 모르는것 투성입니다.
아마 교수들도 본인들 가르치는 과목만 알았지 다른 건 글쎄요 - _ -;;
그렇다면... 학교는 수십년 공부한 교수들 본인도 똑바로 못하는 걸, 사전지식 없은 대학생들에게 전부 다 배우라고 하는 건데, 이게 과연 올바른 공부 방법인지... 결국 공부의 왕도란 반복과 시간 투자라는 것을 몸소 알고 있는 교수들이 말이죠.
물론 불가능한 양은 아닙니다. 죽어라 공부만 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부만 하는게 허용되는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대학교의 접근법이 맞긴 한데... 흐음.... 그러면서 또 사회는 다양한 스팩어쩌고 하니.... 이건 뭐 시비거는 것도 아니고... -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