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C에 대한 이야기
2016.05.10 11:33
EDC란 Every Day Carry의 Acronym으로 매일 가지고 다니는 물건을 말한다. 종종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가방에 뭘 그리 많이 싸가지고 다니냐 묻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내 EDC는 제법 많은 편이다. 오늘부터 시간 나는데로 EDC 물건들을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시계다. 삼년전 산 이 시계는 나름 Made in Swiss다. 휴대폰이 나온 이후 시계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기보다는 손목을 돌려 시간을 확인하는 편이 편하긴 하다. 몇천만원이 넘어가는 오토매틱 시계도 있지만 실용성을 생각해 10만원대 쿼츠 시계로 구입을 결정했었다. 조건은 날짜(요일)가 표시될 것, 야광 시분침을 가진 아날로그 시계에 메탈 밴드인 것을 찾아보았다. 결과는 스와치 IRONY로 귀결됐다…. 삼년 전 시계를 사고 써놓은 메모를 옮겨본다. “시계줄을 줄이지 않은 상태 무게 108g의 가벼운 쿼츠시계, 튀어보이지 않아 정장에도 무난, ETA 무브먼트를 썼다니 시간은 정확할거고, 직경도 적당, 땀이 많은 여름철 좋은 선택이라 생각, 시분침 야광이 조금 약한게 아쉽지만, 식별할 정도는 됨. 글라스가 돌출된 형태이기에 기스에 주의하면 오래 쓸 듯. 시계줄 마감상태도 good.” 스마트 워치의 물결 속에서도 simple is best인 셈이다. (스와치 YGS749G,구매시기: 2012.06.26)
두번째 소개할 EDC는 우산이다. 우산중에는 117km/h의 풍속에도 견딘다는 블런트(Blunt)도 있고 133g의 초경량 스노우피크(Snow peak) 우산도 있지만 매일 가지고 다니는 것은 이케아에서 산 5,900원짜리 Knalla 우산이다. 좋은 점은 작게 접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점. 접었을때 다른 우산은 원통 모양인데 이 것은 나무토막이나 햄처럼 네모난 모양으로 접힌다는 점. 안 좋은 점은 우산을 펼쳤을 때 고정고리가 자꾸 풀린다는 점. 디자이너가 신경을 좀 더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산이 스르르 접힐 때면 우산 덕에 심심찮게 팔운동을 할 수 있구나 하고 웃어 넘기곤 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EDC는 Cocoon사의 Grid-It (Model:CPG7RD)이다. Flickr의 what’s in your bag? 그룹에서 종종 보이는 물건인데 가방속에서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물건을 고무밴드로 엮어 놓은 판 하나가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실제 받아보고 생각보다 두툼한 점에 살짝 놀라긴 했다. 뒤에 천으로 된 작은 고리가 있어 벽에 걸 수도 있다. USB 같이 작은 물건은 따로 필통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다음으로는 모두가 다 아는 Victorinox 6365를 소개한다. 맥가이버칼이라고 흔히 불리우는 이 멀티 툴의 여러 모델 중 6365를 선택한 이유는 작고 가벼우며 꼭 필요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위, 십자/일자 드라이버, 병따개, 볼펜, 집게, 줄, 칼, 전선피복벗기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딱 필요한 상황에 주머니에서 스윽 꺼내 문제를 해결할 때 감탄의 시선을 가끔 느낀다. 늘 붙어다니는 우리가 떨어져야 하는 때가 있다. 공항 검색대가 그곳이다. 공항 검색대에서 별도로 분리 배송될 때는 “왜 우리가 헤어져야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언젠가 똑같이 검색대를 빠져나온 동료가 그의 가방에서 이 물건의 형제를 웃으며 꺼낼 때 어떻게 통과할 수 있는지 묻자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동전”이었다. 역시 세상에 고수는 많다.
최근에 EDC 하나가 늘어났는데 몇년 전 가지고 다니던 Brunton Echo Zoom 모노큘러를 다른 분께 드리고 새로 장만한 Vortex 모노큘러다. 10X25로 배율은 10배다. 가끔 달이나 멀리 있는 사물을 보고 싶을 때 사용한다. 방수는 기본. 색수차는 거의 없는 편이다. 배율이 높다보니 단단하게 파지하고 봐야 흔들림이 적다. 촛점조절링이 좀 뻑뻑해서 한손으로 촛점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 접안부를 튀어나오게 할 수 있어 맨눈일 경우, 안경낀 상태일 경우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EDC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필기구를 소개할 차례가 되었다. 가장 왼쪽은 Sheaffer 만년필로 대학 다닐때 방학기간동안 근무했던 설계사무실 선배가 알바를 그만 둘때 선물해준 뜻깊은 만년필이다. 그 옆은 고모부의 유품인 몽블랑 만년필이고, 그 옆은 펠리칸 멀티펜이다. 그 옆은 책주문시 딸려온 연필, 그리고 얼마전 산 필통이다. 쉐퍼 만년필에는 푸른 잉크를 넣어가지고 다닌다. 약간 두꺼운 글씨를 흘려쓰기 좋다. 몽블랑은 가늘게 쓸때 사용한다. 멀티펜은 흑,적,형광색 볼펜과 0.7mm 샤프가 얇은 몸통 안에 들어 있는 4 in 1 제품이다.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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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다
05.10 12:39
저도 갑자기 ... 동참하고 싶어지네요... 근데.. 하.... 귀차니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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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탐처럼 edc 릴레이 적어보면 재밌을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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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5.10 14:14
햐~ 대단하시네요.
저는 뭐... 항상 크리넥스를 지참하고 다닙니다.
(에췌~~~ 이놈의 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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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d-it 저게 마음에 드네요.
저도 동참하고 싶은데 귀차니즘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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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저도 EDC한번 써보고 싶네요 ㅎㅎ
grid-it을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안샀는데,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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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11 08:46
그냥 백팩에 쓸어담고 다니니까 내가 뭘 가지고 다니는지도 모르겠네요. ^^ 물건 하나 하나에 저렇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갖고 다니시다니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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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esthetic
05.11 15:52
저도 edc 라는 개념을 좋아해서 edc 관련 웹사이트를 자주 갑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지고 다닌다에 의미를 두지 사용한다는데 의미를 두는거 같지 않더군요.
저도 edc를 적어보고 싶네요.